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처리 전제 ‘K택소노미’ 포함...“방법 제시는 없어”

ⓒ위클리서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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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탈원전 기조로 위축됐던 국내 원전산업이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쪽으로 정부정책이 선회되며 회복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원전 기업들은 2022년 이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과도기적 수단으로 재평가되고, 원유·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전력수급 불안정으로 필요성이 다시금 높아짐에 따라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다.

원전은 지난 2월 환경부의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 아래 한국이 취해야 할 녹색기술과 녹색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이 담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도 포함됐다. 2045년까지 탄소중립 전환에 있어 필요한 경제활동에 사고저항성핵연료 적용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원전 건설·운영이 포함된 것이다.

다른 국가들도 원자력을 재생에너지와 같이 탄소중립과 에너지 자립을 위해 필수적인 발전원으로 인식하고, 원전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어 해외 수출 시장 환경도 개선 중이다.

지난 30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된 미국은 2022년부터 60억 달러 규모의 원전 지원책을 가동해 민간 원전 사업자의 재정을 보조하고, 별도로 차세대 원자로와 소형모듈원전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7월 EU 집행위원회도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조건부로 원전을 포함했으며,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을 축소해 온 일본도 같은 해 12월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현을 위한 기본 방침안’을 통해 노후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신·증설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대형 원자력발전의 대안으로 부각된 소형모듈원전(SMR)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원전 수요를 촉진하는 요인이라는 게 연구소의 설명이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원자력발전 확대 정책은 국내 기업들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시공능력을 갖춘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 등으로 국한되는데, 국내 원전산업은 내수뿐 아니라 해외 수출에서도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우선 시공능력·가격·평판·정부지원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어 수출 경쟁력이 양호하다.

우리나라는 그간 국내외에서 원전 31기(국내 27기, UAE 4기)를 건설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으며, 경수로 타입 신형 원자로의 공기 준수 역량도 탁월하다. 전 세계 원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경수로 중 3세대 신형 원자로 완공 경험 측면에서 경쟁국 대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수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신규 원전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가운데 2023~2024년 중 한국형 원전은 30조 원 규모의 수주 성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국제사회의 정치·안보 영향력이 중요한 원전산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한·미 정부 간 공고한 협력이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다만 폐기물 처리문제는 해소되지 않아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이 K택소노미에 포함된 것은 발전 이후의 부산물 등 폐기물 처리가 안전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로 전체 전력수요를 충족할 수 없는 데다 폐기물 처리가 완벽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친환경에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국내에 설치된 원자력 발전 27기에 대부분 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는 것일 뿐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처리시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원혁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원자력 발전은 현재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장기운영 및 증설 추진과 정부승인차액계약 형태로 장기계약이 체결된 상태”라며 “핵 폐기물 처리와 관련해선 다양한 이해집단의 의견수렴도 필요하지만 후보지 해당 지역의 주민투표와 같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가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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