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용 증가율 1.3% 경제성장률 절반도 못 미쳐

 

정부가 ‘일자리 늘리기’에 나섰지만 업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들에 고용 창출을 주문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은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해 국내 30대 그룹의 고용 증가율은 1.3%에 그쳤고, 계약직 직원 증가율은 정규직보다 무려 4배나 높았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지난해 30대 그룹 274개 계열사의 고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는 102만 3574명으로 전년(101만 868명)보다 1만 2706명(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경제성장률(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수준이다. 2013년 고용 증가율(1.6%)보다도 0.3%포인트 낮았다.

고용의 양적인 면도 부진했지만 질적인 면도 좋지 않았다. 정규직보다 현장 채용직, 시간제근로자 등 계약직이 더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규직은 전년도 93만 6230명에서 지난해 94만 5810명으로 1.0%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반면 계약직은 전년도 7만 4638명에서 지난해 7만 7764명으로 4.2% 증가했다. 계약직 직원 증가율이 정규직보다 무려 4배나 높았던 것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 직원 비중은 92.6%에서 92.4%로 0.2% 떨어졌다.
 

질적으로도 ‘퇴보’
 

30대 그룹별로 구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직원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세계였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신세계 계열 9개 기업의 직원 수는 4만 877명으로 전년(3만 7642명) 대비 8.6% 증가했다. 신세계푸드의 직원 수가 신세계에스브이엔 합병과 신규 채용으로 1700여 명이나 늘었고,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리테일도 각각 743명(2.7%), 619명(28.3%) 늘었다.

2위는 현대차그룹으로 전년도 14만 2764명에서 지난해 15만 672명으로 5.5% 늘었다. 현대차가 신규 채용 등으로 1800명(2.9%) 이상 증가했고, 현대엔지니어링은 합병 등의 사유로 1천 명 넘게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전년 대비 5.1% 증가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롯데(3.9%), 한화(3.1%), 포스코(3%)가 3% 넘는 고용 증가율로 4~6위에 올랐다. 반면 대우건설과 동부는 고용 감소율이 10%를 넘었다. 대우건설은 6382명에서 5543명으로 직원 수가 줄어 감소율(13.1%)이 가장 컸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고용 창출 부진은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계속해서 고용을 독려하고 있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최근 3년간을 조사해 보니 고용 증가율이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실제로 고용을 안 늘린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독려를 무색하게 한다”면서 “특히 양질의 일자리인 30대 그룹의 고용이 늘지 않는 건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일자리 창출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 했다. 하지만 이미 바닥을 친 지지율 상황에서 반전의 기회를 찾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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