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몽 위로 지음/ 한지우 옮김/ 김영사

ⓒ위클리서울/ 김영사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저자 시몽 위로가 십 년에 걸쳐 정원을 가꾸며 그린 그래픽노블 《정원을 가꾸고 있습니다》가 김영사에서 출간됐다. 원제 《L’Oasis(오아시스)》가 나타내듯, 이는 인공물로 가득한 도시의 사막에서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정원에 관한 이야기이다. 

정원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꽃과 식물들이 깔끔하게 관리된 조용하고 인위적인 풍경을 떠올리지만, 사실 정원은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 식물은 매분 매초 자라나고, 그렇게 한순간도 동일하게 존재하지 않는 식물은 인간의 경계를 모르고 영양분과 집을 찾아 나서는 동물들을 불러들인다. 적막해 보이는 정원도 자세히 보면 늘 여러 생물과 더불어 와글와글하고, 생물들이 서로 만나면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이 책은 이처럼 작지만 생명력이 넘치는 정원을 샅샅이 살펴보게 하는 책이다.

생태 위기의 절박함을 느끼던 저자는 어느 날 직접 자기 손으로 작은 공간에나마 생태다양성을 회복시켜보겠다고 결심한다. 그러고는 직감만 믿고 별다른 준비 없이 일단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한다. 

이 책은 저자가 이사한 직후부터 정원을 가꾸어나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땀 흘리는 노동 현장으로서의 정원을 체험하게 한다. 오랫동안 정원에 방치된 홍자단 덤불을 치우고, 길가에서 발견한 식물들, 버려진 붓꽃과 물옥잠을 가져다 심는다. 작은 식물뿐 아니라 나무나 돌과도 새롭게 관계를 맺어간다. 

저자는 돌을 쌓아 작은 동물들이 욕조 연못에 올라갈 계단을 만들기도 하고, 공간을 꾸미는 구조물로 놓아두기도 한다. 그렇게 빈틈이 메워져 가는 정원에 수많은 곤충과 동물들이 제 발로 찾아온다. 장작더미는 파충류의 보금자리가 되고, 쌓아둔 나뭇가지에는 두꺼비와 고슴도치가 와서 쉰다. 하지만 늘 환영할 만한 손님들만 오는 건 아니다. 말벌이 나무에 집을 지었거나 달팽이가 너무 많이 생기면 정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방이 나무를 병들게 한다면? 고양이가 자꾸 새를 잡아 해친다면? 발로 뛰며 몸소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가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우리가 자연을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충분히 창조성을 발휘하며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