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줄줄이 가격 인상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6월 들어 루이비통 가방 가격이 최대 8%대까지 가격이 인상됐다. 지난해 11월에 이어 8개월 만이다. 이에 일명 ‘김희애 백’으로 불리는 ‘카퓌신 MM’ 사이즈 가격은 1000만 원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샤넬이 핸드백 가격을 6% 가량 올리며 ‘클래식 플랩백 라지’ 제품은 1500만 원을 넘어섰다.

명품 브랜드들은 지난해 보복소비로 인한 높은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또한 원자재값과 물류비용 등이 인상 요인이 대부분 해소되고 있어, 이 같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원성과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위클리서울/ 샤넬 홈피캡쳐, 디자인=이주리 기자

에르메스, 가격 인상 앞서 무더기 취소 논란

올해 들어 가장 먼저 가격을 올린 브랜드는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다. 1월 4일부터 의류와 가방, 신발 등을 5~10% 인상했다. 이에 가방 모델인 ‘가든파티 36’ 가격은 498만 원에서 537만 원으로 7.8% 상승했고, ‘에블린’은 453만 원에서 493만 원으로 8.8% 올랐다. ‘린디26’은 1023만 원에서 1100만 원으로 7.5% 뛰었다.

에르메스 본사 측은 이미 지난해 10월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에르메스 여성 대변인은 언론에 “프랑스에서 7400유로짜리 토고 가죽 ‘버킨 25’ 백이 10% 인상되면 8140유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에르메스는 가격 인상을 코앞에 둔 지난해 12월, 소비자들의 주문을 무더기 취소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에르메스는 주문 후 바로 배송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재고 확인 후 상품이 있으면 배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고가 없으면 구매가 취소되지만, 이는 통상적으로 다음날이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문 후 5일이 지난 후에야 재고가 없다며 구매 접수를 돌연 취소한 것.

에르메스코리아 측은 고의성을 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이에 대해 “상품 준비 중이라고 해놓고 취소를 하다니 소비자를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 “고객의 신뢰를 짓밟는 행위”,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일부러 재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에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법에 따르면 판매자는 3영업일 이내 환불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업체에 시정 조치를 지시하고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1년 이내 영업정지를 결정할 수 있다.
 

샤넬, 루이비통 등도 인상 합류

샤넬은 지난 3월과 5월, 두 번이나 가격을 올렸다. 두 번 모두 6% 가격 인상을 진행한 만큼, 일부 제품은 올해 들어 12% 가량 오르게 된 셈이다. 먼저 ‘19핸드백’은 860만 원에서 912만 원, ‘보이 샤넬 플랩백 미디엄’은 895만 원에서 949만 원으로 각각 6% 가량 올랐다.

대표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스몰’은 1311만 원에서 1390만 원으로 6.0%, 미디엄은 1367만 원에서 1450만 원으로 6.1% 상향 조정됐다. 라지는 1480만 원에서 1570만원으로 6.1% 뛰며 1500만 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년 만에 200만 원 비싸졌다.

샤넬은 2020년 3차례, 2021년 4차례, 지난해 4차례 가격을 인상해, 코로나19 확산 기간 동안 총 12차례 가격을 올렸다. 매년 3~4번 가격 조정이 진행되는 만큼, 올해 역시 하반기에 1~2차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샤넬 측은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전 세계 고객에게 공평성을 제공하기 위한 가격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이 가격을 올리자마자 루이비통 역시 6월 1일부터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8% 가량 인상했다. 올해 첫 가격 인상이며, 지난해 11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앞서 루이비통은 2021년 5차례, 지난해 2차례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이번 인상으로 드라마 ‘부부의세계’에서 배우 김희애가 착용해 유명세를 치른 ‘카퓌신MM’은 984만 원에서 7.2% 올라 1055만 원이 됐다. ‘카퓌신BB’는 863만 원에서 890만 원으로 3.1%, ‘카퓌신 미니’는 812만 원에서 878만 원으로 8.1% 각각 올랐다.

