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륭전자 노동자들, 한파 속 오체투지 나서

22일 기륭전자 노동자들이 한파 속에서 거리 오체투지에 나섰다. 기륭전자가 비정규직 노동자들 몰래 야반도주를 한 지 358일 째. 그동안 텅 빈 현장을 지키며 싸워온 노동자들은 결국 1년 만에 다시 길거리로 나왔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무려 8년 만에 현장에 복직했지만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기륭전자 투쟁은 벌써 10년을 맞았다. 1년간 지켜온 농성장을 정리하며 노동자들은 길 위에서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국회까지 나섰음에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단위사업장의 투쟁만으로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이제 사회적 투쟁을 결의했다. 오체투지는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를 위한 첫 발걸음이다.

기륭전자분회와 쌍용차지부, 코오롱정투위, 씨앤앰비정규직지부 등 투쟁사업장들과 민변, 인권운동사랑방,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 등 노동, 법률, 인권, 종교, 시민사회 단체는 이날 오전 신대방동 구 기륭본사가 위치한 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투쟁을 위한 오체투지에 나선다고 밝혔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로 10여 년을 단식 농성, 고공농성, 연행, 벌금, 구속 등 죽는 것 빼고 다 해본 당사자로서 우리사회가 민주공화국으로, 사람 사는 공동체로 되돌리기 위해 새로운 행진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오체투지는 23일부터 26일까지 꼬박 5일간 이어진다. 신대방동 구 기륭본사 앞에서 출발해 국회를 거쳐 청와대까지 가는 일정이다. 그 기간 동안 교직원공제회 콜센터, 학교비정규직, 비정규교수노조, LG유플러스, 광화문 씨앤앰 농성장 등 투쟁사업장을 방문한다. 오체투지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11시에는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 2010년 기륭전자 농성장 



5일간의 오체투지는 7명의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을 비롯해 연대단위들이 참여한다. 이날 오체투지에는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와 송경동 시인, 김수억 기아차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박점규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후보자가 함께 했다.

송경동 시인은 “오늘부터 더 이상의 기륭투쟁은 없다. 이제 대상은 최동렬 기륭전자 회장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투쟁 대상은 수 없이 많은 현장을 탄압하고 900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눈물을 쏟게 한 대통령과 정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역시 “유흥희 기륭전자 분회장과 김소연 전 분회장의 친구로서 오체투지에 참여하게 됐다. 비정규직을 폐지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여러 연대단위들도 오체투지를 진행하는 노동자들의 뒤를 지켰다. 조현철 신부는 “국회에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노동자도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결론을 냈지만, 최동렬 회장의 부도덕함으로 사회적 합의는 휴지조각이 됐다”며 “비정규직이라는 합법화된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종회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대표는 “기륭노동자들의 오체투지가 모든 비정규직 투쟁을 하나로 모아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오늘 12월 22일은 한국사회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첫 발을 떼는 상징적인 시점이자, 역사를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자들과 연대단위들은 기자회견 직후, 정오부터 길 위에서 오체투지를 시작했다.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길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통해 “너와 나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존엄하게 살자는 호소”라며 “비정규직 법제도 완전철폐를 위한 행진,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비정규직 법제도 완전 철폐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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