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도 지역여부

 

‘미소금융’에 먹구름이 몰리고 있다. 안심전환대출 이후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눈이 서민금융으로 모아지고 있지만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타 부처와의 협력으로 고용·복지 정책과 연계한 서민 금융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복안이지만, 그 재원이 될 미소금융이 새 재원을 찾지 못하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미소금융의 앞날을 살펴봤다.

 



‘미소금융’의 미소는 과연 계속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의 ‘2015년 업무계획 후속조치’에 따르면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고용·복지·주거 연계 신상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엔 국민임대 주택 임차보증금 지원 방안, 취업성공패키지 대상자 소액대출, 미소금융 성실 상환자 재산형성 지원 대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미소금융재단의 대출원금 1조738억원 중 회수금은 6417억원에 불과하다. 기존 미소금융 대출 사업을 계속 해나가면서 신상품으로 대출을 확대하기에는 역부족이다는 것이 서민금융 관계자들의 평가다.

미소금융재단 관계자는 “신상품의 경우 전체 사업 규모 한도가 정해지지 않아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이 서민금융 관계자와의 간담회에서 “서민금융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충분한 재원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기부금 출연’ 미지수

하지만 새로운 재원을 발굴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미소금융 사업 초기 자본금이 됐던 휴면예금 출연금은 추가 출연이 중단됐다. 매년 휴면예금을 통해 500억원 수준의 재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거래가 없더라도 은행에서 이자가 지급됐다면 휴면계좌 소멸시효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은행으로선 언제 고객이 찾아갈지 모르는 돈을 휴면예금관리재단에 출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위원회는 소멸시효가 돼 휴면예금이 휴면예금관리재단에 출연된 이후에도 원권리자가 지급을 청구하면 해당 금액을 주도록 휴면예금관리법을 개정키로 했다.

실제 미소금융재단은 1분기에 92억원을 원권리자(예금주)에게 지급 했다. 이는 전년 대비 70% 증가한 금액이며, 지급 건수는 38만 계좌로 전년 대비 84% 늘었다. 은행권과 공동으로 각종 조회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지급률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다.

은행권과 기업의 기부금을 늘리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은행권은 이미 약정한 2000억원보다 많은 2515억원을 냈다. 기업의 경우 약정한 1조원 중 5000억원이 남았지만 미소금융중앙재단은 기업들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2018년까지는 잔여 출연금의 20% 내의 금액만 받기로 했다.

미소금융 관계자는 “재무 상황에 민감한 기업이 미소금융에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출연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 액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기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민 사용은 ‘급증’

한편 올 들어 미소금융을 이용한 영세 사업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은 지난 1~3월 지점을 통한 대출액이 709억원으로 작년 동기(538억원)보다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출 건수는 6천230건으로 작년 동기(4천970건)보다 25% 늘어났다. 미소금융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에게 창업자금 등을 지원해주는 소액대출 사업이다.

재단은 지난해 7월 지원기준과 심사를 완화한 게 실적 증가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지난달 출시한 신상품인 임대주택보증금 대출이 한 달 만에 395건, 18억원을 돌파한 것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서민금융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소금융 콜센터 상담 문의는 올 들어 작년 동기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전통시장 영세상인 대출실적은 올 1분기 166억원으로 작년 동기(130억)보다 28% 늘었다.

지난달 말 현재 미소금융 총 대출액은 8만8793건, 1조738억원을 기록했다. 재단 관계자는 “교육, 컨설팅 등 다양한 비금융서비스를 강화해 이용자의 자활과 재기를 돕겠다”며 “올 하반기 출범하는 서민금융진흥원에서 더 종합적인 서민금융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햇살론 등 다른 서민금융 상품의 지속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같은 정책적 서민금융상품이 시작된 배경에는 금융기관들의 서민에 대한 신용대출 공급역할이 위축된 데 있었다. 서민들의 돈주머니가 얇아짐에 따라 경제한파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햇살론 등의 금융지원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높은 수준의 신용보증’  

현재 서민금융기관(2금융권 금융사)의 햇살론에는 90%의 매우 높은 수준의 신용 보증이 지원되고 있으며, 여러 서민금융 상품들(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 등) 중 유일하게 재정지원이 병행되고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햇살론도 연체율 및 대위변제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기에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언제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으로는 언젠가는 한계를 맞이 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고,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 역시 햇살론과 같은 보증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서민금융기관이 활성화되어 있다. 하지만 보증 수준을 비교해보면 유럽연합의 EPMF가 75%, 독일의 KfW와 DMI는 80%, 프랑스의 ADIE가 87%로 햇살론은 이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물론 95%의 보증지원에서 90%로 축소 되었지만 처음 햇살론이 출범했을 당시 85%로 시작했음을 감안하면 보증비율을 좀 더 낮추고 서민금융기관들에게 인센티브제를 도입하여 스스로 활성화 될 수 있는 배경을 조성하는 것이 재정지원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행의 높은 보증지원 + 재정지원 보다는 유럽의 EPMF와 같이 금융사에게 지원방식에 대한 선택권을 줌으로서 보증지원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신청자의 입장에서 햇살론 대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취급은행에 따라 직장인,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등에 대한 직군제한이 있다는 점이다. 햇살론 대출자격이 취급은행마다 다르기에 신청자의 입장에서는 주도적으로 진행하기가 어렵고 아무데서나 섣불리 신청을 했다가는 부결사유를 피하기 어렵다.

미소금융과 햇살론 같은 서민들의 금융 상품이 어려움을 헤치고 계속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범석 기자 kimb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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