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GM 벼 재배 문제, 좀더 상세하게 얘기한다면.

▲ 많은 농민들이 염려를 하고 있다. 농진청이 시험재배를 한다지만 GM 씨앗이 바람을 타고 먼 곳까지 날아갈 것이 분명하다. 노지재배를 한다는 점도 큰 문제다. 실례로 아르헨티나에서도 그런 피해사례가 있었다. 바람을 타고 씨앗이 80km까지 날아갔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문제로 농민들과 함께 농진청을 찾아가 항의도 했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말만 그럴싸하게 할 뿐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것을 막을 유일한 길은 오직 하나다. 문제점들을 낱낱이 밝혀내 국민들에게 널리 홍보해야 한다. 시민단체와 함께 GMO반대운동을 더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 몬산토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 유대계 글로벌 종자회사 몬산토와 연관된 일부 관료들, GMO 홍보 대변인이라고 하면 맞다. 몬산토는 세계가 다 아는 대표적인 악덕기업이다. 이런 회사가 우리나라 대학교와 관련기관 등에 장학금과 기부금을 지원해왔다. 장기적이고 치밀한 지원방식을 통해 이들을 GM 학자로 육성한다. 또는 관료로 진출시켜 몬산토 홍보를 하도록 만든다. 자신도 모르게 몬산토의 GMO 홍보관이 되는 것이다. 과거 일본 제국시대 당시 장학금을 받아 양성된 관료와 학자들이 일제를 미화했던 일과 비슷하다. 무서운 일이다. 몬산토 장학생들은 지금 각 분야에 퍼져 나가 있다. 몬산토의 로비는 정치계와 학계, 식품업계 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 농식품부 등 관료조직은 어떤가.

▲ 대부분 기획재정부 관료출신들이 농식품부에 소속되어 있다. 농정당국 관료들은 WTO, FTA 등 개방농업정책의 골수분자들이다. 신자유주의 관료집단이다. 이들은 관련학자들과도 깊게 영합해 지금의 관료사회를 형성했다. 새로운 문재인 정부에 관료개혁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문제를 들여다보면 문제가 좀 있다. 어떤 면에서 농업문제도 사드문제와 흐름이 비슷하다. 사드 기습배치처럼 밥쌀 기습공고도 박근혜 정권이 했던 수법과 같은 방식이다. 심하게 말하면 그런 관료들을 ‘장물아비’라 말하고 싶다. 도둑놈 물건 싸게 사서 이익을 같이 보는 못된 짓을 했으니 장물아비가 아닌가. 당신들이 먹고 있는 쌀과 채소에는 농민들의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봤자 본전도 못 건진다. 농민들은 신음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데 당신들은 배만 채우고 있다고 질책을 한다. 그런 사실을 모르느냐고 따질 때도 많다.

 

 

- 군대와 학교 등에 대한 GMO 급식도 문제다.

▲ 정부가 아직 정확한 통계를 밝히지 않고 있다. 미래 한국을 이끌 학생들과 군인들을 GMO ‘마루타’(실험용 인간)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군인을 실험대상으로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국가가 오히려 더 질 좋은 농산물을 공급해 줘야 한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서도 안전한 농산물 급식을 지원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다. 소중한 미래자산인 군인과 학생들에게 GMO 농산물을 먹이는 GMO 관료들을 소상히 밝혀내서 국민들에게 알리고 모두 내쫓아버려야 한다. 부모들이 이런 심각한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잘못된 정책들을 폐기할 수 있게 된다. 국민건강을 파괴하는 나쁜 정책을 추진한 관료추방운동도 벌일 수 있다. 이를 위해 전농을 비롯 시민단체들이 투쟁하고 밝혀내 이런 사실을 널리 알려 나갈 것이다. 단기간에 어렵겠지만 꾸준한 GMO반대운동 전개가 필요하다.

 

 

- 농민인권선언은 어떤 상황인가.

