대체투자 통로로 ‘급성장’


‘부실 채권’ 시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이 부실채권(NPL)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은행들이 기업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가운데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은 NPL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적극 활용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태풍의 눈으로 불리는 ‘부실채권’ 시장을 들여다봤다.





부실채권이란 3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회수가 불확실한 대출 채권을 가리킨다. 이른바 불량한 채권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보통 은행들은 대출금액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채권을 팔거나 회계상 손실로 처리한다. 반면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금융회사들은 채권 담보 처분 등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

올 6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5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6000억원 가량 늘어났고, 지난 2009년 말(16조원)과 비교하면 무려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시간 갈수록 ‘확대’ 전망

부실채권 증가와 함께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 규모도 크게 늘어났다.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규모는 2009년 4.6조원, 2010년 6.4조원, 2011년 7.4조원, 2012년 6.8조원, 2013년 6.2조원 등으로 5년 간 31조4000억원에 달했다.

은행의 부실채권 매각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부실채권을 정리하도록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권고기준(바젤Ⅲ)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로 NPL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담보 대출 등 담보가 있는 부실채권의 경우 높은 가격에 판매되기 때문에 바로바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실채권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2금융권 회사들은 NPL 담보 매각 등을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외환F&I(전 외환캐피탈)는 지난 2011년 332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012년엔 234억원의 손실을 봤고, 지난해에는 무려 47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신금융 분야를 정리하고, 올해 초부터 NPL시장에 뛰어들면서 올 1분기(1~3월)에 1200만원의 순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큰 손 유암코 ‘순이익’


NPL시장의 큰 손인 유암코는 지난 2011년 942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에도 10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

대신증권이 올해 초 인수한 ‘대신F&I(전 우리F&I)’도 쏠쏠한 수익을 올리며 대신증권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대신F&I의 순이익은 ▲2011년 431억원 ▲2012년 462억원 ▲2013년 491억원 등 매년 4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처럼 부실채권시장이 짭짤한 수익원으로 떠오르자 저축은행, 증권사 등이 시장에 가세하고 있다. 이에 따라 NPL 시장을 좌우해왔던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시장점유율(입찰매각 시장 기준)은 2011년 47.0%에서 지난해에는 37.7%까지 떨어졌다.

반면 국민연금과 저축은행·증권사 등의 가세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동안 16.2%에서 28.8%로 치솟았다.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투자규모는 지난해 9월말 현재 무려 9151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NPL투자 확대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자 최근에는 다소 주춤해진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안정한 국내외 경제여건 및 NPL 시장의 경쟁 심화 등을 감안할 때 NPL 수익률은 계속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저축은행의 NPL 투자와 관련해 과도한 쏠림현상을 방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저축은행들이 NPL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지만, 당국의 지도로 최근에는 몸을 사리고 있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업계에선 저금리 기조에서 투자수익률을 높이려는 펀드와 제2금융권이 속속 NPL시장에 가세함에 따라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자금조달 경쟁력, 투자자산의 관리 능력이 핵심경쟁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정리 ‘박차’


이런 변화에 따라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3개월 만에 1조원 가량 줄고 비율도 하락했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대기업 부실채권비율은 약간 상승했고, 중소기업의 경우 같은 수준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분기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은 25조5000억원이며 직전 분기 대비 1조1000억원 줄었다. 부실채권비율은 1.71%를 기록해 직전 분기 대비 0.1% 하락했다.

부실채권이 줄어든 것은 신규 부실이 5조6000억원 발생한 데 반해 부실채권 정리 규모가 6조7000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기업 부실채권비율은 2.36%를 기록, 직전 분기 대비 0.3% 하락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하면 0.05%가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경우 2.15%로 직전 분기 대비 0.01%포인트 하락했고, 1년 전과 동일했다. 가계 여신 중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0.54%로 직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신용 대출과 신용카드 부실채권비율은 3개월 만에 둘 다 0.04%포인트, 0.05%포인트 상승했다.

시중은행 중 부실채권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은행으로 2.46%, 규모는 183조원에 달했다. 당국 관계자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의 부실채권비율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나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내수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 등 부정적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투자자 ‘신중’ 필요


하지만 이런 현상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들이 부실채권(NPL)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특히 최근엔 일부 업체의 고가입찰현상이 NPL시장에도 형성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부실채권 시장은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했다. 개인들의 NPL투자 경매가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NPL투자는 경매물건으로 설정된 부실채권에 투자해 연체이자만큼의 수익을 얻거나 실제 경매물건을 낙찰받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투자방식이다. 이처럼 NPL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부실채권 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NPL투자를 미끼로 컨설팅을 하면서 수익내기 어려운 물건을 낙찰받게 하는가 하면, 수익성 없는 물건을 고가에 입찰받게 하는 등 수법은 다양하다. 특히 물건 정보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투자자들을 과장된 수익률로 현혹하는 개인이나 업체는 경계해야 한다.

NPL 투자는 통상적으로 경매낙찰가보다 10% 이상 싸게 매입이 가능하고, 부동산 실물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환금성도 양호한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사기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 더해져야 개인투자가들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엔 ‘부실채권 투자’ 공개 특강이 개설될 만큼 떠 오르고 있지만 경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지는 의문이다. ‘부실채권’에 투자하다 정작 자신의 재산에 ‘부실’이 생길 수도 있다.

대체투자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부실채권’ 시장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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