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취임 4년 만에 최대 인사…주력 계열사 CEO 유임 ‘핀셋 인사’
롯데 파격적 인사…순혈주의 깨고 외부인사 영입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위클리서울 /각 사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위클리서울 /각 사

[위클리서울=우정호 기자] 단계적 일상회복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며 산업계가 저마다 새로운 경영 환경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LG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혁신을 주도할 세대교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LG그룹은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대부분 유임하고 40대 신임 임원을 대거 발탁했다.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성과와 경륜을 고려해 '안정과 혁신'을 추구했다.

유통 부문 수장을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롯데는 수년간 계속된 실적 부진에 '이대로 가면 경쟁에서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여의도 LG 트윈타워 앞 현판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여의도 LG 트윈타워 앞 현판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구광모 취임 4년 만에 최대 인사…주력 계열사 CEO 유임 ‘핀셋 인사’

지난 25일로 마무리된 LG그룹 2022년도 임원 인사는 구광보 LG그룹 회장이 2018년 취임한 이후 실시한 네 번의 인사 중 최대 규모다.

성과주의 원칙에 근거해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대부분 유임하거나 일부는 승진하고, 신임 임원은 40대를 중심으로 대거 발탁한 것이 특징이다.

LG에 따르면 이번 임원 인사에서 신규 임원 132명을 비롯해 총 179명이 승진했다. CEO와 사업본부장급 5명을 발탁한 것까지 포함하면 총 인사 규모는 181명으로, 지난해(172명)보다 9명 늘었다.

구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 격이었던 권영수 부회장이 ㈜LG 최고운영책임자(COO)에서 최근 LG에너지솔루션 CEO로 자리를 옮기면서 CEO급 일부가 바뀌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LG COO를 맡게 됐고, LG전자에서는 조주완 부사장이 새 CEO·사장으로 승진했다. 그 외 대부분의 계열사 CEO는 유임했다.

이번 인사로 LG그룹의 부회장은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에 권봉석 부회장까지 총 4명이 됐다.

권 부회장은 LG전자에서 가전·TV 사업은 성장시키고 장기 적자였던 휴대폰 사업은 철수하는 결단을 한 인물로,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철학에 부합하는 적임자로 꼽힌다.

신임 상무에는 총 132명 선임됐다. 지난해(118명)보다 14명이나 늘었다. 특히 신규 임원 중 40대가 82명으로 62%를 차지한다.

권봉석 ㈜LG COO, 조주완 LG전자 CEO·사장 ⓒ위클리서울 /LG전자
권봉석 ㈜LG COO, 조주완 LG전자 CEO·사장 ⓒ위클리서울 /LG전자

이번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은 1980년생으로 올해 41세인 LG전자 신정은 상무다. 여성인 신 상무는 차량용 5세대 이동통신(5G) 텔레매틱스를 선행 개발해 신규 수주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상무로 발탁됐다.

이향은(43) 상무, 김효은(45) 상무 등 여성 임원들도 외부에서 LG전자로 영입됐다.

지주사인 ㈜LG는 ▲ 미래 신규사업 발굴·투자를 담당할 경영전략부문 ▲지주회사 운영 전반과 경영관리 체계 고도화 역할을 할 경영지원부문을 신설한다.

이를 통해 각 계열사가 고객 가치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하범종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CFO 겸 경영지원부문장을 맡게 됐다. 이외에 지주사 팀장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의 젊은 임원들을 중용해 참모진 세대교체를 꾀했다.

LG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공급망 리스크 등으로 인한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성과를 창출하면서도 연륜과 경험을 갖춘 기존 경영진에게 신뢰를 보내 지속성장의 기반을 탄탄히 하는 한편, 역량을 갖춘 리더에게는 새로운 중책을 맡겨 미래준비와 변화를 가속화하고자 하는 조치"라고 전했다.

명동 롯데백화점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명동 롯데백화점 ⓒ위클리서울 /우정호 기자

롯데 파격적 인사…순혈주의 깨고 외부인사 영입

지난 25일 인사를 단행한 롯데그룹을 두고 파격의 연속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 내에서도 특히 '순혈주의'가 강했던 유통 부문의 수장을 모두 외부에서 영입했고, 신동빈 체제의 상징 중 하나로 꼽혔던 사업 부문(BU) 조직도 폐지했다.

롯데쇼핑 대표에는 김상현(58) 전 홈플러스 부회장, 호텔롯데 대표에는 안세진(57) 전 놀부 대표이사가 영입됐다.

1979년 롯데쇼핑 설립 이후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은 것은 42년 만에 처음이다.

롯데쇼핑은 대표뿐 아니라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등 4개 사업 부문 중 3개 부문을 사실상 외부 출신이 맡게 됐다.

정준호 신임 백화점 사업부 대표는 1987년 신세계백화점 공채로 입사해 조선호텔, 신세계 이마트 부츠(Boots) 사업 담당을 거쳐 2019년에 롯데쇼핑 패션 자회사인 롯데GFR 대표를 맡았다.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왼쪽)과 안세진 롯데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위클리서울 /롯데
김상현 롯데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왼쪽)과 안세진 롯데호텔군 총괄대표 사장 ⓒ위클리서울 /롯데

이커머스 사업부를 총괄하는 나영호 부사장은 이베이코리아 출신이고, 강성현 마트사업부 대표는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을 거친 뒤 2009년 롯데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롯데에 합류한 인물이다.

업계에선 이처럼 롯데쇼핑의 주요 직책을 외부 출신에 맡긴 것은 그룹 성장의 주역이었던 유통사업 부진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유통사업은 한발 늦은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가속화되는 와중에도 온라인 부문이 적자를 거듭했고, 백화점 사업도 경쟁사에 비해 코로나19 '보복 소비' 수요를 제대로 끌어안지 못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고 SSG닷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온라인 시장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고, 신세계백화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롯데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이런 위기 속에 신동빈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인재 확보를 주문했다.

김상현 롯데쇼핑 신임 대표에게는 혁신과 변화를 일으켜 고전 중인 롯데의 유통 사업을 되살리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외부 인사가 대표를 맡게 됐다는 소식에 롯데쇼핑 내부는 뒤숭숭한 모습이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키워드는 조직 개편이다.

롯데는 2017년 3월 비슷한 계열사끼리 묶어 수평적 구조에서 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기 위해 유통과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등 4개 BU 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계열사 간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렵고 더딘 의사결정 속도로 반전의 모멘텀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5년여 만에 전략을 바꾸게 됐다.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등 4개 사업군 내에 신설된 HQ는 총괄대표를 중심으로 현장 경영에 보다 중점을 두도록 했다.

보고체계를 간소화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고 각 그룹사의 자율경영, 책임경영도 강화한다.

사업군별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것뿐 아니라 재무와 인사 기능도 보강해 실행력을 높이고 사업군별로 통합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했다.

롯데는 지주와 HQ, 계열사 간 소통 강화와 조율을 위해 지주의 ESG 경영혁신실 산하에 사업지원팀을 신설했다.

지주는 그룹 전체의 전략 수립과 포트폴리오 고도화, 미래 신사업 추진, 핵심 인재 양성에 주력할 계획이다.

롯데는 "이번 조직 개편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져 조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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