▲ 글로벌 자본이 침식한 농업문제와 농민인권문제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유엔이 추진하는 농민인권선언을 수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 속에서도 유독 농민인권반대를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은 카길, 몬산토, 신젠타 등 농업대자본이 집중된 국가다. 이들 회사는 인권보다 이익이 먼저다. 탐욕에 눈이 먼 이들은 국제회의에서도 농민편이 아니다. 여기에 한국은 미국 눈치를 보며 따라가는 느낌이다. 도시민과 농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이자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다. 국가공무원이 주 5일 일하면 농민들도 그런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줘야 한다. 일정한 일과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한국도 시대적 흐름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하지만 외교부와 농림부는 전혀 이런 문제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미국이 반대하니까 눈치를 보는 아주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사드 눈치 보듯 미국만 맹종하는 사대주의적 태도가 관료 사회에 깊게 배어 있다.

 

 

- 핵발전소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농촌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 않겠나.

▲ 만약 청와대 앞에 핵발전소를 세운다면 어떤 반응일지 묻고 싶다. 안 된다고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다. 서울지역에 세운다면 서울시민이 연일 반대시위를 하지 않겠는가. 힘이 없는 농촌은 그렇지 못하다. 30년간 온갖 것을 이용하고 부려먹은 정부가 핵발전소나 핵폐기물처리장, 쓰레기매립장 같은 것들을 깨끗한 농촌지역에 밀어붙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상기해야 한다.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를 본 독일은 핵발전소 건립을 전면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더구나 한국은 일본과 매우 가깝다. 정부의 핵발전소 정책은 주로 농어촌에 집중되어 있다. 월성, 고리 등 원전이 세워진 경남지역은 300만 인구가 밀집한 곳이다. 영화 ‘판도라’에서 보여 주듯이 핵은 인류가 절대로 쓰면 안 되는 죽음의 에너지다. 핵에너지 옹호론자들은 원전의 경우 비용은 저렴하고 깨끗한 에너지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몇 십 년 동안 쓰인 비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 쓰레기매립장 문제는 어떤가.

▲ 사람이 사는데 화장실이 필요하듯이 쓰레기매립장은 꼭 필요하다. 그렇더라도 지역 주민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환경을 오염시켜가며 농촌 지역에 매립장을 짓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핵 폐기장 건설문제 역시 지역주민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폐기장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가지 않게 된다. 마을이 황폐화 되고 만다. 노인만 남고 젊은이들은 도시로 떠나버리는 원인이 된다. 부동산업자들은 땅값을 후하게 쳐준다고 하면서 농민들을 솔깃하게 만든다. 땅값 문제로 한 동네 주민들을 이간질해서 갈라놓는다. 업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장난을 친다. 평생을 함께 해온 마을주민들을 반으로 갈라 서로 원수지간을 만든다. 쓰레기매립장 건설이 가져오는 또 하나의 폐단이 이것이다. 농촌지역에 함부로 지어서는 절대 안 된다.

 

 

- 앞으로 어떤 식으로 활동해나갈 것인가.

▲ 정권이 바뀌었지만 전농이 싸우는 대상은 오직 한가지다. 신자유주의 체제와 결탁한 자본가와 관료다. 역대 정권 수십 년 동안 이 체제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장차 남북교류도 해야 한다. 이 문제를 풀려면 미국과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중요하다. 정치-경제-군사안보 부분에서 부딪칠 사안이 분명히 존재한다. 남북평화회담을 위해서는 미국과 외교적으로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물론 농민들의 경우 현 정부와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 농민들이 시위 중에 맞아 죽은 일도 있었다. 농민 쌀 투쟁도 자본주의체제에서의 개방농업정책과 마찰을 빚었다. 박근혜 정권이 백남기 농민을 학살한 것도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이다. 정부의 근본정책과 철학이 바뀐다면 박수를 칠 것이다. 협력할 것은 협력할 것이고, 그런 방향으로 가게 하려면 부단한 투쟁을 할 수 밖에 없다.

 

 

- 끝으로 정부 등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 국가와 국민에게 있어 농업과 농민은 조강지처와 같다. 옛날 말에 남자가 조강지처를 버리면 되는 일이 없다고 했다. 천박한 자본주의 체제에 젖어 사는 현대인들은 순전히 자기 힘으로만 살아온 것으로 착각한다. 자기만 잘났다며 조강지처(농업)를 버린 사회인 것이다. 사회철학이 빈약하다. 소중한 생명을 만들어내는 농업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너무 낮다. 그러면서 외국농산물을 사다먹으면 해결된다는 사고방식이었다. 이런 관념이 농업을 이 지경으로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다. 생명이 없는 정책과 인식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러면 세상이 달라지고 농업이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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