‘알마PM’은 250만 원에서 266만 원으로 6.4%, ‘클루니BB’는 307만 원에서 322만 원으로 4.9%, ‘마들렌BB’는 363만 원에서 371만 원으로 2.2% 씩 비싸졌다. ‘스피디 반둘리’에 25 사이즈는 233만 원에서 250만 원(7.2%↑)으로, ‘온마이 사이드GM’ 백은 646만 원에서 677만 원(4.8%↑)으로 상향 조정됐다.

보테카베네타도 5월,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지난 11월 일부 백(가방)과 액세서리의 가격을 인상한 지 6개월 만이다. 이에 ‘카세트 벨트 백’은 기존 254만 원에서 281만 원으로 11% 인상됐다. ‘스몰 카세트 버킷 백’은 183만 원대에서 197만 원으로 7.4% 뛰었다. ‘미니 루프 카메라 백’의 경우 260만 원대에서 281만 원으로 8%, ‘틴 조디백’은 450만 원에서 463만 원으로 2.9% 조정됐다.

예물로 인기가 높은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도 올해 초부터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반 클리프 앤 아펠은 5월 제품 가격을 5~10% 가량 올렸다. 이에 ‘알함브라 스윗(스몰) 사이즈’ 목걸이는 210만 원에서 216만 원으로 3% 인상됐다. 롤렉스는 지난 1월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8% 인상했으며, 까르띠에는 4월 최대 15% 인상한 바 있다. 다미아니는 6월 말~7월 초 가격 인상을 단행한다. 인상률은 5~10% 선으로 알려졌다.
 

루이비통 카퓌신MM 김희애백 ⓒ위클리서울/ 루이비통 홈피캡쳐

명품 브랜드 영업이익↑…가격도↑

명품 브랜드들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했음에도 올해 가격 인상을 단행해 소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 6923억 원, 영업이익은 41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69% 늘어난 3380억 원이다. 에르메스 코리아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6501억 원으로 전년보다 23.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105억 원으로 23.4% 늘었다.

샤넬의 경우 지난해 국내 매출은 1조 5913억 원으로 2021년보다 3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129억 원으로 66% 늘었다. 향수와 화장품 분야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고, 블랙핑크 제니를 전면에 내세운 코코 크러쉬 컬렉션의 인기로 시계와 주얼리 매출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매출과 이익에도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리자 일각에서는 ‘그리드 플레이션(greed+inflation·기업 탐욕이 물가 자극)’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리는 요인으로 꼽았던 원자재값과 물류비 등도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실적으로 보면 명품 수요는 한풀 꺾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전년 동기 대비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 각사 분류 기준) 매출은 0.6% 줄었다. 명품 브랜드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15년 1분기(-0.8%) 이후 8년 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명품’에 지갑이 열리며 가격 인상도 덩달아 이뤄졌다는 해석이 가능했다”며 “그러나 현재는 고환율·고물가·고금리 기조로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가격 경쟁을 통해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로부터 매출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을 미래의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루이비통에 이어 구찌가 약 2주 간격으로 서울에서 패션쇼를 개최했으며, 지난 2월에는 서울 청담동에 펜디가 첫 플래그십 부티크를 열기도 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피가로는 지난달 22일 “유럽 명품 업계가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일본 도쿄에 이어 한국의 서울에 주목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특히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지난 3월 한국을 방문 한 점, 샤넬이 블랭핑크 제니를 홍보대사로 내세운 점 등을 그 예로 들었다.

르피가로는 모건스탠리가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2조 원)로 추산돼 1인당 명품 소비가 325달러(약 43만 원)로 세계 1위라고 발표한 보고서도 인용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보복 소비 바람이 불었고, 이것이 한국의 명품 소비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한몫했다고 부연했다.

르피가로는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1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명품에 대한 관심은 겉모습으로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유교 사회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며 “명품 가방은 자신의 지위를 보여주는 사회적 갑옷이 됐고,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젊은 세대의 배출구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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