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적자 38조원 넘겨...전 직원 임금동결 가능성도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한국전력 누적 적자가 38조원을 넘긴 가운데 정부여당이 전기요금 추가인상의 조건으로 자구책 마련을 촉구하면서, 한전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25조원+α 수준의 경비를 절감하기로 한 것인데, 이를 위해 한전은 임원급 직원의 급여인상분 및 성과급 반납 외에도 서울 여의도 사옥 매각 등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자구안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한국전력이 12일 전남 나주 본사에서 정승일 사장 등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영 및 경영혁신 실천 다짐 대회’를 열고, 25조원 넘는 규모의 자구안 발표에 나섰다.

한전 적자해소를 위해 마련된 자구책 발표에 맞춰 정승일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은 지난 2월 발표된 재정건전화 계획에 담긴 20조1000억원 보다 더 규모가 커진 것으로 5조6000억원 가량 더 늘었다는 설명이다.

한전의 적자해소를 위해서는 결국 전기요금 추가인상이 불가피한데, 정부여당이 전기료 인상을 위해서는 한전이 내부적으로 고강도 자구안을 제시해야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히면서 이를 의식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자구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크게 부동산 매각과 임금동결 등이 눈길을 끈다.

먼저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10개 자회사의 2급 부장급 이상 임직원들(4435명)은 올해 임금 인상분 전체를 반납하고, 3급 차장급(4030명)은 인상분의 절반을 반납한다.

이외에도 노조와의 협의에 착수해 임금동결 등에 대한 협의도 진행한다는 내용이 자구안에 포함돼 전 직원 임금동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조직도 대폭 축소한다. 전국 18개 지역본부 산하 234개 지역사무소를 주요 거점도시 중심으로 조정하고, 지역단위 통합업무센터 운영 등 조직을 축소 운용해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부동산 매각의 경우, 크게는 서울 여의도 남서울본부의 매각 추진이 자구안에 담겼다. 해당 건물 지하에는 변전시설이 있어서 그동안 매각 대상에서 제외돼왔지만, 이번에는 변전시설을 뺀 상층부를 따로 매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외에도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3개층 등 전국 10개 사옥의 외부 임대도 추진한다. 소위 ‘알짜 부동산’으로 꼽히는 여의도 사옥과 기타 건물의 매각‧임대가 본격화 된다면, 추가재원 확보가 용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가스공사 사옥 전경 ⓒ위클리서울/ 한국가스공사

한국가스공사도 추가적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같은날 가스공사는 기존 자구 노력에 해외사업 조정과 운영비용 절감 등을 추가해 15조4000억원 규모의 경영 혁신안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가스공사는 해외사업 수익을 재투자와 사업확장에 쓰기보다 현금화해 국내로 가져오고, 국내사업 투자 이연과 축소로 2조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꾀할 방침이다. 아울러 가스공사와 자회사인 가스기술공사의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 임금을 동결하고 인상분을 반납한다.

이처럼 한전과 가스공사가 잇따라 자구책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적자폭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부터 2022년 사이 한전의 누적적자는 38조원을 넘겼고, 올해만 적자가 8조 이상이다. 가스공사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영업실적 기준으로 전체 미수금은 14조2919억원에 달한다.

나날이 커지는 적자폭을 줄이려면 자구책도 자구책이지만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에서는 고금리 고물가 상황 속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설사 인상을 추진하더라도 그에 앞서 한전 등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우선 내놓아야한다는 것이 공식입장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자구안은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꺼내든 조치인 셈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역시 한달 넘게 보류되고 있는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과 관련해 한전의 자구노력 이후 조만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조정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전의 적자폭이 이처럼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전 적자 누적에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고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을 늘리고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는 방향이 아닌,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늘리려 한다는 것이라설명했다.

또한 이 장관은 한전이 올해 한전공대에 1588억원을 출연할 계획인지에 대한 물음에 “지난해부터 계속 긴축상태로 투자했지만, 지금 정부에 제출돼있는 출연 계획을 기재부와 같이 면밀히 검토해 최대한 적은 쪽으로 (조정하겠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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