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다모다’ 성분 논란…대기업 ‘안전성’ 내세운 제품 출시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샴푸만 써도 모발이 염색된다는 이른바 ‘염색샴푸’, ‘새치샴푸’가 시중에 쏟아지고 있다. 중소기업 ‘모다모다’ 제품을 시작으로 염색샴푸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지자 대기업과 화장품 업계, 제약회사까지 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다. 업계를 선도하던 모다모다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안전성 지적을 받자, 후발주자들은 외부기관 인증 및 피부 테스트 완료 결과를 인증하며 안전성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시장 조사 기업인 칸타월드패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샴푸 시장에서 염색·새치 샴푸 비중은 약 8%로 추산되며, 올해 1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모다모다 안정성 결과는 염색샴푸 시장 분위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안전이 입증되면 관련 시장 성장세는 더욱 급물살을 타겠지만, 위해하다고 결론이 날 경우 염색샴푸 업계 전체가 주춤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위클리서울/ 모다모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TS트릴리온, 튠나인 제공, 디자인=이주리 기자

활짝 열린 ‘염색샴푸’ 시장…‘안전성’ 도마 위

염색샴푸 시장은 지난해 모다모다의 등장으로 물꼬가 트였다. 이 회사가 출시한 ‘프로체인지 블랙샴푸’는 이해신 KAIST 화학과 교수가 만든 제품이다. 바나나나 사과에 있는 폴리페놀 효소가 공기 중의 산소와 만나서 생기는 갈변 현상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있는 ‘블랙체인지 콤플렉스’를 개발,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감을수록 서서히 새치의 색이 변하도록 했다.

이 제품은 두피와 모발 건강을 위해 블랙 커민씨 추출물, 검은깨 추출물, 검은 뽕나무 추출물을 더했다. 코코넛 유래 계면활성제를 사용했으며, 실리콘과 파라벤, 인공색소, 인공향료, 동물 유래 성분 등 유해성분 8가지를 배제했다. 식약처가 ‘염모제’ 성분으로 지정한 PPD, p-아미노페놀, m-아미노페놀 등의 성분도 뺐다.

실제 머리 색이 변하는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모다모다 제품은 지난 4월 말 기준 320만병 이상이 판매됐다. 지난해 미국에도 진출하는 등 국내외에서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홈쇼핑에서 20회 연속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모다모다는 출시 6개월 만에 철수 위기에 놓인 바 있다. 식약처가 지난 1월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핵심 성분인 ‘1, 2, 4-트리하이드록시벤젠(1,2,4-Trihydroxy benzene, 이하 THB)’을 화장품 사용 금지 원료로 지정하면서다.

식약처는 THB 성분에 잠재적인 유전독성과 피부 감작성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머리를 매일 감는 소비자들의 특성에 따라 해당 성분이 반복적으로 피부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유전자 변형으로 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유럽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도 THB를 유럽 내 화장품 사용금지 원료 목록에 추가하고 관련 제품 판매를 중지했다.

 

모다모다__프로체인지 블랙샴푸_ 100g 소용량과 300g 이미지 컷
모다모다 '프로체인지 블랙샴푸' 100g 소용량과 300g 이미지 컷 ⓒ위클리서울/ 모다모다 제공 

모다모다는 유럽 외에 미국, 일본, 호주 등 많은 나라에서 THB를 규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유럽이 중단한 것은 ‘염모제와 THB가 같이 함유된 경우’이며, 당사가 출시한 제품은 염모제 성분이 없기 때문에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한국에서 사업길이 막히면 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모다모다와 카이스트는 ‘새 정부에게 바란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이 샴푸와 같은 원천기술은 규제가 아닌 연구와 심사의 대상”이라며 “당사의 혁신 제품 자연 갈변 샴푸가 공인인증 검사기관의 공정한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현재 모다모다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3월 식약처에 THB 성분에 대한 재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단, 모다모다는 2년 6개월 안에 식약처가 납득할 만한 안전성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_려
아모레퍼시픽 '려' ⓒ위클리서울/ 아모레퍼시픽 제공

대기업·제약회사 너도나도 ‘염색샴푸’ 진출

염색샴푸 시장은 점점 커지는 추세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생활용품 대기업에 이어, 토니모리와 일동제약까지 새치커버용 샴푸를 출시하며 후발주자 경쟁을 시작했다. 이들은 특히 자사 제품의 ‘안정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4월 새치 커버 효과를 갖춘 ‘려 더블 이펙터 블랙’ 샴푸와 트리트먼트 제품을 이마트와 SSG닷컴, G마켓을 통해 출시했다. 회사는 정식 출시 전 사전체험단을 모집했고, 조사에서 새치 커버 만족도 99%를 얻었다. 이 제품은 블랙 토닝 성분이 새치 커버 성분을 모발 표면에 강력하게 달라붙게 해 새치를 점점 어둡게 누적 코팅시켜 자연스러운 커버 효과를 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위험 성분이 없어 안전하고 두피 자극과 모발 손상 부담을 줄였다는 점을 앞세웠다. 회사에 따르면 이 제품은 국내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 준수와 함께 독일 더마테스트 최고 등급인 ‘엑설런트’를 획득했다. 또 영구 염모제에 사용되는 산화제와 영구 염모 성분을 포함하지 않았다.

