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의 의무" 국민의힘, "법관 길들이기"
野 김명수 탄핵 주장까지…민생법안 처리에도 영향

ⓒ위클리서울/ 왕성국 기자

[위클리서울=김경배 기자]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여야간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소추 대상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탄핵을 이유로 반려한 것으로 추측되는 녹취록까지 공개되면서 야당이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까지 주장하고 나서면서 민생법안 처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는 4일 본회의에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석 288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 기권 3명, 무효 4명으로 가결했다.

투표결과를 보면 민주당을 포함해 열린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소속 의원들은 모두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지고 보수 진영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반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안을 두고 진보, 보수진영 입장이 명확히 나뉜 것이다.

탄핵안 가결 이후 반응도 극명히 갈렸다. 민주당은 “삼권분립에 따른 사법부 견제는 입법부의 의무”라며 재판부 독립을 위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적절했다”는 반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에 대해 "정부 수립 이래 독재 권력에 휘둘린 사법의 숱한 과오를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번이 최초의 법관 탄핵이라는 것이 오히려 믿기지 않을 정도"라면서 "삼권분립이라는 민주 헌정 체제가 처음으로 작동했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야당은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비난하지만, 그것은 타성적인 잘못된 비난"이라면서 "난폭 운전자 처벌을 운전자 길들이기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언제부터인지 판결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면서 "이번 탄핵 계기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진정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탄핵한 표결 이후 "법관도 예외 없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 행위를 할 경우에는 국회가 탄핵을 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국회의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서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판부의 독립, 재판의 독립이 실현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김 대법원장의 녹취록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위법행위에 대한 탄핵이 논의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표 수리를 안 하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탄핵소추를 '법관 길들이기'로 규정하며 탄핵안 가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표결 당시에는 '분풀이 졸속탄핵 사법장악 규탄한다', '사법양심 내팽개친 김명수를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공개된 김명수 대법원장과 임성근 부장판사간 녹취록에 대해 "거짓말쟁이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권위와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며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속죄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 가결된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안에 대해 "불법 탄핵, 부실 탄핵을 민주당이 일사불란하게 해치웠다"며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졌고 법원 자체에서도 견책밖에 되지 않았던 사안을 임기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실익이 없는 탄핵에 나섰고, 사실관계 파악이나 당사자 변소조차 듣지 않은 졸속 탄핵이었다"고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서는 "임성근 판사 탄핵안에 이어서 내는 것이 의미가 왜곡될 수 있는 점, 민주당이 탄핵을 적극적으로 막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면죄부 줄 수 있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신중하다"면서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여권이 주도한 법관 탄핵소추에 야당이 크게 반발하면서 앞으로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대치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까지 예고했다.

법관 탄핵 정국이 지속될 경우 민생법안 처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핵심 입법과제인 협력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이나 규제샌드박스 5법 등 상생연대3법 중 최소 1개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야권의 반발이 계속되면서 처리가 난망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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