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덩어리’ 시멘트, 과연 어떻게 만들어지나


현대인은 시멘트에 둘러싸여 있다.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 역시 시멘트로 지은 건물에서 생활하고, 시멘트 위를 걷는 시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정작 이런 시멘트가 법적 기준이 없는 각종 산업폐기물로 만들어지고 있는 점에 대해선 망각하고 있다. 일각에선 시멘트가 유독성 지정 유해물질보다 더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대의 각종 질병이 이런 시멘트의 유독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런 시멘트 생산과정에 사용되는 각종 산업폐기물을 연간 100만t 이상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탄재가 그것이다. 국내산 석탄재도 처리 못해 쌓여가고 있는 가운데, 품질 기준도 없는 일본산 석탄재의 국내 반입은 뜨거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입한 석탄재에서는 방사성 물질 최소 검출치 한계를 초과한 세슘-134와 세슘-137이 검출되기도 했다. 석탄재 이외에도 기타 유해한 폐기물이 국내 시멘트 공장에서 막무가내로 사용되면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산 폐기물로 환경오염 커져

현재 국내 시멘트공장들 중 일본에서 산업폐기물을 수입하는 곳은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한일시멘트 등이다. 이 시멘트공장들이 산업폐기물을 수입해 일본에서 받는 처리비용은 수십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매년 경영 적자를 보고 있는 시멘트공장에겐 엄청난 수익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본 산업폐기물 수입으로 국내 시멘트공장들은 이익을 보고 있지만, 국내 화력발전소의 경우 막대한 양의 폐기물 매립장 건설비용 부담과 발전소의 수명 단축이라는 면에서 더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국내 화력발전소가 국가 소유라는 점에서 국민적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일본 산업폐기물을 수입함으로써 발생하는 환경오염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그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멘트업계는 일본에서 수입하는 산업폐기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탄재를 ‘오염원’이 아닌 ‘주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석탄재가 남아돌아 매립장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하는 이유는 반입 과정에서 처리비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123만1000t의 석탄재를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 2011년에도 111만t을 들여왔다. 2009년 79만2448t이던 석탄재 수입량이 2년 사이 41%나 증가한 것이다. 석탄재 뿐 아니다. 일본산 폐타이어도 시멘트 원료로 들여오고 있다. 폐타이어의 경우 2011년 3만6000톤, 2012년엔 13만7000톤을 들여왔다.

석탄재 매립비용이 t당 20만원 수준인 일본은 비교적 매립비용이 저렴한 한국이 주요 수출대상국일 수밖에 없다. 국내 시멘트업계에서는 반입 수수료로 t당 약 4만3500원을 부담하지만 일본 측의 지원에 따라 실제 부담액은 t당 2만5000원으로 줄어든다. 시멘트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나오는 석탄재보다 일본산이 저렴하니까 쓸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은 물류비도 덜 들기 때문에 시멘트회사에선 가장 가까운 일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국내 발전소 측이 물류비를 부담하면 이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발전소 측은 바로 매립하는 게 저렴하기 때문에 굳이 물류비를 부담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현행 ‘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그 처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재활용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외국 폐기물의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0년 한해만 해도 340만t의 폐기물이 국내로 수입됐고 170만t이 수출됐다. 우리나라가 버려야 할 것을 해외로 내보내기보다는 남의 나라에서 버리는 것을 더 많이 받아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본 석탄재를 수입해가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그동안 시멘트 오염원 문제를 줄기차게 제기해온 최병성 목사(전 환경운동연합 감사)는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하는 시멘트업체 중 일부는 국내 기업이 아니다. 쌍용양회는 일본 태평양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는 다국적 기업인 프랑스 라파즈 소유”라며 “여기에 국내 기업인 동양시멘트도 돈벌이를 위해 열심히 수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외국 기업 소유의 시멘트공장들이 나라 망신을 시키고 있는데 환경부가 이를 방치할 뿐만 아니라 도와주기까지 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방사능 검출되는 석탄재

한편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폐기물 수입 등에 대한 환경부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지난 5월 동양시멘트 삼척공장이 일본 사카타 전력으로부터 수입한 석탄재에서 최소 검출치 한계를 초과한 세슘-134와 세슘-137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은수미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환경부는 사고 원전 반경 30㎞ 이내 지역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의 국내 수입을 금지시키고, 수입 석탄재에 대한 방사능 오염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관리가 부실했다”며 “2011년도 일본 폐기물 수입현황에 따르면 521건이 환경청에 접수됐으나 수입 폐기물의 방사능 오염 측정은 원주지방환경청이 22회, 낙동강유역환경청이 2회 실시한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국내 수입업자가 환경청에 제출하는 폐기물 수입신고서류로는 일본 수출업자의 소재지만 파악할 수 있어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발생된 방사능 오염 폐기물을 한국에 수출하더라도 파악할 수가 없는 만큼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해물질 가득한 시멘트?

