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달 샴푸, 알러지 유발 ‘향료 릴리알’ 사용... "규제 전무"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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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우리나라의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 이슈 이후 안전한 제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데 따른 것이지만 지나친 우려감으로 인해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보도문을 통해 “소비자 신뢰 1위 기업인 ‘쿤달 샴푸’에 생식독성 우려물질 ‘부틸페닐메틸프로피오날'(일명 향료 릴리알)이 지속 사용되고 있으며 유럽은 2022년부터 3월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지만, 국내는 알레르기 유발성분으로만 규정돼 전 성분과 함께 표시될 뿐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향료 릴리알은 생식기능이나 태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생식독성 우려 물질임에도 이에 대한 주의가 부족하다는 것.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퍼스널케어(개인관리) 제품 중 다양한 향료를 사용하는 샴푸 제품 조사 결과 ‘2022년 소비자가 뽑은 가장 신뢰하는 브랜드’ 대상을 받은 쿤달의 ‘네이처샴푸’ 향기 제품 27종 중 6개의 제품에서 릴리알이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품의 유해성 여부를 관장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향 배합 목적으로 샴푸처럼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할 경우 전체 내용량에서 차지하는 함량 비율 0.01% 초과 시 전 성분과 함께 기재하기만 하면 사용 가능하다고 고시하고 있는 상황.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관계자는 “‘향료 릴리알’이 샴푸, 세제, 방향제 등 다양한 생활화학제품에 쓰여 소비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안전에 신경써야 한다”며 “정부가 향료 릴리알에 대한 안전을 강화하고 제조사는 릴리알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품 개발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논란이 있던 ‘모다모다 갈변샴푸’ 역시 과도한 케미포비아가 발현된 사례로 꼽힌다.

제품 내 함유된 THB(트리하이드록시벤젠)이 박테리아 실험에서 DNA변이를 일으키는 유전 독성이 확인됐다는 유럽 소비자안전성 평가 결과에 따라 유럽에선 사용이 금지됐다. 우리나라 식약처도 THB가 피부를 예민하게 하는 물질이며,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용금지 원료로 정했다.

그 결과 ‘모다모다 갈변샴푸’의 국내 판매 금지에 대한 심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유럽과 우리나라를 제외한 해외에서 해당 제품은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호평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호주를 포함한 200여 개 국가에서 판매가 가능한 이유는 이러하다. 우리나라와 유럽은 사전 관리를 중시하는 반면, 미국은 사용 이후 피해가 생기면 책임지고 보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사후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에 쓸 수 없도록 규제된 성분은 유럽 1600여 종, 우리나라 1000여 종인 반면 미국은 9종에 불과하다.

사전 관리를 통해 유해 우려 물질을 차단하는 것은 좋을 수 있지만 한편으론 과도한 케미포비아로 인해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들은 화장품 안전성(화학 원료 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편인데,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원료에 대해 무조건 좋지 않다는 인식을 하는 사람들도 다수 존재해 천연물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천연물도 체질에 따라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며 “안전을 위한 사전 차단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 화장품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화학원료에 대해 화장품 회사들도 충분한 안정성 평가를 거친 후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신중한 기준으로 규제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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