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차 등 핵심 사업 투입…일자리 창출
尹 대통령 “기업 투자, 규제 철폐로 화답할 것”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삼성, 현대차, 한화, 롯데, 신세계, CJ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조 단위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고 잇따라 선포했다. 삼성은 450조원, 현대자동차그룹은 63조원, 롯데그룹 37조원 등 역대급 규모가 투입된다. 각 기업의 핵심 사업과 비전, 미래 먹거리에 자금을 지원해 중장기적 성과를 달성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포부다.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親) 기업’ 기조에 대한 화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삼성, 5년간 450조원 투자…기존 대비 30% ↑

삼성은 지난 5월 24일,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기업 중 가장 큰 금액이다. 기존 5년간 투자금액인 330조원 대비 120조원, 3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80%인 360조원을 국내에 투자한다. 이 금액 역시 기존 250조원에서 40% 이상 늘었다.

투자 분야는 ▲반도체 ▲바이오 ▲AI(인공지능)·6G(차세대 통신)와 같은 신성장 IT 등 미래 신사업이 주를 이룬다. IT 집중 투자는 향후 5년간 삼성이 한국 경제 재도약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는 동시에,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음으로써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풀이된다.

삼성 측은 “핵심 사업 및 신성장IT는 기업과 산업 생태계가 상호작용을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며 “사업 성공이 연관산업 발전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 구축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기반 기술인 반도체와 바이오 등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8만명 신규 채용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하고 청년 실업난을 해결하기 위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인 ‘삼성 청년 SW 아카데미(SSAFY)’, ‘드림클래스’ 등도 지속 운영하기로 했다.

삼성 측은 “청년층의 기회가 줄어들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어려움 속에서 ‘핵심 사업 중심으로 인재 채용 확대 및 미래세대 육성’을 통해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고 혁신을 통한 재도약을 지원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대차그룹·한화도 ‘통 큰 투자’

현대자동차그룹도 지난달 24일 ‘향후 4년간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천명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를 포함한 금액으로,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우선 미래 성장의 핵심 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한다. 이 분야에 3사는 총 16조 2000억원을 투입한다.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순수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대비해 전용 차세대 플랫폼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2025년에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Integrated Modular Architecture)’ 체계 하에서 개발된 승용 전기차 전용 플랫폼 ‘eM’ 과 PBV 전용 플랫폼 ‘eS’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로보틱스,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8조 9000억원을 투자한다.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측은 “국내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미래 신사업·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 국내 투자로 차별화된 제품과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같은 날 5년간 37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래 산업 분야인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 항공 등 국내 산업에만 20조원을 쏟을 예정이다. 이 금액은 지난 5년간 한화가 국내외 통틀어 투자한 규모와 맞먹는다. 이번 투자를 통해 5년간 2만명 이상 신규 일자리도 창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화의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태양광, 풍력 등 에너지 분야에 약 4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친환경 신소재 제품 개발 등에 2조1000억원을, 방산·우주항공 분야에는 2조6000억원을 투자한다. 석유화학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설 투자 등에 4조원, 건설 분야 복합개발 사업 확대 및 프리미엄 레저 사업 강화 등에도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위클리서울/ 신세계

롯데·신세계·CJ…유통 역량 집중

롯데와 신세계, CJ그룹 등 유통 3사도 국내 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투자를 단행했다. 코로나19 이후 위축됐던 오프라인과 관광, 문화 사업 등에 투자해 멈췄던 사업을 재개하고 시설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신성장 테마인 헬스 앤 웰니스(Health&Wellness), 모빌리티(Mobi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부문을 포함해 화학, 식품, 인프라 등에 5년간 37조원을 집중 투자한다.

특히 유통 사업군은 8조 1000억원을 지원해 상권 발전 및 고용 창출에 앞장선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인천 송도 등에서 고용유발효과가 높은 대규모 복합몰 개발을 추진하고 본점, 잠실점 등 핵심 지점의 리뉴얼을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

호텔 사업군은 관광 인프라 핵심 시설인 호텔과 면세점 시설에 2조3000억 원을 투자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식품 사업군도 와인과 위스키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대체육, 건강기능식품 등 미래 먹거리와 신제품 개발 등에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26일 디지털 대전환을 통한 ‘신세계 유니버스’ 구축과 그룹의 지속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향후 5년간 20조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이어간다고 발표했다.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자산개발 ▲신규 사업을 4대 테마로 삼고 투자를 집중키로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오프라인 사업 확대에 전체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인 11조를 투입할 예정이다. 백화점이 신규 출점과 기존점 경쟁력 확대를 위해 3조9000억원을, 이마트 트레이더스 출점과 기존점 리뉴얼 등에 1조를 쏟아붓는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스타필드 수원을 필두로, 스타필드 창원과 스타필드 청라 등 신규 점포 출점을 위해서는 2조 2000억원을 지원한다.

온라인에서는 물류센터 확대와 시스템 개발 등에 3조원을 넣는다는 방침이다. 자산개발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진행하고 있는 ‘화성 테마파크 사업’을 중심으로 5년간 4조원 투입한다. 헬스케어와 콘텐츠 사업 등 그룹의 지속 성장을 이끌 신규 사업 발굴에도 2조를 투자해 그룹의 역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CJ그룹은 콘텐츠와 식품 등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할 사업분야에 국내에서만 향후 5년간 20조원을 집중 투자하고 2만5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이재현 회장이 발표한 그룹 중기비전에서 컬처(Culture), 플랫폼(Platform), 웰니스(Wellness), 서스테이너빌러티(Sustainability)를 4대 성장엔진으로 정했는데 향후 투자와 고용도 같은 프레임을 바탕으로 확대한다.

가장 큰 금액을 투입하는 분야는 컬처(문화) 분야다. 최근 CJ가 투자·배급한 영화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가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박찬욱),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에 힘입어 CJ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웰메이드 콘텐츠’의 제작 및 제작역량 확보에 모두 12조원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물류·커머스 등 플랫폼 분야에서는 이커머스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따른 인프라 확대 등에 총 7조원을 투자한다. CJ대한통운은 이커머스 최적화 인프라·시스템 강화 등 물류 운영경쟁력 확보에, K-뷰티 플랫폼 CJ올리브영은 IT기술을 적용한 마케팅·서비스 고도화, 글로벌 매출 비중 확대에 나선다.

웰니스와 서스테이너빌러티 분야에도 1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바닷물에서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HA) 제품의 생산시설 확대 등 미래형 신소재 투자가 중심이다. CJ는 이와 함께 바이오 의약품위탁개발생산시설(CDMO), 천연 프리미엄 소재 고도화도 추진한다.

CJ 관계자는 “이 같은 미래 라이프스타일 분야 투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2026년까지 매년 5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尹 “규제 철폐로 기업 투자 화답”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의 이 같은 대규모 투자 행보에 대해 ‘규제 완화로 화답하겠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주요 기업이 5년간 1000조원을 투자하고 30만 명 이상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큰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제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 화답할 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민간의 역동성 등 ‘친 기업’ 기조를 보여왔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 반도체, 6G 등의 성장을 위한 지원 등을 공약했다. 또 유세 현장에서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등을 언급해, 대규모 유통 기업을 향한 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이 투자하고 일을 벌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청년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이라며 “이것이 전부 국가 전체를 위한 일이라는 각오로 정부 역량을 집중시켜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