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수원교구 생태영성학교, 화력발전소 등 현장탐방

천주교 수원교구 생태영성학교 참가자들이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현장탐방에 나섰다.

6월 한 달간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를 비롯해, 농촌 문제와 탈핵 사회, 생태문명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강의와 나눔을 진행한 이들은, 지난 1일 충남 당진의 화력발전소와 홍성 홍동마을을 방문했다.

먼저 도착한 곳은 충남 당진 왜목마을 인근의 화력발전소.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사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송전탑들을 보며, 40여 명의 참가자들이 탄식을 뱉는다. 안타까움을 안고 도착한 화력발전소에서는 “일반 방문객이 아니”라며 출입을 막았다. 8기의 발전소에서 내뿜는 연기, 논과 밭을 가리지 않고 박혀 있는 거대한 송전탑, 인적이 드문 마을의 풍경 등은 이미 화력발전소가 이 지역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 모두 설명하는 듯했다.

국내 화력발전소는 모두 53기. 그 가운데 절반인 26기가 모두 당진, 태안, 보령, 서천 등 충남지역에 있고, 당진에는 현재 가동 중인 8기와 건설 중인 2기, 건설 예정인 2기가 더 들어설 예정이다. 태안에도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발전소가 3기, 모두 완공되면 충남지역의 화력발전소 규모는 전 세계 3위 안에 든다.

당진에서 가동 중인 화력발전소는 1기당 50만 킬로와트 급으로 하루 석탄 사용량이 4000톤이다.

이날 참가자들을 안내한 당진 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당진 등의 화력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전북, 충북은 물론 수도권 미세먼지의 28퍼센트까지 영향을 미친다면서, “화력발전소로 인한 미세먼지 문제는 비단 당진이나 화력발전소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 당진 화력발전소 ⓒ정현진 기자

 

화력발전소와 제철소가 있는 당진은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 1위 지역이며, 주민들의 ‘조기 사망’ 문제도 심각하다.

유 사무국장은 세계환경기구, 그린피스 등의 연구결과를 들며, 석탄화력으로 인한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은 주민들의 조기사망에 영향을 미치고, 미국은 1년에 1만 3000명, 유럽은 1만 8000명, 인도는 18만 명에 이른다며, “당진에서 건설 중인 9-10호가 완공되면 매년 조기사망자는 당진 지역만 300명이 늘어나며, 이는 늘어나는 수일 뿐, 이미 영향을 받는 사람은 수십 배이고, 그 피해는 당진 지역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표한 화력발전으로 인한 조기사망자수 산정 결과에 따르면, 현재보다 화력발전소가 늘어날 경우, 연간 국내 조기사망자수는 1144명에 이르며, 30년간 가동된다면 3만 432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가동 중인 53기 외에 앞으로 더 건설될 예정인 화력발전소는 13기로 2020년에는 총 77기의 발전소가 가동된다. 화력발전소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환경기준치의 49퍼센트를 넘는다.

유 사무국장은 특히 온실가스는 미래 세대의 문제인 만큼, 아직 전기가 남아돌고 있으므로 최소한 완공 예정 발전소는 백지화하고, 노후 발전소는 폐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산업용 전기료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진 화력발전소가 있는 교로3리 주민 임청일 씨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화력발전소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빨래와 농작물에 석탄재가 까맣게 앉고, 분진으로 병자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이제는 농작물도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7일 지역 시민들이 시에 항의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라면서,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에는 기필코 대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홍성 홍동마을 도서관인 '밝맑도서관'을 둘러보는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지금 여기에서, 다른 삶은 가능하다”
대안공동체, 충남 홍성 홍동마을

당진 화력발전소에 이어 참가자들이 방문한 곳은 충남 홍성 홍동마을이다. 1958년에 시작된 풀무학교를 시작으로 조성된 이 마을은 홍동마을 원주민과 귀농, 귀촌민들이 유기농업과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대안적 마을 공동체를 살고 있다.

