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 오른 ‘그림자’

[위클리서울=김승현 기자] 정치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다시 어른거리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2심 재판을 전부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찬반 입장으로 치열하던 여야가 눈길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각 당 대부분은 판결을 존중하는 분위기였지만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자유한국당은 조 후보자 의혹과 연결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법원 판결의 후폭풍을 전망해 봤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국정농단 사건의 최종 귀결점을 어디로 향하게 될까.

대법원이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2심 재판을 모두 다시 해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파장은 장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사법부는 신속한 파기환송 절차를 통해 적법한 판결을 내려주기 바란다”며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 사태와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한국당은 진정한 과거 반성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한국당을 향해 공세를 펼쳤다.

이에 대해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공직자에 대한 뇌물혐의는 분리선고해야 한다는 절차적 문제에 대한 판단에 그쳤다”며 “파기환송심에는 정치적 고려, 정국 상황을 배제하고 오직 증거와 법률에 의한 엄밀한 심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 세상에 드러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총체적 비리, 대통령 일가에 관련한 의혹, 이미 고발된 여러 국정농단 사건들은 오늘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본 많은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고 물줄기를 돌렸다.

최도자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사법부의 엄정한 판단을 존중한다”며 “이번 판결만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법원의 판단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도 “오늘의 선고를 통해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국가 최고권력이 전방위적으로 개입해 벌어진 불법 투성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됐다”며 “오늘을 기점으로 삼성이 이씨 일가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의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은 “파기환송 결정은 혐의사실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사법절차에 대한 판단이라는 설명”이라며 “사법절차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이에 반해 청와대는 “우리가 대법원 판결에 대해 평가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후속 과정 ‘주목’

이번 추석 민심은 내년 총선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 후보자에 대한 찬반 양론이 국민들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농단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친박과 반박의 대결로 얼룩졌던 한국당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당은 “역사는 반드시 되풀이 된다”며 조 후보자에 대한 의혹과 연결시키려 안간힘을 썼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보수대통합을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 농단이 다시 얘기되는 것은 그다지 득이 될 것이 없을 것 같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나올 경우 다시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와의 관계를 고려해도 마냥 편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2심과 달리 정유라에 제공된 말 3마리와 삼성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원이 뇌물로 인정됐다"며 "재벌개혁과 적폐 청산을 바라는 국민적 열망과 상식이 반영된 판단으로 환영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의 김정현 대변인도 “대법원이 국정농단사건에 대해서 더욱 엄정한 판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존중한다"며 "파기 환송심에서 신속하게 추상같은 판결을 기대하며 다시는 이 땅에 제2의 국정농단사건이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시민, 노동단체들도 대체로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은 만큼 파기환송심에서 제대로 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보성향 단체들은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에 맞게 파기환송심에서 2심보다 엄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고, 이에 반해 보수성향 단체들은 여론재판이 아닌 엄격한 법리에 입각한 판결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국정농단의 핵심축이었던 '정경유착'이 이번 대법원판결을 통해 확인됐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이 '재벌 봐주기 재판'이었다는 것 역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항소심 재판 이후 시민단체가 지적한 사항이 모두 나왔다"며 "법률에 따라 경영권 승계 작업의 뇌물이었다는 게 다 확인됐다"고 반겼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논평을 통해 "대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2심 판결 중 무죄로 봤던 부분을 추가로 뇌물로 인정하고, 삼성에 경영 승계작업이 있었음을 분명히 해 원심을 파기환송 했다"며 "사법부는 이제 마지못해 내리는 최소한의 양형이 아닌, 적극적인 법리 적용과 해석으로 부정한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역시 논평을 통해 "미르·K스포츠재단 문제에 대해서는 제삼자 뇌물수수죄가 인정되지 않았다"며 "정치권력이 전경련과 같은 이익단체를 이용해 공익법인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할 경우 합당한 형사처벌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다시 이슈로 떠 오른 ‘국정농단 사건’이 민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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