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람회·팝업·플래스십·쇼룸 등 고객 직접 만나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온라인 플랫폼들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다. 박람회 형식으로 플랫폼에 입점된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만남의 장’을 주선하거나, 고객이 상품을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공식 스토어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옴니채널(omni-channel)’ 쇼핑 체계가 점차 확대됨에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옴니채널은 소비자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어느 채널에서 구매하든 같은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운영하면 모바일 활용이 서툴거나 직접 구매를 선호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던 중소업체들도 고객들을 직접 만나 브랜드 자체를 소개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에 플랫폼 업계는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자리를 잡고 팝업스토어나 공식 매장들을 오픈하고 있다.

 

‘2023 푸드 페스타’ 성황리 종료… 나흘간 2만 명 참여 “모두의 축제”
‘2023 푸드 페스타’가 성황리 종료됐다. ⓒ위클리서울/ 컬리

쿠팡·컬리, 박람회 형식 오프라인 행사 열어

생필품과 신선식품 등을 새벽배송하는 국내 대표 플랫폼인 쿠팡과 컬리는 박람회 형식의 행사를 진행했다. 두 회사 모두 창립 이래 첫 오프라인 행사다. 우수한 중소·중견 기업들의 상품을 고객과 직접 연결할 수 있도록 부스를 열고, 선착순으로 고객을 초대했다.

쿠팡은 지난 8월 18일~20일까지 3일간 서울 성수동 ‘쎈느’에서 ‘메가뷰티쇼 버추얼스토어’를 열었다. 이는 쿠팡의 첫 번째 고객 참여형 뷰티 체험관이다. 개최 장소인 쎈느는 총 2개 층 134평 규모로 디올, 바비브라운, 폴로랄프로렌 등 여러 뷰티·패션 브랜드 팝업스토어가 열린 곳이다.

이번 버추얼스토어는 에스트라, 이니스프리, AHC, 센카, 바닐라코 등 15개 대표 뷰티 브랜드가 참여했다. 쿠팡의 인기 뷰티 로켓배송 제품을 추린 ‘2023년 뷰티 어워즈’에 선정된 브랜드들이다. 각각 개별 부스를 통해 대표 상품을 방문객들에게 소개했다.

회사는 아직 소비자 인지도는 낮지만 입점에 관심 있는 중소 뷰티업체들을 위한 ‘K-뷰티 컨설팅 부스’도 마련했다. 쿠팡 뷰티 전반에 대해 소개하고, 입점 안내 등 온라인 판로 개척 노하우를 담은 브랜드 컨설팅을 제공했다.

 

쿠팡 뷰티 버추얼스토어에 참여한 AHC 부스 모습
쿠팡 뷰티 버추얼스토어에 참여한 AHC 부스 모습 ⓒ위클리서울/ 쿠팡

쿠팡의 첫 오프라인 행사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7월 31일부터 진행된 사전예약은 오픈 당일 전 시간대 매진을 달성했다. 행사 첫날인 18일 하루에만 1000여 명의 고객이 다녀간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뷰티 카테고리 우수 중소·중견 기업들의 상품을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서 선보이고자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며 “처음 진행되는 버추얼스토어임에도 사전 예약부터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컬리 역시 창업 8년 만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다. 지난 7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2023 푸드 페스타’를 연 것. 85개 파트너사 130여 개 식음료(F&B) 브랜드들의 부스를 만들어 시식과 경품 행사, 판매 등을 진행했다.

해당 행사에서는 CJ제일제당과 컬리와 함께 개발한 ‘햇반 골든퀸쌀밥’이 처음 공개됐다. 유명 커피 브랜드인 블루보틀은 ‘크래프트 인스턴트 커피: 에스프레소’를 선보였다. 컬리 앱을 통해서는 행사장에서 선보인 브랜드 상품들을 최대 40% 할인 판매하는 프로모션이 동시에 열렸다.

행사는 나흘간 2만 명의 고객이 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행사 첫날인 7월 6일은 평일임에도 개장 전부터 입장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으며, 둘째 날인 7일 정오에는 준비한 티켓이 매진됐다. 주말에도 무덥고 습한 날씨를 뚫고 큰 인파가 몰려, 입장 대기 줄이 300m가량 이어졌다.

김슬아 컬리 대표는 “처음 선보이는 오프라인 행사인 만큼 음식에 대한 진심을 담아 고객, 파트너사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을 만들고자 했다”며 “함께 한 파트너사들, 행사장을 즐거운 에너지로 가득 채워 주신 고객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조감도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조감도 ⓒ위클리서울/ 무신사

패션 플랫폼들 “직접 보고 사세요”

패션 플랫폼들은 플래그십, 쇼룸 형태의 스토어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다. 모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보던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입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식 매장을 운영함으로써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을 높이고 플랫폼의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하겠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무신사는 지난 2021년 5월 첫 번째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 홍대 상권에 오픈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다. 주 이용층인 10~20대 고객 특성을 고려해 오프라인 첫 진출지로 홍대를 택했다. 머큐어 앰배서더 호텔 건물에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 규모로 들어섰다. 영업 면적은 850㎡(약 250평)에 이른다.

