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일 콜드웰/ 이윤정 옮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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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문학평론가이자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 게일 콜드웰. 《명랑한 은둔자》의 저자 캐럴라인 냅과 절친한 사이이자 《먼길로 돌아갈까?》로 국내에 알려진 그가 이번엔 뜻밖의 사건으로 맞이한 인생의 터닝포인트와 기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려견 ‘튤라’를 가족으로 맞이하며 시작한 새로운 생활 그리고 급격히 나빠진 다리 건강에 대한 이야기가 책의 주된 서사다. 특히 어릴 적 소아마비를 겪어 평생 다리를 절어온 저자에게 다리 상태 악화는 적지 않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50대 후반에 접어들며 살 만큼 살아봤다고 생각하던 저자는 이 두 사건을 겪으며 새로운 고통과 사랑, 절실함과 희망을 느낀다.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삶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꿋꿋이 살아내는 태도를 아름다운 비유를 들어 표현했다. 국내 독자에게만 전하는 게일 콜드웰의 서문, 그의 도서를 두 권 번역한 번역가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쓴 옮긴이의 말을 더해 특별함이 배가되었다.

사는 게 쉽지 않다고 느낄 때, 사랑하는 관계에서 기쁨과 고통을 동시에 느껴 혼란스러울 때, 《어느 날 달라진 삶, 설명서는 없음》을 읽어보자. 좋은 책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즐거움을 맘껏 누릴 수 있다. 게일 콜드웰과 캐럴라인 냅의 책을 접했던 독자는 물론, 문학성 있는 에세이를 즐기는 독자가 사랑하게 될 책이다.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은 질병 극복기나 ‘아팠기에 성숙할 수 있었다’라는 교훈을 주는 책과는 거리가 있다. 이 책에서 질병은 없애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저자의 정체성이자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다. 다리 상태가 나빠지면서 저자는 자신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 두려움 앞에 자신은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지를 돌아본다.

소아마비라는 병력을 악마화하거나 절룩이는 상태를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저자의 태도를 접하며 우리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힘들 땐 힘들어하고 절망할 땐 절망하더라도 결국 지금 해야 할 것에 집중하고 서서히 나아가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다. 걷는 속도가 남들보다 절대적으로 느리지만 결국 자신의 속도로 한 발 한 발 내딛는 저자의 모습처럼, 나만의 속도로 살아가겠다고. 특히 삶의 속도에 대해 저자가 선보이는 다채로운 비유는 읽는 재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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