 

LG생활건강_리엔 물들임 새치커버 샴푸&트리트먼트
LG생활건강 '리엔 물들임 새치커버 샴푸&트리트먼트' ⓒ위클리서울/ LG생활건강 제공 

LG생활건강은 ‘리엔 물들임 새치커버 샴푸’와 ‘리엔 물들임 새치커버 트리트먼트’ 2종을 내놨다. 이 제품은 손톱에 봉숭아 물을 들일 때 주황색 염료가 선명하고 오래가도록 백반을 사용하는 원리에 착안해 개발했다. 모발에 염료를 단단히 결합해주는 백반 역할을 하는 ‘블랙틴트 콤플렉스TM’를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블랙틴트 콤플렉스TM’는 검은콩과 검은깨 추출물, 홍화꽃과 치자 성분이 함유됐다. 또 탈모 기능성 주성분 및 LG독자 폴리페놀 성분, 콜라겐, 단백질 등 두피와 모발을 위한 영양 성분도 담겼다. 식약처에 보고된 탈모증상완화 기능성 제품이며, 아모레와 마찬가지로 독일 피부과학연구소 더마테스트에서 ‘엑설런트’ 등급을 받았다.

토니모리는 지난 3월 모발관리 브랜드 튠나인을 통해 염모 기능성 새치 샴푸인 ‘내추럴 체인지 컬러샴푸’를 출시했다. 이 제품 역시 머리를 감기만 해도 새치 및 백모를 자연스러운 애쉬 브라운이나 다크 브라운 컬러로 케어해준다. 모발 색상 지속력에 대한 임상실험을 완료한 것은 물론, 검정콩, 단풍나무 추출물 등이 함유된 블랙&황금 콤플렉스를 독자적인 마이크로 리포좀 방식으로 적용시켜 새치 모발을 케어할 수 있게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토니모리에 따르면 이 제품은 식약처가 금지한 THB 성분과 무관하며, 국내 식약처에서 고시된 성분만 사용한 pH3~5 약산성 저자극 염색샴푸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약학박사 34년 개발 경력 석창현 연구소장이 이끄는 메가코스 모발두피 과학 연구소를 통해 탄생한 샴푸”라고 소개했다.

일동제약도 ‘프로바이오틱 컬러 피그먼트 샴푸’를 판매한다. 이 제품은 일동제약의 유산균 기술이 적용된 ‘아쿠아 프로바이오틱’ 물질을 비롯해 검은콩, 흑미 등의 ‘블랙 푸드’, 라벤더, 히아신스와 같은 ‘블루 플라워’에서 얻은 자연 유래 성분 등 원료들이 함유됐다.

이 제품은 두피 건강과 안전을 위해 파라페닐렌디아민(PPD), 설페이트, 실리콘, 파라벤 7종 등의 첨가물과 16가지 유해 성분 사용을 배제했다. 민감성 피부 자극 시험 등 피부 및 두피 자극 테스트도 완료했다. 회사 측은 “식약처 염모와 관련한 기능성 보고가 완료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TS샴푸’로 알려진 TS트릴리온은 다른 행보를 가고 있다. 현존하는 기술로는 완벽히 안전한 샴푸를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염색샴푸 제품 개발을 중단했다.

TS트릴리온 측은 “THB가 함유돼 있지 않다고 하는 기업 염색샴푸에는 염모제 성분이 함유돼 있다”며 “성분 자체적으로 안전한 염모제는 없으며 매일 사용하는 샴푸의 경우 씻어내는 과정 중에 피부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생활 환경이 변하면서 성별과 나이를 불문하고 새치는 전 세대의 관심사가 떠올랐다. 모다모다가 예측하는 새치 고민 인구는 약 2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이에 안전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염색샴푸 출시는 지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네이버쇼핑 ‘염색샴푸’ 카테고리에 등록된 브랜드는 11개이며, 판매 페이지는 8만개 이상이 생성돼 있다.

모다모다의 안전성 결과에 따라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진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성이 입증되면 소비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어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업계 전체가 다소 주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라돈 생리대’ 논란이 발생했을 당시 빨아 쓰는 면 생리대가 등장했던 것처럼, 특정 제품의 문제만으로 시장 전체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아직 시장 초기인 만큼 제품 안정성이 입증되면 소비자들이 꾸준히 사용하는 스테디 셀러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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