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 늘지만 가업 승계 등 준비 불충분, 韓 걸음마 단계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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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은행들이 수익성이 높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초고액자산가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투자·자산관리(WM) 외에도 세금, 자산 이전·승계, 라이프 스타일 관리 등 광범위하고 복합적인 요구사항을 보유하고 있어 은행들의 새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초고액자산가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거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그들의 특화된 니즈를 타겟으로 하는 비금융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초고액자산가 전용 비금융서비스로는 △가업·자산 승계 컨설팅 △자선·기부컨설팅 △아트·럭셔리 투자 조언 △후속 세대 대상 서비스 등이 있다.

우선 자산가들의 가업과 재산 형태가 다양해지고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가업 승계·상속을 위한 준비가 필수적이나, 이와 관련된 준비는 충분하지 않다. 사후 유가족 내 갈등 예방, 준비 없는 승계로 인한 자산가치의 하락과 과도한 세금 부과 방지, 피상속인의 가치관에 부합하는 자산 이전을 목표로 하는 만큼 외부 회계·법무 전문가로부터 별도의 컨설팅을 받는 경우보다 금융·세무·법률적 사항을 통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신탁, 대출 등 금융 서비스가 수반될 경우 능동적 대처가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초고액자산가의 다변화된 자선·기부 니즈 충족을 위해 전담인력을 통해 개별화된 컨설팅을 진행하고 실제적인 기부 실행에도 관여할 수 있다. 자선활동, 기부는 북미·유럽 지역 자산가들의 오래된 문화로, 부의 증가와 함께 자선 규모가 늘고 기부 대상과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전문적인 자문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한국, 늘어나는 자산가에 비해 시장은 걸음마 단계

국내 금융회사도 초고액자산가 공략을 위해 가업·자산 승계 컨설팅을 비롯한 여러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해외에 비해 범위가 제한적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초고액자산가(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 보유)는 약 7800명으로 2019년 대비 21.9% 증가했으며, 전년 대비 16%, 10.3% 증가한 고자산가, 자산가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행장 이원덕)은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GT타워에 초고액 자산가 대상 특화점포인 ‘Two Chairs Exclusive 시그니처센터’를 확장 이전해 정식 개점했다.

TCE 시그니처센터는 우리은행 초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세 번째 특화점포로, 한국씨티은행에서 최우수 프라이빗뱅커(PB) 13명을 영입해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및 부동산, 세무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고객들에게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TCE시그니처센터를 기점으로 급성장 중인 국내 자산관리 시장의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새로운 서비스 발굴 등 지속적으로 변화를 시도해 나가고 있다.

하나은행(은행장 박성호)도 같은 달 초고액 자산가 및 가문의 종합자산관리를 위한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서비스를 출시, 부속센터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하나 패밀리오피스&트러스트는 전통적 '패밀리오피스' 서비스와 신탁을 활용한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인 '리빙트러스트'를 결합해 만든 하나은행만의 차별화된 VVIP서비스다. 자산규모 300억 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 및 가문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자산 증식, 가업의 유지와 승계, 자산의 안적정인 이전(상속)과 승계, 사회공헌과 봉사 등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PB, 리빙트러스트 컨설턴트, 법률, 세무(회계), 부동산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자산관리 자문단'을 운영하고, 자문단이 직접 손님을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의 초고액자산가 대상 비즈니스가 주로 가업·자산 승계에 수반된 법적, 세무적 이슈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해외와 같이 가문과 부의 영속을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구조(거버넌스) 수립에 대한 접근은 부족하다는 것.

심현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자산관리연구실 책임연구원은 “기존 서비스는 트고하 분야 발굴, 인력의 전문성 향상을 통해 차별화하고, 변화하는 초고액자산가의 니즈에 맞춰 새로운 비금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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