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무언론=가톨릭뉴스지금여기> 의정부교구 세월호참사 추모미사 봉헌

세월호참사 2년을 맞아 천주교 각 교구에서 추모미사를 마련하고 있는 가운데, 의정부교구가 첫 미사를 봉헌했다.

4월 6일 주교좌 의정부성당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추모 미사는 이기헌 주교의 주례로 봉헌됐으며, 희생자 박성호 군의 이모 정현숙 수녀(예수수도회)가 참석해 세월호 가족으로서 이야기를 나눴다.

“세월호참사가 일어났을 때, 저에게 교회는 너무나 안일하게 느껴졌고 무관심하고 소극적으로 보였습니다. 생명력 없는 박제 같았고, 성경의 말씀은 그저 인쇄된 글자에 지나지 않는 공허함으로 느껴졌습니다. 가르치는 것과 삶의 괴리가 너무 크게 다가왔습니다.”

정현숙 수녀는 세월호참사를 통해 사회와 국가, 교회의 민낯을 여실히 들여다보게 됐고,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진행되는 본당의 전례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지만, 야전병원과 같은 또 다른 교회, 국회와 광화문에서 열린 미사와 연대하는 사람들을 통해 치유를 받았다고 말했다.

 

▲ 세월호참사 2년을 맞은 추모미사가 시작된 가운데, 의정부교구가 4월 6일 첫 미사를 봉헌했다.(사진 제공 = 오영주)

 

그는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고 헌신하는 사람들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와 선함, 사랑과 위로를 느꼈으며, 이웃과 동행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하느님의 움직임을 느꼈다면서, “타인의 고통에 연대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도회, 교구, 종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현재 안산에서 유가족과 희생자 친구들을 만나는 소임을 맡고 있다는 그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하는 치유의 작업은 희생자들을 살아오게 할 수는 없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을 만드는 일”이라면서, “세월호참사는 불행한 죽음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세상을 정화하는 빛과 소금이 되도록 희생자들을 죽음에서 부활시켜야하며, 그것은 남은 우리들의 몫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참사 2주기를 맞아 추모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2주기라는 단어를 쓰는 것에 주저하게 됩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시신조차 품을 수 없는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주기’(週忌)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조은화, 허다윤, 남현철, 박영인 학생, 고창석, 양승진 선생님, 권재근 님과 권혁규 어린이, 이영숙 님” 이날 미사에서 강론을 맡은 상지종 신부는 가장 먼저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부르며 그들을 기억했다.

상지종 신부는, 세월호참사에 대한 ‘기억’의 의미에 대해, “이 시간 우리의 기억은 우리와 떨어뜨릴 수 없는 과거, 하지만 많은 순간 잊고 지내는 과거를 다시 우리 안에 생생하게 되살리는 것이며, 지나온 날의 것들을 오늘 새롭게 품어 내일을 향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추모미사 주제 성구인 “나는 너를 잊지 않으리라.”(이사야 44,21)를 들며,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으시는 분, 기억하는 분이며,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사람이 사람답기 위해서는 하느님처럼 기억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과연 세월호참사에 눈감은 무관심과 거부감으로부터 자유로운가, 우리는 세월호 가족들과 어떻게 함께 했는가”라고 물은 그는, ‘자비의 특별 희년’의 의미와 칙서 내용을 들며, 착한 사마리아인으로서 세월호 가족들의 이웃이 되고, 빛의 자녀로서 정의와 평화를 위한 ‘시작’이 되자고 당부했다.

한편, 각 교구별 세월호참사 추모 미사는 16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7일 수원교구, 11일 서울 광화문(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과 마산, 부산, 전주교구, 15일 서울대교구와 대구, 대전교구, 16일은 인천과 광주대교구가 미사를 봉헌하며, 광주대교구 미사는 오후 2시 진도 팽목항에서 봉헌된다. 춘천교구는 18일 사회사목국에서 미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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