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까지 전북 부안 새만금서 진행
부실 화장실·샤워실에 성범죄까지 ‘논란’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세계 청소년들의 야영 축제인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우리나라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에서 진행된다. 25회를 맞은 해당 축제는 올해 세계 159개국에서 4만 3000여 명이 참여했다. 만 14세에서 17세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며, 성인들은 운영요원 및 지도자로만 참가가 가능하다.

전북 새만금에 조성된 잼버리 야영지는 267만㎡로 여의도에 3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청소년들의 개별 텐트는 2만 2000여 개가 설치됐다. 한국 민속놀이 체험, K-POP 공연, 한옥마을 체험, 달고나 만들기 등 크고 작은 프로그램 170여 개가 운영된다.

 

ⓒ위클리서울/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홈페이지 캡쳐
ⓒ위클리서울/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청소년들의 문화교류의 장으로 꾸며져야 할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가 ‘부실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제대로 된 냉방 장치가 없고 화장실과 샤워실, 식사 등 기본적인 시설과 환경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유치돼 6년 동안 1000억 원이 투입됐는데, 해당 예산이 적절히 사용된 것이 맞느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잼버리 부실 논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뒤늦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새만금 철수하는 해외 청소년들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에서 국가들이 하나둘씩 철수하고 있다. 이유는 바로 열악한 환경. 이들은 떠나면서 ‘악몽이었다’, ‘난장판이었다’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잼버리 참가 국가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을 파견한 영국 대표단은 결국 5일, 철수를 선택했다. 인원이 많아 숙소 배정을 위해 3일에 걸쳐 서울과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미국 대표단 역시 1500여 명이 행사장을 떠났다. 싱가포르 대표단은 대전에 있는 인재개발원에 숙소를 두고, 행사 때만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4만명이 넘었던 참여 인원은 3만 7000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당초 6일 진행 예정이었던 K-POP 콘서트도 연기됐다.

행사 철수를 결정한 국가들이 지적한 요인은 바로 ‘열악한 환경’이다. 폭염에 대한 대처가 위생, 보건, 식사 등이 미흡했다는 것. 실제 이번 잼버리에서는 하루에 수백 명씩 온열 환자가 발생하고, 식재료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는 문제가 잇따랐다. 특히 대원들은 벌레와 화장실 문제로 힘들었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영국 매체 가디언은 잼버리 관련 별도의 ‘제보 페이지’를 만들어 부모들의 인터뷰를 보도하고 있다.

한 영국 여성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6세 딸에게 ‘훌륭한 인생 경험’이 될 줄 알았던 것이 ‘생존 미션’으로 변질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해당 여성은 “텐트가 너무 뜨거워 열을 식힐 수 없으며, 샤워실과 화장실에는 쓰레기와 머리카락이 배수구를 막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의 부모는 “이번 잼버리에 아들을 보내기 위해 약 850만원을 서. 그러나 아들의 꿈이 악몽이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편의점 바가지 논란도 일었다. 잼버리 현장에 독점으로 매장을 운영한 GS25가 시중보다 10% 가량 비싸게 제품을 판매한 것. 필수적으로 필요한 컵얼음은 시중가 700원이었으나 현장에선 1500원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GS25는 모든 상품 가격을 다시 시중 수준으로 인하했다.

회사 측은 “현장에 들어간 물류 인프라 비용이 커서 일부 상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대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차원에서 전날부터 가격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성범죄가 발생했는데도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태연 전북연맹 스카우트 제900단 대장에 따르면 지난 2일 영지 내 여자 샤워실에 태국 남자 지도자가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100여 명 정도의 목격자가 있으며, 해당 태국 지도자는 ‘샤워하러 들어왔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장은 “해당 사건 결과가 ‘경고 조치’로 마무리돼 해당 남성이 영내에서 같이 생활하는 등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전북지역 스카우트 일부의 조기 퇴소를 결정했다.