매장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보여주는 브랜드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타임리스(Timeless)’를 테마로 공간 디자인을 완성했다. 층별로 과거, 현재, 미래를 콘셉트로 공간을 구성함으로써 고객들이 상품 구매는 물론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데 중점을 뒀다. 특히 스토어 중앙에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전 층을 관통하는 14m 높이의 미디어 타워를 설치해 감도 높은 브랜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두 번째 플래그십 스토어를 강남에도 오픈했다. ▲LG 스탠바이미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라이브 피팅룸 서비스’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무탠픽업’ 데스크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점은 오픈 3일 만에 8000여 명이 다녀가며 흥행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그동안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했는데 고객 요청에 응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온·오프라인 연계(O2O)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무신사 스토어와 연계한 다양한 혜택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머스트잇은 온라인 명품 플랫폼 업계 최초로 오프라인에 진출했다. 위치는 플랫폼 특성에 맞게 서울 압구정에 위치한 머스트잇 신사옥 건물 1층을 택했다. 쇼룸 형태의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규모는 182㎡(약 60평)에 이른다.

쇼룸에는 샤넬,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톰브라운 등의 하이엔드 브랜드부터 메종마르지엘라, 아미, 메종키츠네, 스톤아일랜드 등의 컨템포러리 브랜드까지 약 50개 브랜드의 의류, 가방, 액세서리, 신발 등 600여 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2023 머스티벌‘을 열고 온-오프라인 동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머스트잇 관계자는 “명품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만큼 온라인 쇼핑 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구매할 수 없는 한계가 더 크게 느껴지는 품목”이라며 “머스트잇은 합리적인 가격에 개성 있는 상품을 접할 수 있는 자사 온라인몰의 강점과 다양한 명품 브랜드 상품을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오프라인의 강점을 더해 쇼룸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명품 플랫폼인 발란은 여의도 상권을 선택, 국제금융센터(IFC) L2층에 오프라인 1호점인 ‘커넥티드 스토어’를 열었다. 국내 대표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IFC몰은 소득수준과 구매력이 높은 3040 직장인 이용 비율이 높은 곳이다.

매장은 ‘일상에서 벗어나 각자의 취향에 맞는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콘셉트로 꾸며졌다. 현장에서 모바일 앱으로 직접 결제하는 통합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럭셔리 테크를 활용해 효율적인 쇼핑 환경을 조성했다.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스테디셀러부터 트렌디한 상품까지 상품을 유동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발란 커넥티드스토어
발란 커넥티드스토어 ⓒ위클리서울/ 발란

발란은 기존 오프라인 쇼핑이 매장별 재고를 확인하기 어렵고 온라인보다 비싸거나 혜택이 제한적이었다고 보고 온라인 쇼핑의 장점을 접목시키기 위해 모든 제품에 QR코드를 부착했다. 소비자는 QR코드를 상품에 부착된 QR코드를 인식해 발란 앱에서 상품의 정보와 AI(인공지능) 추천 상품, 구매 후기를 살펴볼 수 있다.

착용을 원하는 상품을 피팅 리스트(Fitting-List)에 담고, QR코드를 이용해 피팅룸 이용을 신청하면 매장 직원이 고객 요청 상품을 피팅룸에 준비해 준다. 피팅룸 준비가 끝나면 고객에게 메시지로 별도로 알려준다. 스마트 피팅룸에는 고객의 발란 계정과 연동된 정보를 거울에 띄워주는 ‘스마트 미러’ 기술이 적용됐다. 고객이 선택한 상품을 착용하다가 사이즈나 상품 자체를 변경하고 싶을 때는 피팅룸을 떠날 필요 없이, 스마트 미러에 표시된 화면에서 옵션을 변경하거나 직원을 호출하면 된다.

결제는 줄을 설 필요 없이 앱으로 결제하면 된다. 결제가 완료된 상품은 바로 가져가거나 ‘발란 익스프레스’ 당일 배송으로 원하는 곳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 매장은 오픈 3개월 만에 월매출 10억원을 달성, 누적 매출 20억원을 돌파했다. 평균 매출은 20%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은 수익성 제고 및 신성장동력이자 온라인 플랫폼의 기업 신뢰도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빠르게 변화하는 MZ세대들의 소비 취향을 맞추기 위한 테스트베드(Test Bed)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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