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실리콘밸리은행 (SVB)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새마을금고 중앙회 본사. ⓒ위클리서울/새마을금고 중앙회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새마을금고 중앙회 본사. ⓒ위클리서울/새마을금고 중앙회

[위클리서울=방석현 기자] 최근 600억 원대 부실 대출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인근 지점과의 인수‧합병 결정이 내려진 남양주동부새마을금고 화도 호평지점에는 예적금을 해지하려는 이들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정 지점에서 뱅크런 사태가 현실화된 모습이었다. 

뱅크런(Bank-run)은 은행에서 단기간에 예금에 대한 대량의 인출요구가 일어나는 사태를 지칭하는 말로, 문자 그대로 은행이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부리나케 달려가서 예금인출을 하려고 번호표를 받는 현상에서 유래된 말이다. 과거 우리나라 금융위기 때도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문제가 된 지점은 최근 내부감사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600억 원 규모의 대출 채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곳이다. 규정을 지키지 않고 과도하게 기정고 대출(건축공정률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출해 주는 것)을 내주고 부실하게 관리했던 것이다. 
 
현재 부실대출된 담보가치는 약 200억 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중 회수가 불가능한 악성채권 130억 원가량을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떠안는 조건으로 지역 내 우량금고인 화도새마을금고와 인수합병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고 동부금고에 예금을 했던 고객들이 불안에 떨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뱅크런이 시작됐다. 지난주까지만 100억 원 가량의 예금이 인출됐으며 여전히 예금인출을 원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직원들은 지점을 찾아 항의하는 고객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예금이 모두 안전하게 보호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불안감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다른 새마을금고 지점들에까지 여파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오가자, 정부가 발 빠르게 나섰다. 

행안부는 지난 4일 새마을금고 30개 금고에 대해 1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특별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해당 금고들은 대출 연체율이 10%를 웃돌아 부실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검사와는 별도로 행안부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실제로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행정안전부 보도자료 등을 통해 부실이 발생한 금고가 인근 우량금고로 인수합병이 될때 고객예금은 원금과 이자 모두 100% 이전이 된다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체 예금자보호제도 외에도 고객의 예금에 대한 지급 보호를 위해 상환준비금제도를 운용 중”이라며 현재 상환준비금이 약 13조3611억 원 가량이라고 밝혔다. 또한 약 77조3000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부에서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컨트롤타워인 ‘범정부 대응단’을 꾸리고, 행정안전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기까지 했다. 이들은 브리핑에서 “새마을금고 회원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안심하시기 바란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부는 다른 금융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새마을금고 역시 예금자별 5000만 원 이하 예적금은 예금자 보호가 되며, 5000만 원을 초과해도 합병한 금고에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할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마을금고가 창설 이래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지만 예금을 지급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유사시 정부가 충분한 유동성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이번 사태 이후 정부가 이처럼 빠르게 나선 배경에는 얼마 전 있었던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 뱅크런으로 많은 고객들이 빠르게 예금을 인출했고 단시간 내에 파산으로 이어졌다. 

물론 한은은 물론 금융권 등에서는 새마을금고의 유동성 리스크가 다른 은행권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고, SVB사태 같은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는 있지만 부동산 PF 불안에 따른 연체율 인상이 여전히 우려스러운 만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1년 말 기준 1.93% 수준이던 새마을금고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6.18%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0.33%)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상태다. 정부가 나선 배경에는 이러한 잠재위험도 자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정부에서는 2011년 당시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건 당시에도 2주 내에 예적금을 재예치한 경우 약정이율과 비과세 등 기존 혜택을 복원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관계부처와의 협의 하에 한시적으로 재예치시 혜택을 유지키로 했다. 

재예치는 개인·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1일부터 6일까지 중도해지된 예적금에 한정하며, 신청기간은 7일부터 14일까지 약 일주일 간이다. 신청 후 즉시 기존과 동일한 조건으로 예적금이 복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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