오염원이 주원료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켜온 시멘트. 시멘트업계는 1500도 고온에서 유해물질이 사라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양회공업협회가 요업기술원에 의뢰해 작성한 ‘시멘트 중 중금속 함량 조사 연구’에 따르면 국내산 시멘트 중 10개의 시료를 분석한 결과 6개 제품에서 6가크롬이 유독성 지정 폐기물 기준치인 1.5mg/l이 수배나 넘게 검출되었다. 시멘트가 유독성 지정 폐기물보다 더 위험하다는 얘기다. 특히 일본 시멘트 평균치인 8.1mg/kg의 세 배가 넘는 평균 25.5mg/kg이 검출되었다. 크롬은 열을 가하면 6가크롬으로 변하는데, 6가크롬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극발암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 목사는 “이미 여러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며 “콘크리트 모형집 안에 생쥐를 넣자 얼마 안가 죽고, 시멘트로 만들어진 어항의 금붕어 역시 죽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시멘트협회 한 관계자는 “콘크리트 모형집 안의 생쥐가 죽은 건 저체온 때문이며 금붕어가 죽은 건 중금속 때문이 아니라 강알칼리성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시멘트에 포함된 6가크롬을 규제하고 있는 나라는 유럽 외에 없고 유럽의 규제도 사람과 접촉이 있을 경우에 한정하고 있어 보편적인 시멘트에 대한 규제 조치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도 6가크롬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6가크롬 자율관리기준인 20ppm 이내로 관리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크롬이 높은 부원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며 “현재 20ppm을 준수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시멘트공장에서는 일본 시멘트공장들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유해성 높은 폐기물이 사용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 슈레더 더스트’라는 폐기물의 경우 자동차 폐차 후 철을 뺀 나머지 모든 폐기물을 말한다. 여기엔 범퍼, 고무발판, 의자, 플라스틱, 자동차 안에 있던 각종 전선들 그리고 심지어 브레이크 석면도 포함돼 있다.

일본은 ‘자동차 슈레더 더스트’만을 전문으로 소각하는 발전소에서 ‘자동차 슈레더 더스트’를 소각, 전기를 생산한다. 또 폐차된 자동차 쓰레기의 소각 과정에서 자동차 전선에 있던 동과 나머지 찌꺼기는 따로 분류해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이런 유해 폐기물을 그대로 시멘트 제조에 사용하고 있다.

일본 시멘트공장이 쓰지 않는 또 하나의 유해물질은 염색공단 슬러지다. 섬유공단에서 사용하는 염색약은 유독물질로 분류된다. 반도체공장의 슬러지와 폐세정액 역시 시멘트공장으로 그대로 들어오고 있다. 반도체공장에서 제조하는 다량의 유해물질은 최근까지 반도체공장 노동자들을 백혈병으로 몰고 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업소는 시멘트공장으로 유해물을 보내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시멘트공장은 처리비를 받아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 목사는 “반도체 공장의 유해물질이 전문 소각장으로 가면 처리비가 40~60만원 든다”며 “그러나 시멘트공장으로 보내면 단 돈 10만원이면 된다. 처리비를 엄청 절감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분 함유 기준 세워야

국내 시멘트공장에선 1999년부터 각종 산업폐기물을 사용하고 있다. 환경부가 시멘트 회사에 산업폐기물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부터다. 당시 환경부 입장에서는 쌓여가는 산업 폐기물을 처리하는 게 최대 과제였고 시멘트 회사는 연료비를 아낄 수 있었다. 여타 기업들 역시 산업폐기물 처리에 들어갈 비용을 시멘트 회사에 떠넘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다.   

당시 환경부는 25억원, 쌍용시멘트가 8억원을 지원해 폐주물사를 시멘트로 만드는 원료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만들기도 했다. 문제는 환경부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산업폐기물로 만든 시멘트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 목사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실을 환경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국민들에게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환경부가 산업폐기물들을 시멘트의 원료와 연료로 사용하게 한 명분은 ‘자원 재활용’과 ‘소각장보다 쓰레기 처리비용이 경제적’이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유독성 폐기물을 돈 주고 들여와 사용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측면에서 경제성이 있느냐”며 “국토가 더러워지고 국민이 병들어도 시멘트 회사만 이득이 생기면 경제성이 있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그는 “현대인들은 시멘트로 인해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는 보고가 있다”며 “강원도 영월 등 시멘트공장 주변의 사람들은 이미 많은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시멘트공장이나 국가차원에서나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정부 차원에서 폐기물 분류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폐기물은 끊임없이 쌓일 것이기 때문”이라며 “물론 시멘트에 첨가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대안이 없다면 기준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에선 인체에 해를 입히는 유해 물질을 철저하게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어 입법해야 한다”며 “기업에 자율로 맡겨선 안 되고 시멘트의 유해 성분 함유 기준을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규재 기자 visconti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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