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3년 대신증권 포함 LIG·리딩·HMC


증권가의 찬 바람이 ‘깃발’로 모이고 있다.

불황에 허덕이는 증권사들이 인수합병 등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자 직원들이 ‘노동조합 설립’으로 맞서고 있는 것이다. 올 들어 증권사 네 곳에서만 생존권을 외치며 노조가 설립됐다.



# 자료사진(기사와 관련없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IG투자증권은 지난 1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LIG투자증권지부 설립 총회를 열었다. KB금융지주로 매각을 앞둔 불안감이 노조 설립의 배경이었다. LIG투자증권 노조는 지점 폐쇄, 임금 삭감, 정규직의 계약직 전환 등 회사가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에는 리딩투자증권에 노조가 들어섰다. 매물로 나온 리딩투자증권의 매각 조건에 직원 일부의 비정규직화가 포함된 것이 노조 창립의 결정적인 이유였다.

증권업 불황 ‘심각’

현대차그룹 계열인 HMC투자증권도 지난 4월 지점 통폐합이 기폭제가 돼 노조를 세웠다.

HMC투자증권 노조는 올해 7월 회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사측이 대규모 인력 축소, 원격지 발령, 악의적인 급여체계 변경을 획책했다”며 “비이성적 구조조정의 배경에는 대주주의 의중이 있을 것이므로 그룹에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한다”고 반발했다.

‘무노조 경영’의 상징이었던 대신증권에도 올해 초 창립 53년 만에 노조가 들어섰다. 영업환경 악화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노조 설립으로 이어진 것이다.

지난해 단 한 건도 없었던 노조 설립이 올해 4건이나 있었던 것은 증권업 불황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난 9월 말 기준 증권사 임직원 수는 2012년 4만3091명에서 2013년 4만1022명, 올해 3만7026명으로 줄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 증권가에 햇빛이 비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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