배움을 위해 농촌을 떠나거나, 농촌에서 방치되는 아이들을 위한 풀무학교로 시작한 만큼 이 마을의 중심은 교육이며, 그 목적 또한 “더불어 사는 평민” 그리고 “이웃과 함께 행복한 삶”이다.

마을에 있는 60여 개의 단체 가운데 40여 개가 협동조합이다. 그 대상은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그리고 장애인, 여성, 농민, 청년 등 개별적 입장에 따른 다양한 협동조합이 존재한다. 교육, 농사, 먹거리, 목공과 집짓기, 의료, 도서관과 출판, 농업기술과 에너지 자립, 신협과 같은 금융기관, 심지어는 마을 사람들이 함께 즐기기 위한 술집도 협동조합이다.

단체 형태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은 각자의 처지와 관심사, 세대별로 필요한 내용을 자체적으로 충족한다. 귀농한 어르신들을 위한 귀농센터, 장애아들을 위한 교육 센터와 활동을 위한 원예센터, 한가족 자녀와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멘토, 멘티 프로그램 등이다. 생태적 건축을 고민하다가 건축조합을 만들고, 농가대출을 고민하면서 경제협동체를 만들며, 농업 에너지 자립을 위해 적정기술을 연구하는 식이다. 이 모든 것은, 지금 더불어 행복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이웃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다.

여러 마을 단체들의 자치를 도우며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는 ‘마을 활력소’ 서경화 씨는, 홍동마을 살이에 대해 안내하면서, “긍정적인 부분도 정말 많지만,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도 이를 수 없이 많다”면서, “그러나 마을에서 중요한 것은, 함께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한걸음씩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6년 전 귀농한 그는, 마을 술집 ‘동네마실방 뜰’을 만들고 운영한 경험을 들려 주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모두가 함께 논의하고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은 지루하고 힘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정답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답을 도출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는 것이 보람이다. 힘들 때 서로 의지할 수 있고, 짐을 나눠 질 생각이 있다면 잘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더불어 사는 마을 생각하는 농민" 홍동마을 지도 (자료 제공 = 홍동마을 활력소)

 

이날 현장탐방에 참여한 이들은, 우리가 쓰는 에너지를 위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문영란 씨(안젤라)는 “그동안 이익만 추구하는 정부, 세상에 아무 저항없이 살아왔다는 반성을 하면서, 실천 없는 신앙은 없는 것만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생태영성학교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경기지역에는 송전탑이 아닌 지중화를 해 주면서도 농촌에는 송전탑을 그대로 세운다는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에게 억울함과 분노를 심어 주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수원교구를 비롯해 교회에서 사회교리를 많이 가르치고 알리지만 정작 그 내용을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이런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매도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면서, “우선은 변기물과 설거지 물을 아끼는 작은 실천으로 시작해 나부터 조금씩 변화를 일으켜 볼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뼈저리게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 한 참가자는, “우리나라에 환경을 위한 정책과 정치가 필요하고 우리 자신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편리함을 선택하는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음식쓰레기를 버릴 때,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일상 안에서 변화의 여지가 많다”며, “신앙인으로서 하느님이 주신 그대로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것을 먹고, 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8년 전 귀농해 가톨릭농민회 회원으로 살고 있다는 신용생 씨(스테파노)는 “홍동마을의 여러 협동조합을 보면서 가톨릭농민으로서 여러 부족함을 깨닫게 됐다”며, “사회교리와 생태영성학교를 통해 많은 공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앞으로 더 많이 공부하고 연대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영성학교를 진행한 양기석 신부는, 핵발전소를 비롯한 여러 발전소가 갖는 문제,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 문제 등을 정부가 조직적으로 은폐하는 문제 등을 꼬집으며, “언제까지 당할 수는 없다. 시민들을 위해 먼저 나서는 정부는 없으며, 시민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야 정부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먼저 발전소, 송전선로를 짓고 그것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원한 적이 있는가라며, “민주주의 국가는 주식회사가 아니다. 나이와 처지, 사는 지역을 떠나, 똑같은 주권자로서 대접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발전소와 송전탑 등이 지역에 따라 불평등하게 진행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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