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식품·음료·외식 줄인상…“원재료 상승 탓”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원가 부담 가중으로 인한 불가피한 인상” 가격 인상을 발표한 대부분의 식음료 업체가 하는 말들이다. 원재료를 비롯해 물류비, 인건비, 포장비 등의 가격이 올라 내부적으로 감내하기 벅찼다는 의미다. 특히 12월, 새해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서민 물가가 줄줄이 올랐다. 음료와 식료품, 외식까지 오르지 않은 품목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서민들이 즐겨 마시는 믹스커피의 경우 올해만 두 번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우유의 원료인 원유 가격도 올라 내년엔 커피와 아이스크림, 빵 가격도 연쇄적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5.0% 오른 9620원이다. 아르바이트 생에게도 매월 2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을 임금으로 줘야 한다. 이에 외식 비용의 줄인상도 전망되고 있다.

 

ⓒ위클리서울/ 디자인= 이주리 기자

12월 식품 가격 고공행진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참기름 시장 1위인 오뚜기는 12월 1일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오뚜기 고소한 참기름(55ml)’ 병 판매 가격을 3200원에서 3600원으로 13% 올렸다. 또 ‘오뚜기 진한 토마토케찹’은 300g 기준 2300원에서 2650원으로 15% 인상했다. ‘오뚜기 골드 마요네즈(300g)’ 판매 가격도 4600원으로 기존 대비 9% 올렸다.

CJ제일제당도 12월부터 편의점 가격 기준 참기름(160ml) 가격을 6000원에서 7200원으로 20% 인상했다. 사과식초(500ml)는 1500원에서 1900원으로 26.7% 올렸으며, 맛술(500ml)은 2450원에서 2600원으로 6.1% 인상했다.

맛밤은 3500원에서 3800원으로 약 9% 올랐다. 식초와 맛술 가격 인상은 2010년 이후 12년 만이며, 참기름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5개월 만이다. 맛밤 가격 인상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음료 가격도 줄줄이 오른다. 동아오츠카는 포카리스웨트, 오란씨, 데미소다, 오로나민C 등 주요 제품 가격을 12월부터 평균 8.6% 인상했다. 포카리스웨트 가격은 평균 7.25% 오른다. 편의점 공급 가격 기준 245ml 캔은 1500원에서 1600원으로 100원 오른다. 340ml 페트 가격은 1600원에서 1800원으로, 1.5L 가격은 3600원에서 3800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동아오츠카는 국제 원자재 가격 인상과 강달러 여파로 인한 환차손, 임금 인상과 물류비 상승 등으로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계획 기준보다 설탕, 과당 등 원료가 약 35%, 캔, 페트 등의 재료가 약 13% 정도 급등해 부득이하게 가격 인상을 하게 됐다”고 했다.

LG생활건강도 12월 1일부터 파워에이드, 미닛메이드, 토레타, 몬스터 등 4개 브랜드 제품의 공급가를 평균 6.1% 올렸다. 파워에이드(1.5L 페트)는 공급가 기준 5.9% 오르고 토레타(240ml 캔)는 6.3% 상향 조정됐다. 미닛에이드 오렌지(1.5L 페트) 공급가는 5% 인상됐다.

동서식품은 12월 15일부터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출고 가격을 평균 9.8%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상으로 맥심 오리지날(170g) 제품은 6090원에서 6680원으로,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1.2kg)는 1만2140원에서 1만3330원으로 값이 뛴다.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90g) 제품도 1만5720원에서 1만7260원으로 오른다.

동시식품의 가격 인상은 올해만 두 번 진행됐다. 지난 1월에도 제품 출고가를 평균 7.3% 인상한 바 있다. 회사 측은 가격 인상 배경으로 커피 원두를 포함한 원재료 등 제반 비용 인상을 꼽았다. 커피 원두뿐 아니라 물엿, 설탕 등 주요 원재료 값이 올랐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부담 요인이 가중됐다는 것.

동서식품 관계자는 “커피 원두 등 원재료는 전량 수입하고 있어 높아진 환율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고환율 영향을 감당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서의 자회사 동서음료가 판매하는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 가격도 인상된다. 레드불 에너지 355ml 판매 가격은 2900원에서 3200원으로 10%, 레드불 슈가프리 250ml 제품은 2200원에서 2400으로 9% 뛴다.

