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연구소, "분쟁해결 지원시스템 마련해야"

24일 서울시교육청과 교직3단체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추진과제 제언 및 법안 신속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었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24일 서울시교육청과 교직3단체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추진과제 제언 및 법안 신속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서울시교육청에서 열었다. ⓒ위클리서울/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박영신 기자] 최근 초등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한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교사 인권을 넘어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일부 교육청이 학생 인권 우선시로 교권이 추락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면서 '흑백논리', '편가르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한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는 지난 19일 가해 학생에게 '전학' 처분을 내리고 서울시교육청에 경찰 고발을 요청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학부모의 악성 민원 제기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계에서는 교권 침해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만큼 교권 추락이 심각하다. 교사가 교육하기 두려워하고 학생들은 무질서에 교실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충을 넘어 교사의 생명과 안전으로까지 연결되는 일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현장에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민원으로 신고하고 정서적 학대로 고소 및 고발하는 사안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교권 추락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당, 지자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 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지시했고 대통령실에서는 초등교사의 극단적 선택이 ‘학생인권조례’가 빚은 교육 파탄의 단적인 예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자치 조례'가 각 시·도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를 지칭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그동안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현장은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학생인권조례’를 개정하겠다고 했으며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도 학생인권 조례를 재검토해 무너진 교권을 회복시키겠다고 했다.

학생인권조례는 서울과 경기·광주·전북·충남·제주·인천 등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 2010년 경기를 시작으로 2011년 광주, 2012년 서울 등지로 확대됐으며 학교 내 체벌 금지와 함께 표현의 자유, 차별받지 않을 권리 등이 담겼다.

ⓒ위클리서울/픽사베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학생 인권을 강조할수록 교권이 추락하고, 학생인권을 제한해야 교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다는 논리는 '흑백논리'에 불과하다”며 “교권 신장이 학생 인권 신장으로 이어지고, 학생 인권 신장이 교권 신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학생인권조례는 헌법‧교육기본법‧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근거해 학생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받기 위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을 뿐 교사의 권리를 침해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며 “오히려 ‘학생의 책무'로서 교사와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조례에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태들은 학생‧교사 간 권리 충돌의 문제가 아닌 교육현장에서 극단적 모습을 보이는 이들에 대한 단호한 대처나 합리적 처리시스템의 부재로 일어난 것”이라며 “이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 마련은 도외시한 채 교육당국이 앞장서서 학교 구성원들을 ‘편가르기’하며 분탕질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분쟁과 갈등을 조기에 개입하고 해결할 수 있는 학교 안팎의 지원 시스템 구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결국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대립이 아닌 연대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로 교권이 추락했다는 잘못된 비판이 있는데, 학생인권은 인권대로 가고 추락했다고 비판받는 교권은 보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병행론적 입장을 펼쳤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침해의 상관관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작성한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경기, 2012년 서울·광주, 2013년 전북 등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바 있으나 교권침해 건수는 2012년 7971건에서 2018년 2454건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1월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수업방해 요인 발생 상황에서의 교수학습 활동 보호 방안'에서는 "교권과 학생인권과의 관계 측면에서 서로가 상충관계로 설정되기보다는 교육여건의 개선을 통한 교육의 질 향상에 궁극의 목표를 두고 상호보완 관계로 설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제언한 바 있다.

ⓒ위클리서울/픽사베이·이주리 기자

한편 교사 보호를 골자로 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은 조경태·서정숙·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안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등 4건이 발의돼 있다.

조 의원안에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학교 측의 조치 내용을 학생부에 기재‧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안은 학생의 문제 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고, 교육지원청이 시·군·구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방지하고 피해교원을 적극적으로 보호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 의원안에는 선도가 시급한 학생에 대해 출석정지 조치를 내리되, 학생이 이를 거부할 경우 징계하는 방안이 담겼다. 강 의원안은 교사가 생활지도를 이유로 입건 또는 기소될 경우 학교장이 수사 기관과 법원에 의견을 제출하도록 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는데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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