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C유서 친환경 연료 전환 가속화
현대·삼성중공업 등 대형 메탄올 컨테이너선 수주

ⓒ위클리서울/삼성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산업의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세우면서 국제 해운시장의 친환경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메탄올·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활용한 선박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시장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IMO는 지난 7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IMO 제80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에서 ‘2023 온실가스 감축전략’ 채택을 통해 ‘국제해운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한 바 있다.

온실가스를 2008년 총배출량 대비 2050년까지 50%만 감축하겠다던 2018년 전략을 전면 수정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합의문에는 ‘온실가스를 2008년 총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최소 20%, 2040년까지 최소 70% 감축해야 한다’는 단계적 목표치가 담겼다.

일반적으로 벙커C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의 경우 10k급 선박 1척에서 자동차 100대와 동일한 양의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벙커C유는 원유를 분별증류해 가솔린·석유·경유 등을 뺀 잔유와 중질경유를 섞어서 만든 증유의 일종이며 발열량이 많고 열효율이 뛰어난 장점이 있어 대형선박 엔진으로 사용되지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단점이 있다. 

이에 최근에는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활용한 선박시장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LNG는 기존 연료에 비해 아황산가스 90%, 이산화탄소 20%, 질소산화물 80% 저감 효과가 있어 친환경 선박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메탄올은 기존 벙커C유 대비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최대 8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25%)도 가능한 친환경 연료로 꼽힌다. 또 연료 유출 시에도 물에 빠르게 녹아 해양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암모니아는 수소처럼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있으며 수소에 비해 제조와 저장, 수송에 필요한 과정이 단순해 경제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암모니아는 LNG, 메탄올을 이어 ‘무탄소 선박’을 실현할 차세대 선박 연료로 거론되고 있다.

ⓒ위클리서울/HD현대중공업 홈페이지 캡쳐

글로벌 메이저 해운사들은 이미 친환경 선박 운항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Clarksons)은 2020~2030년을 LNG 추진선 도입기, 2030~2040년을 무탄소 선박 도입기, 2040~2050년을 무탄소 선박 확장기로 지정해 향후 친환경 선박 개발 및 발주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KB경영연구소는 “탄소 배출량 감축 규제가 갈수록 강화됨에 따라 글로벌 선사들은 신규 선박 도입 시 친환경선박을 발주해 향후 선대를 친환경으로 구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시장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고 짚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1위 해운사 MSC는 LNG·메탄올·연료전지, 2위 머스크(Maersk)는 바이오디젤·메탄올·암모니아 기반 친환경 선박 운항 전략을 수립해 꾸준히 관련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화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로 메탄올 추진선을 도입하기로 함에 따라 2021년 8월부터 2022년 말까지 발주한 총 19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국내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 전량 수주했다.

앞서 머스크가 2021년 8월 발주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의 건조계약을 HD한국조선해양이 따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이 발주한 3조9000억원의 초대형 규모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16척 건조계약을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최근까지 발주된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은 총 109척으로, 이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은 절반을 넘는 61척(56%)에 이른다.

상반기 세계 전체 선박 발주량 중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량이 114척으로 중국 조선사 428척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에 비하면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실적이 눈에 띈다.

또 주요 조선사들은 암모니아 선박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관련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위한 밸류체인을 구축 중이다.

또 HD현대중공업도 최근 싱가포르 해운사 이스턴퍼시픽쉬핑(EPS)과 함께 암모니아 이중 연료 가스 운반선 발주를 위한 협약를 체결한 바 있다.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일본 해운사로부터 암모니아 추진선 1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친환경선박 엔진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부족해 한국 업체에서 엔진을 납품받아 선박을 건조하는 경우가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국내 조선사들은 엔진 생산부터 선박 제조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될 친환경선박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고수해 나갈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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