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정조사’ 카드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양평고속도로를 놓고 정치권이 뜨거워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제기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과 백지화 논란에 대해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울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대통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해서 국조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고 당론으로 채택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 처가 의혹까지 불거진 이번 사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전망해 봤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민주당이 양평고속도로와 관련 칼을 뽑았다.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며 강수를 띄운 것이다.

송기헌 원내수석 부대표는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해서 규명하고 극단적으로 백지화시키는 원희룡 장관의 책임을 묻고 노선변경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자 국정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원희룡 장관은 정작 국민이 궁금해하는 부분은 해명하지 않고 명백한 사실도 다르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의혹 해소를 위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여당도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 대표발의로 제출된 국정조사요구서에 따르면 국회는 교섭단체 및 비교섭단체의 비율대로 18인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

조사범위엔 ▲강상면 종점 변경 경위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후 신규 노선 변경 과정서 제기되는 제반 절차에 대한 의혹 ▲대통령 처가 포함 관련 인물들의 양평군 내 토지 취득 경위 등 전수조사 ▲대통령실·대통령직인수위원회·국무총리실·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한국도로공사·양평군·용역사 등 권력층의 불법·부당한 개입 ▲지난 5월 8일 이후 국토교통부 등의 진실 은폐의혹 및 외부지시 여부 등이 담겼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여 ”역풍 맞을 수도“

민주당이 양평고속도로 백지화 논란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정조사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국민의힘은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래는 상임위원회 현안질의를 통해 현재까지 나온 의문이 전부 해소되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이었다“며 “현안질의에서 처음 제기된 의혹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고 판단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여당 측은 국정조사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며 "국정조사는 국민들 관심이 많거나 법 위반 등이 있어야 하는 건데, 이건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의혹 제기가 세서 이슈가 됐지만 ”더 이상 뭔가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은 일단 윤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겨냥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 소속 국토교통위원 일동은 입장문을 통해 "진상 규명과 사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국정조사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 국토교통위 회의에 출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에 대해서도 "해명하러 나온 것이 아니라 야당과 싸우기 위해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며 "대답 회피 등 참으로 낯부끄러운 상황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적반하장 식 비상식적 태도가 의혹을 오히려 더 크게 키웠다"며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장관이 일부러 정쟁을 유도하고 상임위를 파행으로 이끌려고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야당 의원들을 우롱하고 무시한 원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원 장관 해임 요구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이런 민주당에 대해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대표는 “"더 이상 양평 주민들에게 어려움이 닥치지 않도록 민주당이 정신 차리길 바란다"고 일축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을 보면 참 안타깝기 짝이 없다. 자신들 정권 시절에 이미 대안 노선을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해 놓고 이제와서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국토교통위원회 회의를 지켜본 분들은 한결같이 민주당이 터무니없는 억지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는 걸 확인했을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여사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야 ”최대 권력형 비리“

이와 함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치적 오물을 치우기 위해 불가피하게 중단했지만, 오물을 해결하면 고속도로를 최대한 빨리 놓겠다”고 약속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상 사업 재추진을 약속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 장관은 “앞으로 전문가 의견과 주민 의사를 물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의 오랜 숙원사업인데, 정치적 싸움거리가 되고 ‘특정인 게이트’로 몰고 가는 오물이 됐다”면서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제대로 길을 추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중단하게 됐지만, 고속도로를 최대한 빨리 놓겠다”면서 “하루빨리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해결사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원 장관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의혹을 깨끗이 치울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양측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부터 팽팽히 맞서 고성과 항의가 오갔다. 원 장관은 사업 중단의 책임을 민주당의 ‘거짓 선동’으로 돌렸다. 하지만 사업의 정당성을 설득하고 안정적으로 추진해야 할 주무장관이 ‘정쟁’에 가담하고 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회의 초반 원 장관이 선언한 ‘사업 백지화’의 적절성이 도마에 올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은 최소 이해충돌, 최대 권력형 비리까지 이어질수 있는 사안”이라며 “야당이 의혹을 제기했다고 해서 그냥 사업을 엎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책임 행정으로 풀어야 될 고속도로 문제를 완전히 정쟁으로 돌려버린 것”이라며 “정치적 퍼포먼스가 너무 센 반면 행정 책임자로서의 성실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 공약 사항을 일개 장관이 백지화 선언을 하는 게 가능하냐”고 주장했다.

원 장관은 백지화는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실질은 중단”에 가깝다고 한발 물러났다. 김민기 위원장이 “백지화가 아니고 중단이라고 이해를 해도 되느냐”라고 묻자 “거짓 선동이 중단되면 즉시 추진할 것이며 지금이라도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정상 추진 여부는 바로 결정될 수도 있다”고 했다.

원 장관의 불성실하고 부정확한 해명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원 장관은 ‘대안 종점부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어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는 한 여당 의원 질의에 “그 땅 아래쪽에 고속도로 접속 부근 땅은 상수원 구역이고 수변구역으로 개발이 금지돼 있다”며 “법을 국회서 바꾸지 않는 한 금지돼 있기에 개발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답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수변구역 해제 사유가 명시된 한강수계법과 국토계획법 조항 등을 언급하며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가 연루돼 논란이 된 공흥지구도 수질보호구역 1권역 내 개발이 어려운 땅이었지만 아파트를 지어 100억 이상의 개발 이익을 남겼다”며 “장관의 이런 엉터리 해명이 이 사건을 더 키우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최근 양평 고속도로 노선변경을 둘러싼 의혹을 국민에게 검증받겠다며 이 사업과 관련한 7년 동안의 55건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 하지만 자료 제출을 둘러싼 논란은 이날 현안질의 때도 계속 이어졌다.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국토부가 공개한 용역사 과업계획서 중간 페이지가 누락되어 있었다며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실무자 실수”라고 답했다.

민주당의 이번 국정조사 요구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번째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에 대해 정말 떳떳하고, 사업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면 국조에 반드시 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양평고속도로를 둘러싼 뜨거운 공방이 어디로 어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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