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도스 제1전시관, 2월 9일부터~ 15일 전시

ⓒ위클리서울/ 갤러리 도스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작가 조정은은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 즉 가상의 공간을 캔버스로 옮겼다. 선명하고 밝은 색채의 사용은 환상적이고도 이상적인 풍경과 하나의 세계를 형성함해 우리를 순식간에 행복감에 젖어들게 만들지만 점차 실재하는 환상이라는 양립할 수 없는 조건에 대한 모순을 깨달으며 이상향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나아가 작가는 자신의 심리적 배경이 되는 대도시 서울과의 대면을 망설이지 않기로 한다. 이는 화면 안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형광색이 간판과 네온사인이 꺼지지 않는 도시만의 색으로 상정되고, 임의로 설정된 다양한 시점의 공간들의 재구성이 젠트리피케이션이나 재건축과 같은 도시의 변모로 은유된다는 데에 있다.

시인 보들레르는 우리에게 낭만과 퇴폐가 공존하는 파리를 보여준다. 도시의 호화로움 그 내부에는 반드시 피폐함이 침전되어 있음을 통찰한 그는 우울하고 공허했으나 도시를 떠나지는 않았다. 우울과 공허는 보들레르에게 도시에 대한 갈망과 해소를 통한 예술혼을 이식해 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는 자신만의 황홀한 우울로 파리라는 도시를 사랑하며 그곳의 풍경을 내재화했고 마침내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창작했다.

조정은의 작품은 이상적 공간을 찾아 떠난 도시 탈출에서부터 시작되었으나, 작품의 양상은 도시적 배경으로부터 완전히 탈피하거나 분리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전시의 제목인 Land(e)scape가 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일차적으로 본다면 도시풍경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함으로써 완전한 공백으로 균형을 잡고 있는 괄호( )라는 유토피아적 공간의 발견과 이를 통한 불안 해소에 대한 희망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괄호 안에는 e라는 도시 탈출의 흔적이 남고 창작의 시작점이 도시적 풍경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점에서 도시를 진정으로 떠날 수는 없음을 즉 유토피아는 불가능한 것이므로 이상일 수밖에 없는 이상으로서의 이상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작가는 보들레르처럼 자신이 나고 자란 서울이라는 도시의 잔상을 존중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그런 만큼 도시풍경을 내재화하고 온전한 작품세계로 승화하는 방법을 고민해 봄으로써,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불안을 해소하고 잠재울 수 있는 치유법으로 회화라는 매체를 접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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