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면값 인하 여파로 3분기는 지켜봐야, 해외가 ‘핵심’
신라면 더레드, 마열라면, 맵탱 등 줄줄이 출시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K-라면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깜짝 실적’을 달성한 라면 3사가 여름철 막바지 매운맛 대결에 돌입했다.

정부의 라면값 인하 압박에 눈치보기를 하던 라면업계는 상반기에 달성한 호실적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라면값 인하 여파로 3분기에는 2분기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여전히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은 큰 상황이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농심‧삼양식품‧오뚜기, 상반기 호실적…해외시장 성공 주효

최근 농심‧삼양식품‧오뚜기 등은 잇따라 상반기 실적을 공개했다. 이들은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하며 상반기 실적 호조를 이어갔다.

먼저 농심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1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조6979억원으로 동기간 13.8%나 늘어났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무려 1162%나 껑충 오른 537억원을 기록했고, 동기간 매출은 10.8% 성장한 8375억원을 달성했다.

농심은 상반기 이같은 호실적은 해외에서의 성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농심 미국법인은 상반기 316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대비 25.2%나 급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536% 증가한 337억원을 달성했다. 농심에 따르면 전체 영업이익 중 미국법인이 차지한 비중이 28%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심 미국법인은 월마트 등 미국 대형 거래처를 대상으로 신라면 등 주력 제품을 우선 공급하고 신제품을 가장 빠르게 입점시키는 등 유통망 관리 전략에 중점을 뒀다. 미국 제2공장 가동으로 공급량이 확대되며 수요에 원활히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이 곧바로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러한 글로벌 실적을 바탕으로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지금의 3배 가량인 연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며 라면시장 1위에 오르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이를 위해 농심은 미국 제3공장 착공을 이어가고 있다.

‘불닭볶음면’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삼양식품도 해외에서의 매출상승으로 호실적을 달성했다. 삼양식품의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2% 증가한 440억원, 매출액은 11.8% 증가한 2854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해외매출 부문을 살펴보면, 전년동기 대비 3.6% 증가한 189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사측은 지난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미국·중국 판매법인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면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에 더해 8‧15 광복절을 맞아 특별사면 명단에 기업가인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이 포함되면서 삼양식품 주가는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주요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에 더해 수출물량 확대에 따른 물류계열사 삼양로지스틱스 매출이 증가했다. 연결회사로 신규 편입된 삼양라운드힐(구 삼양목장) 매출도 반영되며 전년동기 대비 32.6% 증가한 955억원을 기록했다.

삼양식품은 “수출 호조세와 해외법인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성장이 2분기 실적을 견인했다”며 “회사의 성장세에 발맞춰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 말했다. 이를 위해 사측은 1600억 규모의 신규시설투자에 나서 지난해 5월 준공한 밀양공장 부지 내에 추가로 5개 생산라인을 갖춘 2공장을 증설하겠다고 설명했다.

오뚜기 역시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7% 증가한 1조7110억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은 21.7% 상승한 1299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8.2% 증가한 8542억원, 영업이익은 35.4% 늘어난 6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실적은 시장 예상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오뚜기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실적과 관련해 “라면 및 소스류, 간편식 등의 판매 증가가 매출 상승을 견인해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당기순이익에 대해서는 “영업 외 수익(전년 부동산 매각)이 줄어들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사측은 다양한 소비자 욕구에 부합하기 위해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이를 위해 연구인력 투입과 설비 투자에도 힘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라면업계와 증권가 등에서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가 3분기에도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아직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라면값 인하 압박으로 내수시장에서의 부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라면값 인하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3분기부터는 국내 실적에서는 그다지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이 하반기 실적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분기만 하더라도 신라면과 불닭볶음면으로 해외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올린 농심과 삼양식품이 깜작 실적을 냈던 것을 감안하면, 국내에서의 실적부진을 만회할 기회의 땅은 해외라는 설명이다.
 

라면 3社 ‘매운맛’ 즐기는 MZ세대 공략

물론 국내 시장 상황이 그다지 녹록치 않다고 하더라도 소비층 공략을 위한 라면 3사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MZ세대 등을 겨냥한 ‘매운 국물라면’ 경쟁이다.

농심은 신라면의 매운맛을 더욱 강화한 ‘신라면 더 레드(The Red)’를 14일 한정판으로 내놓았다. 신라면 더 레드는 고추 등의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가 기존 신라면(3400SHU)의 2.2배인 7500SHU에 달한다.

신라면 더 레드는 청양고추의 양을 늘려 매운맛을 더하는 동시에 소고기‧표고버섯‧청경채 등 육수의 감칠맛을 내는 재료를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늘려 국물 맛을 보강했다.

농심은 봉지면(125g)으로 먼저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 반응을 본 뒤, 컵라면 출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열라면 보다 더 매운 ‘마열라면’을 8월 중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996년 출시된 오뚜기 열라면은 최근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매운라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며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잇는 상황이다. 특히 열라면에 다양한 재료들을 넣어먹는 사람들이 늘면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봉지면 기준 판매량이 3배 가량 뛰기도 했다.

오뚜기는 열라면에 첨가하는 부재료로 마늘‧후추 등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 새로운 콘셉트의 ‘마열라면’을 개발했다. 제품은 깔끔한 매운맛이 특징인 열라면에 알싸한 마늘과 톡 쏘는 후추를 더해 익숙하면서도 매력적인 새로운 매운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신제품에는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에서 자란 마늘과 입자가 굵은 후추를 동결건조한 ‘마늘후추블럭’이 들어있으며 16일 봉지면을 시작으로 오는 9월에는 컵라면 형태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은 매운 국물라면 ‘맵탱’을 론칭하고 신제품 3종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 ▲맵탱 마늘조개라면 ▲맵탱 청양고추대파라면’을 출시하기로 했다.

맵탱은 매운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에 주목해 다채로운 맛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화끈‧칼칼‧깔끔‧알싸‧은은함 5가지 매운맛을 세분화해 적절히 조합했으며 소비자들이 취향과 상황에 맞게 매운맛을 선택할 수 있도록 ‘스파이시 펜타곤’ 지표를 개발해 제품 패키지에 적용했다.

‘맵탱 흑후추소고기라면’은 화끈하고 칼칼한 매운맛을 느낄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 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제격이고 ‘맵탱 마늘조개라면’은 속이 풀리는 알싸한 매운맛이 특징이다. ‘맵탱 청양고추대파라면’은 무‧마늘‧생강 등 다양한 채소를 푹 끓여내 만든 채수와 청양고추‧대파로 깔끔한 매운맛을 자랑한다.

삼양식품은 단순히 매운맛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매운맛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공략해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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