크고 작은 사건이 여기저기 발생하자 정치권에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잼버리 유치가 전 정권에서 이뤄진 만큼 투입된 1000억 원의 예산이 어디에 쓰인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5일 논평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급 회의에서 직접 챙길 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행사”라며 “잼버리 유치에 앞장선 송하진 전 전북지사는 잼버리 유치와 관련 예산 증액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측은 이번 부실 논란이 ‘정부의 무책임이 부른 예고된 참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6일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있게 수습하는 것이지, 남 탓하고 책임 회피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이들은 중앙정부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마트는 얼음 생수 8만여 병을 잼버리 현장으로 긴급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행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생수 약 10만 개를 지원키로 했다. ⓒ위클리서울/ 이마트

뒤늦게 수습 나선 정부·기업

잼버리에 대한 논란이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자 정부와 기업 등은 심폐 소생에 나서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GS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건설업계의 협조를 받아 청소인력 350명을 보냈으며 냉방 대형버스와 탑차를 확보해 공급했다. 화장실 고장을 위해 설비 전문가를 투입하고, 행사 종료 때까지 여러 인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군과 민간이 합심해 참가자의 어려움을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다”며 “폭염과 관련해선 참가자들이 더위를 식힐 수 있도록 냉방 버스 262대가 확대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내 셔틀버스도 두 배로 증차해 총 24대가 10여 분 간격으로 운행하고 있으며, 군에서는 영지 곳곳에 그늘막 69동을 추가 설치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지원에 동참했다. 삼성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을 파견했으며, 간이 화장실 및 전동 카트 지원, 건강 음료 20만 개를 제공했다. 쓰레기 분리수거 등 자원봉사자들의 환경미화 활동을 돕기 위해 신입사원 150여 명을 현장에 파견했다.

LG는 당초 계획보다 지원 규모를 늘려 생수와 이온음료 총 20만 병을 지원하고,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막(MQ텐트) 300동을 지원했다. 여기에 휴대용 선풍기를 추가 제공해 총 1만대 지원하고, 샴푸와 린스 등 여행용 생활용품 세트, 모기기피제 등 위생용품 5만 개를 지원한다. LG유플러스는 대회 기간 무료 충전스테이션을 상시 운영하고,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5G 무선 와이파이 라우터, 유선 와이파이를 지원했다.

이마트는 얼음 생수 8만여 병을 잼버리 현장으로 긴급 지원하는 것을 시작으로 행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생수 약 10만 개를 지원키로 했다. 생수 이외에도 잼버리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적인 물품 지원에도 나선다. SPC그룹 역시 행사 종료일까지 매일 파리바게뜨 아이스바와 SPC삼립 빵 각각 3만 5000개씩을 참가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

바가지 가격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GS25는 냉동 생수 일 4만 개를 제공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긴급 물류 대응을 통해 잼버리 조직 위원회에 선크림 4만 개를 긴급 지원했다. 아워홈은 식재 공급, 얼음 및 냉수, 과일, 아이스크림 등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재해구호협회를 통해 목에 두르면 열을 식혀주는 ‘쿨스카프’ 1만 장을 현장으로 보냈다.

경제단체들도 힘을 모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냉동 생수 각 5만 병씩 총 10만 병을 지원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대형 아이스박스 400여 개를 제공했다. 대한상의 측은 “경제계의 음료와 얼음물 지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를 담아낼 수 있는 대형 아이스박스를 긴급 수배해서 공급했다”고 밝혔다. 대형 아이스박스 1개는 생수 130개 보관이 가능한 크기다.

정부와 기업이 두 팔을 걷어붙인 가운데, 행사 종료까지 떨어진 신뢰와 국격을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정부는 기업과 기관의 지원에 따라 잼버리가 안정을 찾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정부 노력에 호응해 자치단체와 공공기관, 특히 기업과 우리 국민 여러분이 여러 형태로 기부를 해줘서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정부의 노력과 호응한 국민과 기업에 감사하다. 나라에 어려운 일이 생길 때 정부, 기업, 국민이 힘을 모아 극복하는 전화위복의 경험이 이번에도 재현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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