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불기엔 역부족, 기준금리 높고 경기침체 지속
다주택자 구원투수로 규제 완화, 양극화 우려도 여전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2023년 경제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여러 정책들이 담겼지만 그중에서도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전임 정부인 문재인 정부에서 꺼내들었던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임대사업자 지원 조치도 부활시키기로 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취득세 감면, 양도세 중과 배제 등 확 풀린 규제로 부동산 시장에 어느 정도 숨통은 트였지만 급속히 얼어붙은 시장에 훈풍이 불기는 다소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많다. 여전히 기준금리가 높은데다가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다주택자나 현금 부자들의 투기가 더욱 급증하고, 양극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실상 윤석열 정부에서는 다주택자를 ‘구원투수’로 판단하고 있지만, 정작 다주택자 수요는 알짜지역에만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양도세‧취득세 완화, 임대사업자 혜택도 부활

윤석열 정부는 21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은 1.6%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사실상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전반적으로 어려움이 심화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 부동산 시장 급락까지 겹친다면 가계와 기업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급락은 막아야 한다는 기조 하에 규제를 대폭 풀어버리는 내용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는 주택 취득시 현행대로라면 8% 중과세율을 물어야 하지만 앞으로는 주택가액에 따라 1~3%의 일반세율로 세금을 내면 된다. 3주택 이상자나 법인의 취득세율은 12%에서 6%까지 낮아져 중과세가 대폭 완화된다.

당초 2023년 5월9일까지 한시적으로 유예기간을 둔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조치는 2024년 5월9일까지 1년 더 연장 시행한다.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는 시행령 개정 사안이라 국회 동의 없이 연장이 가능하다.

해당 기간 내에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처분하는 다주택자는 원래대로라면 최고 82.5%(지방세 포함)에 달하는 중과세율 적용을 받지만, 기본세율(6~45%)로 세금을 내면 된다. 주택을 장기 보유했을 경우 세금을 최대 30%까지 깎아주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활용 가능하다.

규제지역 내에서 막혀있던 다주택자 대출금지 조치도 대폭 풀린다. 정부가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30%까지 허용하기로 하면서 내년부터는 서울 전역과 과천‧성남‧하남‧광명 등 부동산 규제지역에서도 다주택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단기거래’에 매기는 양도세율도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기존에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한 주택 의무보유 기간이 2년이었지만 1년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1년 이상 2년 미만의 기간 동안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60%의 단일 중과세율로 세금을 내야 했지만, 앞으로는 6∼45%의 기본세율로 세금을 내면 된다. 1년 미만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때도 세율이 현행 70%에서 45%까지 완화된다.

분양권도 1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1년 미만 보유 후 양도시에는 45%의 세금을 매긴다.

문재인 정부 때 사라진 임대사업자 혜택도 10년 이상 장기‧소형(85㎡ 이하) 아파트에 한해 부활시켜, 임대개시 시점에 주택가격이 공시가 기준 6억원(비수도권은 3억원) 이하일 경우 종합부동산세 비과세(합산배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의무임대 기간을 15년으로 확대하는 사업자는 공시가 9억원(비수도권은 6억원)까지 비과세 가능하다.

이러한 내용의 정책들은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입 수요를 늘려, 부동산 시장 급락을 차단하는데 목적이 있다. 사실상 다주택자에게 정부가 SOS를 친 모양새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부동산 시장 활성화엔 역부족, 양극화 심화될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일부 지역에서 효과가 포착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내년까지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는데다가 경기 침체 상황도 장기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21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가 ‘2023년 분양시장 수요자 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76%(760명)가량은 내년에 미분양 부동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고, 이들 중 대부분(73%)은 기준금리 인상을 이유로 꼽았다. 내년에도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정책 완화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에서는 ‘양극화’ 문제를 지적하며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다시 투기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집값 하락의 핵심 요인은 고금리 때문인데 다주택자의 취득세와 누진제를 완화하고 아파트 임대사업을 부활시키면 부동산 시장이 조만간 다시 투기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경제·자산 양극화를 확대하고 청년·비혼 인구 확대, 초저출산 인구 위기 문제를 더욱더 악화시킬 것”이라 꼬집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 내에서도 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완화로 현금여력이 있는 현금부자나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수에 나선다면 수도권 등 ‘알짜지역’에서 나오는 급매물이나 경매물건부터 먼저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인기 지역과 비인기 지역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고, 추후에 경기가 회복될 경우 그 격차는 압도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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