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년 특집 연속 인터뷰> 단원고 ‘도언이 엄마’-2회

<앞 기사에서 이어집니다.>





지난한 싸움

사고가 난 뒤 엄마는 운영하던 가게를 닫았다. 진행하던 건강 관련 강의도 접었다. 도언이의 장례를 치르고,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슬렀다. 지난 해 6월이었다. 엄마는 아빠랑 진도 체육관, 팽목항을 돌아다녔다. 음식 싸들고,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다녔다. 도언이 친구들이고, 선생님이니까. 수중수색이 종료될 때까지 그렇게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있었다. 서로 보듬고 위로하며 엄마 아빠도 위로를 많이 받았다.

엄마는 연약하지 않다.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19박 20일 동안 도보행진을 했다. 물론 힘들다. 한 발짝 한 발짝 걷는 것도 힘들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그 물집이 터지고. 근육통으로 움직이기가 힘들다. 엄마는 도언이 생각하면서, 실종자 분들 생각하면서 걸었다. 아침이면 근육 이완제를 먹었다. 저녁이 되면 파스를 붙이고. 아침에 또 일어나면 힘들지만 약 먹고, 함성 한 번 지르고, 힘을 얻어 걸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겠지, 정부에서 세월호 인양 등 문제를 해결해주겠지. 기대하며 걸었다.

팽목항에 도착했을 때, 전국에서 4000명이 넘는 분들이 유가족들을 맞이했다. 도보행진은 학부모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도와주셨기 때문에 가능했다.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데도 언론에서는 보도해주지 않았다. 제대로 보도했다면 현재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추모기간에 쓰레기 시행령안이나 배·보상 이야기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가족 마음을 제대로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언론이 제대로 역할 해줄 것을 요구했다.




교육이 바뀌어야

엄마는 세월호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계는 세월호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청의 허가를 받고, 학교에서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겠다고 인솔하고 갔지만 지켜주지 못했다. 엄마는 학교를 믿고 애들을 보냈다. 하지만 아직 교육부는 변하지 않고 있다.

“아이들 안전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교과서적인 내용 말고 위험이 닥쳤을 때, 생명을 지키는 방법과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선생님들은 세월호의 진실을 가르쳐야한다. 세월호 사고의 원인과 현재 과정을 알려줘야 한다. 진실을 알아야 아이들이 행동할 수 있다. 그래야 다음 세대에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엄마는 교육청 등 교육과 연계된 활동을 많이 한다. 지난 1일과 2일 도언이 엄마는 경기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청년 문화 콘서트 ‘기억과 약속’에 참석했다. 1일에는 약 1200명의 청년들이 모인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에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2일에는 의정부에 있는 북부 청사에서 교장선생님, 교육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교장선생님들 모시고 세월호 관련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경기도 이재정 교육감이 추진한 덕분에 마련된 자리였다. 세월호에 대해, 교육부의 부패, 세월호 이후 달라져야할 점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 일정 때문에 엄마는 삭발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마음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일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오는 길, 유가족들이 단체삭발식 하는 모습을 인터넷 생중계로 봤다. 너무 마음이 미어졌다. 유가족들이 삭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그렇게 몰아넣는 정부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1주기가 다가오고 있다. 추모기간에 추모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정부는 느닷없이 배·보상 이야기를 꺼냈다. 돈을 흔들며 우리를 모욕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론은 분별없이 배·보상에 관련된 뉴스만 보도했다. 마치 우리가 광화문 광장으로 다시 나선 것이 더 많은 보상을 받아내기 위함인 것처럼 비쳐지게 만들고 있다.




도언이만을 위해 울고 싶다

비가 오면 엄마는 제일 먼저 도언이 우산이 생각난다. 도언이는 노란, 빨간, 하얀 우산 세 개를 준비해두고 옷에 맞춰 들고 다닐 정도로 멋쟁이였다. 우산에는 ‘예쁜 공주 도언’이라고 표시해 두었다. 우산뿐만 아니라 자기 물건에는 꼭 ‘예쁜 공주 도언’이라고 표시를 했다. 하늘나라에도 비가 올 텐데, 그 곳에서 우산은 쓰고 있을까. 도언이 우산은 내가 쓰고 있는데… 혹여나 비를 맞고 있지 않을지 여느 엄마와 같은 걱정을 한다.

또한 이 비가 침몰하는 대한민국에 단비가 되어주기를 기도한다. 물은 생명이다. 메마른 대지에 비가 쏟아지면 그 토양에서 생물이 다시 살아난다. 메마른 대한민국에 생명을 불어넣는 근원이 되기를 바란다. 하늘에서 아이들이 도와줄 거라고 믿는다.

그날 모든 시간이 멈춰졌다. 엄마 아빠들 애간장이 녹아내렸다. 생각도 멈춰버렸다. 작년 4월 16일이나 지금이나 바뀐 것이 아무것도 없다. 그게 중요한 사실이다. 애들 희생된 건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진상을 밝히고자 1년을 버텨왔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것이 없다.

“멈춘 시간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것은 언론이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지만 국민들도 깨우칠 수 있다. 우리는 그 시계를 움직이게 하려고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다. 언론이 제대로 서있다면 지금처럼 정부에서 추모기간에 배·보상 이야기를 했겠나. 빨리 진상규명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면 온전히 내 딸 도언이만을 위해 울 수 있으니까. 기도할 수 있으니까.”

엄마는 지금 울 수가 없다. 밖에서는 절대 울지 않는다. 울면 지치니까, 지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도언이 방에서 소리 죽여 운다. 엄마는 진상이 규명되고 도언이만을 위해 울 시간이 오기를 오늘도 기도한다.

정준기 기자 joonki.jung@daum.net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