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네 차례 미뤄진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기업결합
대우조선해양 매각 재검토 국감서도 지적…산은회장 “대안 검토 시기 아니야”
대우조선해양 노조 “매각 철회 촉구”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위클리서울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거제조선소 ⓒ위클리서울 /대우조선해양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지난 2019년 1월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이 결정된 대우조선해양의 결합 승인이 2년 9개월째 미뤄지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올해 안에도 승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 조선 3사가 전 세계 LNG선 발주량의 94% 차지하자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맡은 EU는 독과점을 우려해 결정을 미루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국감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되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매각 작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대우조선 매각 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벌써 네 차례 미뤄진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기업결합

지난 2019년 1월,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에 산은이 보유한 주식 5,970만주를 현물출자하고, 현대중공업의 상환전환우선주 1.25조 및 보통주 600만주를 취득하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1.5조 제3자배정 증자에 참여하는 계약이다.

이어 같은 해 7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가 개시됐고 현재는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 절차 진행 중에 있다. 카자흐스탄과 싱가폴, 중국은 승인했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과 EU는 심사 중에 있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본계약 체결 후 1년 안에 완료하겠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특히 EU의 심사 지연으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계약을 4번째 연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사 지연은 LNG선 독점 해소 방안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답변이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있다.

지난 2018년 말 기준 세계 수주물량 1위는 현대중공업그룹(1만1145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2위는 대우조선해양(5844CGT)이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성공할 경우 세계 1위 자리를 공고하게 할 수 있게 된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될 경우 독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019년 말 EU 집행위 자료에 따르면 EU는 조선 시장은 대형 컨테이너선, 유조선, LNG선, LPG선 총 4가지 시장으로 나누고 각 시장의 독과점 가능성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LNG선 발주량인 152만 9412CGT(표준선 환산 톤수) 중 143만 352CGT를 국내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수주했다. 한국기업이 전 세계 발주량의 94%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1960년대부터 30년 동안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다 2000년 전후로 한국에 밀려난 일본 역시 이번 M&A에 부정적인 분위기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1년 넘게 아예 기업결합 심사가 중단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 실적 악화로 인수 포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영업손실 1조 74억 원을 기록했다. 연말 즈음, 대우조선해양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은 금년도 LNG선 수주 25척, 대우조선해양은 6척으로 현대중공업이 영업호조를 보이고 있어 대우조선의 매각일정이 불확실한 상태일지라도 서두를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위클리서울 /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장 ⓒ위클리서울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매각 재검토 국감서도 지적…산은회장 “대안 검토 시기 아니야”

한편 지난 국감에서 LNG선 시장의 독과점 해소 문제 등 현실적인 이유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하지만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매각 작업에 매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열린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2년 9개월가량 계약이 연기되는 상황에서 연말까지 유럽연합(EU)에서 승인받지 못하면 국고손실 등 리스크는 점점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LNG선 시장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독과점 해소는 별도로 회사를 분리하여 매각하지 않는다면 어려운 현실"이라며 "또한, 발주처인 유럽의 해운사 비중이 약 30%이므로 EU 결합심사가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매각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책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산업은행이 국고 부담을 줄이고 대우조선의 기업가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대우조선해양을 무조건 매각하는 것이 아닌, 포항제철 방식의 국민주 공모 방식 등 다양한 방법을 검토해달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 매각과정에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다른 대안을 검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다양한 대안에 관해 고민하는 부분을 공감한다"면서도 "매각의 가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거기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검토 대안에 있어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생존 가능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일시적인 수주 등에서 실적이 개선된다고 하지만, 아직 대규모 적자를 보이고 있으며 기초적인 경쟁력이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대안을 검토해야 할 시기가 오고, 필요가 있으면 검토해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노조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와 함께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매각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대우조선노조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와 함께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조선 매각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대우조선해양 노조 “매각 철회 촉구”

이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이동걸 산업은행장을 규탄하고 대우조선 매각 결정 철회를 촉구했다.

대우조선노조는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와 함께 26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확실한 매각 절차의 교착은 대우조선에도, 국민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우조선의 매각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매각 철회와 원점 재검토만이 국민의 세금을 절약하고, 국가 기간산업의 역량을 그나마 보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대우조선 매각 문제는 단지 공적 자금이 투여된 두 기업을 산업은행 관리에서 해제하고 다른 기업에 넘기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 “막대한 규모의 공적 자금의 투입과 회수 문제, 국가 경제에 대한 기여도, 책임 모면을 위한 공정거래 당국 압박까지 그야말로 ‘매각 게이트’라고 칭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산업은행 등이 당초 호언했던 한국 조선산업 역량 훼손 없는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이라며 “산업은행은 노조와 시민사회를 비난하며 매각 실패의 책임을 모면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교착상태가 이어질수록 대우조선과 한국 조선산업의 역량과 생태계 훼손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대우조선 매각이 국내 조선산업을 동반 몰락시키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라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매각을 철회하고 노사 자율교섭을 보장하라"고 밝혔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산업은행 서울 본사 앞에서 매각 철회를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전국 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에 따르면 천막농성 7일차인 20일 오전 8시부터 신태호 수석 부지회장이 무기한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그는 매각 철회와 노사 자율교섭 인정을 강력히 촉구하고자 단식을 결심했다.

이들은 지난 14일 오후 11시부터 같은 내용으로 무기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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