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기준금리 0.25%p 인상
오는 25일 금융통화위원회서 결정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면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가운데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14개월 만에 3%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5일 올해 상반기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나아가 연내 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3.5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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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기준금리 0.25%포인트 올려

미 중앙은행인 연준은 3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또 올린다고 밝혔다. 현재 5.00%인 미국 기준금리는 5.25%로 올랐다. 이번 인상까지 합하면 미국은 지난해 3월 이후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됐다.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6월 회의에서 인상 중단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면서도 “인플레 압력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만큼 금리 인하 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연준은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 등의 잇따른 파산에도 불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 차원에서 3회 연속 0.25%포인트 인상을 택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경제 활동은 1분기에 완만한 속도로 확대됐다”면서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는 견고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가계와 기업에 대한 엄격한 신용 상황은 경제활동·고용·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고 그 영향의 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상당히 주의하고 있다”고 금리 인상 이유를 밝혔다.

일부 은행 파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선 “미국 은행 시스템은 건전하고 탄력적”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전년 동월보다 4.2%, 전월보다 0.1% 각각 오르면서 둔화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연준 물가 목표치(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를 보였다.

지난 1분기 고용비용지수(ECI) 역시 전 분기보다 1.2% 상승했고, 3월 말 기준 미국 노동자의 전년 동월 대비 임금 상승폭도 5.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한 추가 정책 강화가 적절할지 결정하는 데 있어, 연준은 통화정책의 누적 긴축, 통화정책이 경제 활동과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제적·재정적 상황의 전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연준의 성명서에서 앞으로 금리 동결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대로 연준은 이번 인상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지 않았다. 연내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며 기대감을 차단했고, 더 큰 긴축정책이 필요하다면 더 많은 조치를 할 준비가 돼있다고 강조했다”며 “5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연준은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국은 지난 2월과 4월, 두 번 연속으로 금리(3.50%)를 동결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으로 1.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이는 한미 양국 간 역대 최대치 금리 차다. 이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추경호 “美 금리인상, 각별한 경계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미국의 금리인상과 관련해 “각별한 경계감을 갖고 현 상황을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입을 열었다.

이번 회의는 송도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가 진행중임에 따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최초로 ‘컨퍼런스콜(원격 회의)’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내외 금리차가 확대된 상황에서 금융·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가능성과 함께 시장 교란 행위 및 쏠림 현상 등에 대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상존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는 하고 우리 금융시스템의 취약 부문을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시 시장안정 조치를 신속히 시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성명에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를 두고 추 부총리는 “연준이 조건부 금리인상 중단을 시사한 것은 우리 금융·외환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고물가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고 있고 미국 중소형은행 사태 등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재연 및 실물경제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높은 경계심을 갖고 상황을 철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까지 우리 금융시장은 글로벌 은행부문 불안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순매수 등에 힘입어 주식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흐름”이라며 “회사채 및 단기자금시장도 금리 안정 등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 3%대로 둔화…한국 기준금리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한국은행의 한국 기준금리 결정에 이목이 쏠린다. 역대 최대치의 금리 차를 나타내고 있으나 지난 4월 물가 상승률이 14개월 만에 3%대로 둔화된 만큼, 국내 기준금리 동결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 이는 3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 낮은 수치다.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둔화한 것은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6월(6.0%) 6%대에 이어 7월 6.3%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1월(5.2%)까지 5%대 상승률을 보이다 지난 2월 4.8%, 3월 4.2%로 내려왔다.

이번 물가 상승률 둔화 요인으로 석유류 가격 하락이 지목된다.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6.4% 감소했다.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공식품도 7.9% 올라 전월 9.1% 상승률보다 둔화하는 흐름이 이어졌고, 농축수산물도 1.0% 올라 전월보다 상승률이 둔화했다.

전기·가스·수도는 23.7% 올라 전월 28.4%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4.6% 올라 전월 4.8%보다 상승 폭이 둔화했다.

반면 개인서비스는 6.1% 올라 상승폭이 확대됐는데, 그중 외식이 7.6% 올라 전월보다 상승 폭이 컸다. 외식 외 개인서비스는 5.0% 올라 200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기·가스요금 인상 시기나 국제유가 등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는 한은의 연속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물가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국 기준금리는 오는 25일 금통위에서 결정된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CNBC와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둔화됐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원화가 지난 1월에 가장 양호한 통화였다는 점에 비췄을 때 매일 일어나는 환율 변화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지만 큰 변동성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데이터에 달려 있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연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한은이 일부러 연내 인하에 대한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 금통위를 복기해보면, 2월을 마지막으로 사실 상 인상 기조가 끝났지만 2월과 4월 기자회견 모두 인상 여지를 열어 뒀고, 동결 기조보다는 중단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연내 인하에 대해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FOMC나 금통위나 시장의 기대가 쏠리지 않도록 막는 것에 집중돼 있다”며 “마지막 인상이지만 마지막이 아닌 것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고, 인하 가능성은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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