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생명·자유’...이란 시위는 어떻게 번져가고 있는가
‘여성·생명·자유’...이란 시위는 어떻게 번져가고 있는가
  • 장성열 기자
  • 승인 2023.01.16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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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명 이상 사망, 반정부 시위 따른 폭력 진압 강대강 대립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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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장성열 기자] 이란 시위는 2022년 9월, 테헤란에서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마니가 이른바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혐의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후 의문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경찰이 경찰봉으로 아마니의 머리를 구타했다는 이야기가 퍼졌지만 경찰은 사인을 심장마비라고 발표했는데, 그때부터 시위가 촉발되었다.

이란 시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부터 2018년 초까지 히잡을 반대하는 자유화 시위가 전국적으로 일어났고, 2019년 11월에도 시위가 진행됐다. 그리고 이번 시위는 이란 서부 사케즈 지역에서 아마니의 장례식이 끝난 후 여성들이 모여 머릿수건을 찢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시위는 자유, 더 나아가서는 정권 전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합세하며 이란 전역으로 확산됐다. 또한 “여성·생명·자유”는 시위의 대표적인 구호가 됐다.

이후 이란 당국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려 했고,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이번 시위를 두고 ‘폭동’이라고 지칭, 이란의 최대 적국인 이스라엘과 미국이 조작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시위 100일 즈음인 2022년 12월 26일 기준, 이란 인권운동가 통신(HRANA)에 따르면 69명의 아동을 포함한 519명 이상의 시위대가 사망했고, 1만 9300명이 체포됐다. 또한 국제앰네스티가 ‘불공정 재판’이라고 지적한 사건 이후, 시위대 2명의 사형이 집행됐고, 최소한 26명의 사형 집행이 임박했다.

이란의 유명 여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타는 젊은 시위 참여자의 사형 집행을 비판한 뒤 인권 침해로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수감됐다. 여성인권 운동가이자 악바르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딸이기도 한 파에제 하셰미 또한 반정부 시위 선동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란은 최근 자국에서 활동하던 벨기에 구호단체 직원에게 미국과 협력해 간첩과 자금 세탁을 한 혐의 등으로 태형과 징역 27년 6개월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란을 떠난 유명 여배우 페가 아항가리니는 BBC 페르시아 방송에 “양측 모두 과격해졌다. 이란 정권은 탄압을 이어갔고 영화계 사람들이 이에 대응했다”라며 “이란은 마흐사 아미니 사건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고 인터뷰했다. 또 다른 이란 유명 배우 하미드 파론네자드는 작년 12월 초 미국으로 건너간 직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프랑코, 스탈린, 무솔리니에게 비유하며 ‘독재자’라고 불렀다.

시위대에 대한 사형 집행도 잇달았다. 조선 셰카리라는 청년이 ‘모하레베(moharebeh)’, 즉 신에 대한 적대라는 혐의로 시위대 최초로 교수형을 당했고, 나흘 뒤에는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라는 청년이 공개 처형됐다. 27세의 메흐만 사마크는 이란의 월드컵 탈락을 기뻐하며 자동차 경적을 울렸다가 머리에 보안군의 총을 맞았고, 23세의 하미드 살레셔는 구금 중 고문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16세 소년 아르시아 에맘그홀리사데흐는 ‘터번 토싱’(성직자의 뒤에 다가가 몰래 터번을 벗기고 도망가는 것) 혐의로 체포돼, 10일 동안 구금된 뒤 석방되었으나 이틀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가족들은 감옥에서 당한 폭행 등의 처우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최소 4명 이상이 사형이 집행되었거나 집행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트위터나 틱톡, 유튜브를 비롯한 SNS가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틱톡에서 활동한 22세의 하디스 나자피는 시위 장소로 걸어가며 영상을 찍었다가 총에 맞아 숨졌고, 16세의 사리나 에스마일자데는 브이로그 영상에서 “우리는 이란 밖의 삶을 몰랐던 20년 전의 과거 세대와는 다르다”라며 “왜 우리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의 또래처럼 즐거울 수 없는가?”라고 물었다.

시위에 대한 지지는 각계각층에서 일어나고 있다. 먼저 이란의 사회학자 후세인 가쟌은 “변화를 가져올 다른 기회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무너진 가운데 SNS가 보급되면서 시위 촉발에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젊은 세대는 세상을 더 빠르게 파악하고 더 깨어있다. 다른 인생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라며 “현 체제에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 용기를 낸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전직 축구 선수인 알리 카리미도 시위를 지지했다. 또 다른 축구 스타 알리 다에이도 시위를 공개적으로 응원했다. 이후 그는 이란 사법부의 명령으로 운영 중이던 귀금속 매장과 식당을 닫아야 했다.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에산 하지사피 또한 기자회견에서 “조국의 상황이 옳지 않으며, 이란 국민이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란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는 시위대와 이란 정부 모두 강대강으로 나가며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숱한 사람이 체포되거나 죽고 있고 이란 경찰은 폭력적으로 시위대를 대하고 있다. 시위도 더 격해지고 있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이란은 억압에 반대하는 많은 이들이 폭력적으로 진압당하는 국가다. 이란이 폭력 진압을 멈추고 강대강 대립 구도 또한 빠른 시일 내 해소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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