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띄우는 편지> 조충현

봄마저 시들게 한 그날의 참사가 벌써 두 해를 넘겼다.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슬퍼했던 지난 2년. 동시대를 살아도 동질성이 공유되는 것은 아니라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낀 시간이었다.

사고 현장은 진도지만 안산은 진원에서 수직으로 올라 온 진앙처럼 피해가 집중된 곳이다.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246명이 희생되었고 4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교사는 10명이 희생되었고 2명이 미수습상태다.

 

▲ ‘다시, 봄 너희를 담은 시간전’ 전시장 모습

 

무고한 희생 앞에 숫자는 무의미하다. 한 명의 죽음은 가볍고 수 백 명의 죽음은 무거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중이 없는 생명 앞에 오직 선연히 드러나야 할 것은 죽음을 대하는 산 자들의 태도일 뿐이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같은 사건을 목격했으니까 무언가 같은 생각도 할 것 같은 막연한 바람은 그야말로 바람이었다. 헛된 기대가 너무 커 국민이 탄 세월호는 여전히 가라앉고 있다고 우기면 과대망상일까.

사람들은 거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다시 돌아간 삶 속에 사람들은 자신만의 세월호 부표를 놓았다. 어떤 이는 망각 속에, 어떤 이는 법률 속에, 어떤 이는 내일을 향해 부표를 던졌다. 사람들은 자신이 던진 부표를 향해 질주하고 누구나 알듯이 미래를 향한 좌표에 부표를 꽂은 사람들이 가장 적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안산의 미래파들은 두 번째 봄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416가족협의회를 구성한 희생자 가족들이 원동력을 이루고 시민단체와 뜻있는 개인들이 힘을 보태고 증폭시킨다. 별이 된 아이들을 추억하며 엄마들이 손수 만든 작품 전시회인 ‘다시, 봄 너희를 담은 시간展’은 4월 8일에 이미 시작되었다. ‘봄이 그리워 봄이 된 엄마들의 이야기, 너희를 생각하며 만든 시간들 돌아보기’라는 부제가 달렸다. 꽃누르미, 퀼트, 원예, 냅킨 아트, 캘리그라피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다. 엄마의 마음이 한 땀 한 땀 수놓인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와 슬픔이 뒤엉켜 있을 그들의 속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설치미술과 416기억저장소의 ‘세월호참사 기억 프로젝트2’도 이미 진행중이다. ‘토론 및 대화모임, 너를 이야기하는 봄’이라는 제목으로 대화, 토론의 장도 활발하게 열린다. ‘세월호 목요토론’은 4월 14일부터 매주 3회 진행되며, 안산청소년 촛불 추모제, 세월호참사 2주기 추모걷기 대회, 단원고 정문 촛불 잇기 등 추모제도 잇따라 예정되어 있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의 법칙처럼 안산 사람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세월호희생자와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동시대성을 굳이 들먹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가가 책임지라고 했지만 국가는 실체가 없을지도 모른다. 국민의 요구가 있을 때 그것을 완성하는 행정적 보조체로서 국가의 요체를 설정한다면 국가는 국민의 염원에 의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자명하다. 동시대인으로서 슬픈 자의 눈물에 공감하는 일, 스스로 돕는 자가 되어 주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 염원을 만들어 연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연대라는 의미가 너무 과중하면 조용히 옆에서 지켜보아 주는 것 또한 좋은 일이다. 자꾸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공감하는 영역이 넓어진다. 세월호 두 번째 봄, 안산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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