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경제’도 경보음

‘가족의 달’ 5월의 문이 열렸지만 경제시장은 여전히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 속에 한국은행의 선택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동안 ‘한국판 양적완화’에 반대하고 나섰던 한은은 최근 입장을 바꿔 눈길을 끌었다.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에 한은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부의 거듭된 요청을 결국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업구조조정은 우리 경제의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거셀 전망이다. 구조조정 바람이 경제 곳곳에 미칠 영향력을 살펴봤다.

 

 

한국은행이 정부의 요구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그 동안 자본 확충에 소극적이었던 한은의 이 총재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TF)에 참여해 관계기관과 추진 방안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국책은행 자본확충과 관련해 대외발언을 할 때는 관계기관이나 일반 국민이 오해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가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남으로써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양적완화는 더욱 가속도를 밟을 전망이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와 관련 “정부와 한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재정과 중앙은행이 가진 정책 수단을 포괄적으로 검토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차관은 한발 더 나아가 중앙은행이 상황에 따라 전통적 역할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압박했다.

“정부든 중앙은행이든 상황 변화에 따라 전통적 역할이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충분히 고려를 해야 할 것이다. 중앙은행의 역할이나 정책 수단과 관련해 과거와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재부와 한은,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TF 회의 결과가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본확충 TF 참여”

한은이 구조조정에 나설 국책은행들을 지원할 것으로 방향 선회를 하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동안 한은은 “원칙적으로 정부 재정으로 할 일”이라는 입장이었다. 국채 발행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됐고, 그만큼 정부의 초조감은 커져갔었다.

하지만 한은의 입장이 바뀌면서 해운업과 조선업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하는 국책은행에 대해 자본을 확충해 주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최종적으로 자금이 얼마나 필요할지는 구조조정의 범위와 속도, 방식에 달려 있지만 우려는 만만치 않다.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BIS 비율(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보통 14%가 기준이다. 지난해 말 산업은행은 14.28%였고, 수출입은행은 10.11%에 불과했다. 결국 상대적으로 수은이 한은의 도움을 더 필요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은의 BIS 비율이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최악의 경우 수은의 BIS 비율이 5~6%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수은의 BIS 비율을 1%포인트 높이는 데 필요한 자본금이 1조 2000억원 정도라고 계산하면, 정부가 한은에 기대하는 지원액은 3조~5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이 실패한다면 최대 10조원까지 필요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은은 정부가 산은에 도로공사 주식 등 현물출자를 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수출시장 악재”

한편으론 외환시장의 위기도 여전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미국 재무부에 의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뒤 시장의 위기 의식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당초 우려했던 충격은 감지되지 않고 있지만 외환 당국의 운신폭이 제한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아지고 향후 수출과 금융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과 해외상장 중국 주식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 지수 편입 등이 또 다른 악재로 도사리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39.3원)보다 1.5원 내린 1137.8원에 마감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환율 상승 여파로 2.7원 오른 1142.0원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앞서 발표된 환율보고서에서 심층분석 대상국 지정을 피함에 따라 달러 매수 심리가 강화됐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145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관찰대상국 지정으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는 외환 당국의 개입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 쪽 입장은 여전히 “환율 정책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원화 강세 압력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환율 조작국 지정을 피하기 위해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내수에는 긍정적이지만 자동차 등 수출주에는 악재”라고 분석했다. 최근 심화된 환율 변동성 위험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제동이 걸리면서 환율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브렉시트 이슈가 예상보다 빨리 국내외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는 다음달 23일이지만 오는 5일 지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슈로 부각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를 강하게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PI)이 지지율 상승을 등에 업고 목소리를 확대하고 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해외상장 중국 주식의 MSCI 신흥 지수 편입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이탈을 부추길 전망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과거 MSCI 이슈에 민감했던 외국인 수급 패턴을 감안할 때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해당 업계를 넘어 금융권으로까지 불어닥친 ‘구조조정’ 바람이 한은의 결단을 기점으로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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