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지음/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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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적의와 호의, 소음과 평정, 변해야 할 것과 변치 말아야 할 것을 떠올리다 보면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망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는 작가 허지웅이 오롯이 혼자 힘으로 버터야 했던 청년 시절과, 그렇게 혼자 힘으로 자리를 잡자마자 혈액암의 일종인 악성림프종을 겪고 회복하면서 끝내 놓지 않은 질문이기도 하다. 팬데믹이 휘몰아치고 정치가 혼돈에 빠지고 지구촌 한편에서 전쟁이 일상이 된 요즘 더 자주 곱씹는 물음에 작가는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별 방도가 없다”고 답한다.

《최소한의 이웃》은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분투기다. “타인을 염려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미 벌어진 일에 속박되지 않고 감당할 줄 아는 담대함” “평정심을 유지하는 노력”이 있다면 분노는 잦아들 것이고 분란이 분쟁으로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며, 캄캄한 곳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한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며 다투는 현실이지만, 결국 서로 돕고 기대어 살 때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이야기. 무례하고 무책임하고 무감각한 일들이 벌어지는 세상이지만, “최소한의 염치”를 가지고 인간답게 살자는 이야기. 이런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무엇이 중요한가를 깨우칠 수 있다.

작가 허지웅은 다섯 권의 책을 펴내면서 다각적 문제 제기를 해왔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아픔을 들여다보며 주변의 분노와 불신을 거두기 위해 애써왔다. 엄혹한 불의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땀, 들리지 않는 곳에서 우는 사람들의 눈물을 유심히 관찰해왔다. 그런 그가 언젠가 반드시 이야기하고 싶었던 주제 ‘이웃’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최소한의 이웃》은 “코로나19의 살풍경이 시작될 때”부터 거리두기를 중단한 현재까지 보고 듣고 읽고 만난 세상에서 기인했다. 이 시기에 우리는 몸과 마음의 평정을 잃었고 사람 간의 벽은 높아졌고 피해의식은 나날이 커졌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는 어떻게 함께 잘살 수 있을까를 다시금 고뇌했고 글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냈다.

그렇게 오랫동안 담금질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조용하고 겸허하게”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하며 힘과 용기를 주는 책. 최소한의 선한 이웃들이 모여 따스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임을 일깨워주는 그런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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