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위클리서울 /현대자동차 그룹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 ⓒ위클리서울 /현대자동차 그룹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이 올 3분기 누적 기준 내수 판매량 세계 7위, 완성차기업 세계 5위에 올랐다. 

이처럼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 전기차 대중화되기 까지는 몇몇 과제들이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열린 '2021 KAIDA 오토모티브 포럼'에서 향후에는 '충전 시간'이 전기차 경쟁력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짧은 주행거리, 충전기 확충 등도 소비자 유인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 같은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부품과 배터리 등의 공급망 문제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세계 7위로 올라서

12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간한 '산업동향'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기준 글로벌 전기차(BEV) 시장에서 한국은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7만1006대로 세계 7위를 나타냈다.

연간 내수 판매량에서 세계 8위였던 2019년과 지난해에 비해 한 단계 상승했다.

올 1~3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중국(176만대)이 1위다. 이어 미국(27만대), 독일(24만대), 영국(13만대), 프랑스(11만대), 노르웨이(8만대) 순이다. 7위를 차지한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5만대)가 8위다.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지원 정책과 소비자 인식 개선에 힘입어 전기차 판매량은 물론 판매비율도 증가했다는 것이 연구원 측의 설명이다.

전체 신차 중 전기차 판매 비율 역시 5.5%로, 유럽을 제외한 국가 중 중국(9.4%) 다음으로 높고 미국(2.3%)의 2배를 넘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신모델 출시에 힘입어 올 3분기 누적 기준 15만9558대를 판매, 글로벌 완성차기업 중 전기차 판매 5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모델인 '코나', '니로' 외에 2020년 '포터2 EV', '봉고 EV'를 출시한 데 이어 올해도 '아이오닉5', 'EV6', 'GV60' 등 다양한 신형 모델을 선보이며 전기차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글로벌 판매 1위는 보급형 모델 판매를 확대하며 글로벌 판매 1위를 수성 중인 테슬라(62만5624대)로 나타났다.

이어 상하이차(41만3037대), 폭스바겐(28만7852대), BYD(18만9751대) 순이다. 스텔란티스(13만6396대)와 르노닛산(13만5158)은 각각 6위와 7위를 기록하며 현대차를 바짝 추격했다.

연구원은 "테슬라는 보급형 모델 판매를 확대하며 글로벌 판매 1위를 수성 중이고, 중국 기업을 제외하면 폭스바겐·스텔란티스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배터리기업 3사 역시 공격적인 투자와 거래선 확대로 글로벌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누적 판매용량이 전년 동기 세계 3위에서 2위로, SK이노베이션은 11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LG엔솔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 문제 관련 GM과의 리콜 합의 후 공급 재개와 공격적 신규 투자로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는 평가다. SK이노는 현대차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글로벌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드와 함께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신설,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전년 동기 7위에서 올해 8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판매량 성장률은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우디, BMW, 볼보, 롤스로이스 등 유럽 프리미엄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부품기업들도 전장부분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속속 글로벌 100대 자동차부품기업에 신규 진입했다.

미래차 전장 부품 사업을 하는 SL, 서연이화, 유라 등 3개 기업이 100대 자동차부품기업에 신규 진입했고, 순위 외의 다른 국내 기업들도 IT 계열사 통합, 조인트벤처, 인수합병 등을 통해 전장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현대오토에버(IT서비스), 현대엠앤소프트(내비게이션·정밀지도), 현대오트론(차량 소프트웨어) 3개 계열사를 통합했고, LG전자는 지난 7월 마그나와 합작사를 설립한 데 이어 9월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 보안업체 '사이벨럼'을 인수했다.

연구원은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내에서 향후 한국의 입지 강화를 위해서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안정화, 배터리 신뢰성 확보, 내연기관 부품기업의 사업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위클리서울 /한국자동차연구원
ⓒ위클리서울 /한국자동차연구원

전기차 대중화 필요충분조건은 ‘충전 시간 단축’

국내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구매자들은 ‘긴 충전 시간’에 큰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및 소비자 트렌드'를 주제로 연 이번 포럼에서 최현기 컨슈머인사이트 수석은 "국내 전기차 구매자 72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구매자 대부분은 30~40대 남성으로 전체 52%를 차지했다"며 "전문직, 경영직 등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월 평균 가구소득은 703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상용화를 위해선 △주행거리 △충전시간 △충전 인프라 문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그는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 시간, 충전 인프라 부족 등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이라며 "국내 전기차 시장에 충전소 확대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조사 결과에서는 충전시간 단축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혔다. 실제 구매자들이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어서다. 조사에서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구매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안은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 시간 △배터리 내구성 △높은 차량 가격(내연기관차 대비) 순이었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 본 전기차 구매자들은 △긴 충전 시간 △배터리 내구성 △짧은 주행거리 △자택 충전 가능 △부족한 충전소 순으로 불편함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충전과 관련된 문제가 더 중요한 상위로 올라간 것이다.

최 수석은 "현재 전기차 급속 충전 소요 시간 평균은 47분이지만 소비자들은 30분 이내 급속 충전이 되길 원하고 있다"며 "앞으로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보단 긴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전 인프라도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최 수석은 "전기차 구매 전, 자택 충전 여부는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었으나 막상 구입하고 나면 자택 충전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스베인 그란덤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상무참사관, 임한규 KAIDA 부회장, 최현기 컨슈머인사이트 수석, 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이 16일 ‘2021 KAIDA 오토모티브 포럼’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KAIDA 제공
왼쪽부터)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스베인 그란덤 주한 노르웨이 대사관 상무참사관, 임한규 KAIDA 부회장, 최현기 컨슈머인사이트 수석, 황우현 제주에너지공사 사장이 16일 ‘2021 KAIDA 오토모티브 포럼’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KAIDA 제공

“전기차 충전서비스 확충도 시급”

이날 포럼에 참여한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충전소 인프라 구축과 관련된 충전서비스 모델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충전빌딩과 같은 복합서비스 형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전세계 전기차 수요는 560만대로 전망되는데 올해 처음으로 신차 판매 비중이 7% 넘어갈 것으로 보고 국내도 5%를 넘길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산 전기차는 5만대, 수입차는 2만대 팔리며 전기차 비중이 27%로 상당히 높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전기차 시장 전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전기차 유인책이 제공돼야한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상시적인 생활 충전 환경을 조성하고 친환경차 세제 혜택을 연장해 전기차 소비자를 위한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2025년 전기차에 내연차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동등성이 확보될 것"이라며 "내연차와 가격동등성이 있어야만 세계시장에서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초 2025년까지 전기차의 가격을 1000만원 이상 낮추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가격 인하의 핵심 요소는 배터리다. 배터리가 전기차 완제품 전체 가격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전용플랫폼, 부품 소재 국산화 등을 통해 차량가격을 인하하고 내연차 수준의 가격 경제성 확보에 노력해야 전기차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지난 2016년 '디젤 자동차의 미래'를 주제로 시작된 KAIDA 오토모티브 포럼은 시대적 트렌드에 맞는 자동차 시장 및 기술에 대한 정보 공유와 미래 방향성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매년 개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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