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고향옥 옮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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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유쾌한 작품을 만드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가 이번에는 ‘욕심’을 주제로 책을 냈다. 배우자와 아들, 지나가던 낯선 사람, 노인과 아이 등이 욕심 내는 순간을 ‘신스케 스타일’로 포착해 책에 담았다. 휴일 오전에 빨래를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 두루마리 휴지 포장 비닐을 손으로 쭈욱 찢고 싶은 마음, 배우자가 휴지를 아껴 썼으면 하는 마음 등. 일상 속 소소한 욕심을 그림과 글로 표현했다. 또한 요시타케 신스케 자신이 작가로서, 아빠로서, 훌쩍 중년이 되어버린 어른으로서 품는 갖가지 욕망을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게 고백하기도 한다.

《나도 모르게 생각한 생각들》의 후속작으로, 이번에도 요시타케 신스케의 스케치 노트를 들여다보는 듯한 흥미로운 감각을 잃지 않았다. 전작을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없이 읽을 수 있으며, 각 장 끝에 별도의 설명 없이 스케치만 나열한 <스케치 모음>이 새로 등장한다. 독자가 각자의 방식대로 스케치를 해석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별다를 거 없이 평범한 일상에서 반짝임을 발견하는 능력,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주특기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작 《살짝 욕심이 생겼어》 역시 익숙한 상황에서 다양한 모습을 관찰하고 여러 욕심의 모습을 포착하며, 그 가운데 작가의 통찰력을 보여준다. 잡다한 집안일을 해치운 뒤 쉬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심을 휴일 오전에 붐비는 빨래방에서 발견하고, 어디든 평평하게 만드는 인간의 ‘수평지상주의’라는 욕망을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떠올린다.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살피는 일은 정체성을 살피는 일과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은근하게 떠오른다. ‘나는 무엇을 욕망할까?’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기에, 이렇게 힘든 걸까?’ 덧없이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 뒤 고심하게 되는 물음들. 정답이랄 게 존재하지 않아서 답답하지만, 결국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이런 어른에게 이 책은 고민의 길잡이 역할을 할 여러 생각거리를 넌지시 건넨다. 이때 심각한 것을 심각하게 풀어내지 않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동화적 상상력이 빛난다. 어린이 동화 작가로 유명한 그가 국적과 연령을 넘나들며 사랑받는 이유이며, 이번 책을 삶에 에너지가 필요한 어른에게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살짝 욕심이 생겼어》를 읽으며 독자 자신의 욕심, 삶 등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더불어 고정관념을 뒤엎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만의 시각이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작가는 탐욕, 과도함, 무절제와 같은 선상에서 부정적으로 여기는 ‘욕심’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아무 변화도 생기지 않는 것보단, 무언가를 열망하는 사이 변화하는 모습을 긍정한다. 작가가 내보이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밝은 에너지와 함께 책 전반에 드러난다.

욕심에 대한 통찰력을 얻고 싶은 독자, 유쾌한 상상력을 맛보고 싶은 독자, 재미와 의미가 있는 책을 부담 없이 읽고 싶은 독자 모두가 사랑할 책이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을 채우고자 애쓰는 작가의 모습에 독자는 공감할 뿐만 아니라 애정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일상을 잘 살아내는 힘과 새로운 욕심을 얻을 것이다.

복잡한 질문, 고통스러운 현실을 쉽고 명료하게 표현한 책 《살짝 욕심이 생겼어》를 읽어보자. ‘이왕 사는 거, 잘 살아보자’라는 튼튼한 욕심이 내면에 가득 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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