풀무원도 수입콩 두부인 ‘소가 두부’ 가격을 올렸다. 지난 2월 두부 가격을 올린 지 약 9개월 만이다. 편의점 기준 ‘풀무원 소가 찌개 두부(290g)’는 기존 1500원에서 1600원으로, ‘풀무원 소가 부침 두부(290g)’는 1700원에서 1800원으로 각각 5~6% 가격이 비싸졌다.

우유 원료인 원유 가격이 인상됨에 따라 흰우유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hy(구 한국야쿠르트)도 흰 우유 ‘내추럴플랜’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11.5% 올렸다. ‘내추럴플랜 딸기'와 '내추럴플랜 애플망고’, ‘내추럴플랜 검은콩’은 각각 1500원에서 1600원으로 6.7% 오른다.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은 1500원에서 1600원으로, ‘메치니코프’는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인상된다. 앞서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F&B 등은 11월 17일부터 흰 우유 가격을 모두 인상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통계청이 오늘지난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11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100)으로 1년 전보다 5% 상승했다. 전달인 10월보다 0.7%p 하락한 것으로, 4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 폭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계속 상승해 지난 6월에는 6%대에 접어들었지만 8월부터는 5%대로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가 10월에는 상승 폭이 다소 올랐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이 1년 전보다 6.1% 올랐다. 이 가운데 공업제품이 5.9% 올랐는데, 특히 가공식품이 9.4% 올랐다. 서비스 물가는 4.1% 상승했다. 생선회(9%), 구내식당 식당비(5.5%) 등 외식이 8.6% 오르면서 개인 서비스를 6.2% 끌어올렸다.

내년에도 외식비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호텔 서울이 내년 1월부터 뷔페 ‘라세느’ 가격을 최대 10%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에 주말·평일 저녁 가격은 15만원에서 16만5000원으로, 점심은 13만5000원에서 14만50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우유값 인상으로 인한 ‘밀크인플레이션’으로 프랜차이즈 카페와 제과점, 디저트카페, 호텔 카페 등의 가격도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2023년 최저임금이 올해 대비 5.0% 인상된 9620원으로 결정되면서 인건비 인상에 따른 외식비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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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곡물 등 안정화로 가격 상승 꺾일 것”

정부는 이 같은 인상이 내년부터 안정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300원대로 높은 편이지만, 세계식량가격지수가 8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35.9포인트) 대비 소폭 하락한 135.7포인트다. 올해 1월(135.6포인트) 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올해 3월 159.7포인트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이후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FAO는 24개 품목에 대한 국제가격 동향(95개)을 조사해 5개 품목군(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매월 작성·발표한다. 2014~2016년 평균값을 100으로 이보다 높으면 인상, 낮으면 하락으로 평가한다.

품목별로 보면 곡물, 육류, 유제품 가격은 하락했고 유지류와 설탕 가격은 올랐다. 곡물 가격지수는 지난 9월과 10월 연속 상승했으나 지난달에는 전월보다 1.3% 하락한 150.4를 기록했다. 밀 가격은 러시아 흑해 곡물 수출협정 복귀에 따라 하락했고 옥수수도 흑해 곡물 수출협정 복귀에 따라 내려갔다.

육류는 전월보다 0.9% 하락한 117.1포인트다. 소고기는 브라질, 호주의 수출 물량이 증가해 가격이 떨어졌다. 다만 가금육은 조류인플루엔자 심화로 공급물량 감소로 가격이 올랐고 돼지고기도 연휴를 앞두고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유제품 가격 지수는 1.2% 하락한 137.5포인트다. 버터, 탈지분유 등은 가격이 하락했으나 치즈는 유럽의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반면 유지류는 전월 대비 2.3% 상승한 154.7포인트로 집계됐다.

팜유는 동남아시아에서 기상 문제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되자 가격이 상승했고, 대두유는 바이오연료 관련 수요로 인해 가격이 올랐다. 유채씨유는 국제 공급물량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돼 가격이 하락했고 해바라기씨유는 흑해 곡물 수출협정 연장으로 인해 가격이 내려갔다.

농식품부는 관련 업계와 주요 곡물 등의 재고와 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국제 곡물 수급 및 가격 불안 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6월 이후 주요 곡물 국제가격은 상대적으로 안정 상황을 유지하면서 러-우크라 사태 추이와 주요 수출국 기상 상황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전반적으로 보합 상황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나 파종 단계인 남미의 기상 상황과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 중국 수요 변화 등이 가격 변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국제 식량 가격 및 수급 상황을 점검해 국내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련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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