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교보증권, 루닛, 한화오션 등 잇따른 유상증자
유상증자의 목적에 따라서 엇갈린 주가, 악재냐 호재냐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하반기에 접어들며 많은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고금리 속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상환의 부담이 있는 차입 대신에 꺼내든 자구책이지만, 단기적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주식시장 전체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상증자는 무상증자와는 달리 주식을 발행할 때 돈을 받는다. 때문에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회사가 발행하는 전체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주당 단가(주가)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추가출자도 부담인 만큼 유상증자는 대주주들에겐 유리할지 몰라도, 개미 투자자들에게는 결코 달가운 이야기가 아니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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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가 호재인지 악재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결국 ‘무엇을 위한’ 증자인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래 성장가능성이 기대되는 부분에 투자하기 위한 증자일 경우에는 호재로 작용하지만, 단순히 운영자금이 필요하다거나 부채비율을 낮추고 자본잠식을 막기 위한 증자 등은 대체로 악재로 작용한다.

최근 유상증자를 발표한 곳은 한화오션, CJ CGV, 교보증권, 루닛 등이다. 각기 다른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한 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제각각인 모양새다.

먼저 지난 6월20일 이사회를 열고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한 CJ CGV의 목적은 ‘채무상환’이다. 미래 성장전략의 투자재원 확보 및 채무상환을 위한 유상증자라고 밝혔지만 방점은 채무상환에 있었다.

CJ CGV의 최대주주인 CJ는 보유 지분율(48.5%)에 따라 2100억원 정도를 책임져야 하지만 600억원만 참여하겠다고 했다가 주주들의 뭇매를 맞았다. 뒤늦게 참여규모를 400억원 늘려 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섰지만 최대주주의 책임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만 고스란히 보여줘서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CJ CGV 주가는 하락을 거듭했다.

반면 교보증권의 유상증자는 신성장 동력 확보에 있다. 교보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인가 조기추진을 위해 약 2500억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종투사 타이틀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인 대신증권은 사옥매각 까지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금융투자사가 되려면 별도기준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야 하며, 인가를 받으면 헤지펀드에 자금대출이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교보증권은 이사회를 통해 최대주주인 교보생명을 대상으로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고 최대주주의 지원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을 거듭 설명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 2020년 6월 이후 약 3년여 만으로, 이를 통해 교보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2분기말 기준 1조6179억원에서 1조8679억원으로 약 15.5% 증가한다. 자본 건전성 판단 지표인 순자본비율(신NCR)도 동기간 717.1%에서 902.4%로 높아진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 역시도 23일 이사회를 열고 2018억72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최대주주인 백승욱 이사회 의장과 서범석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이 유상증자 배정 비율에 100% 참여할 예정이며 확보된 자금은 ▲제품 고도화와 신제품 개발에 507억원 ▲신사업 진출에 400억원 ▲타법인 출자에 907억원 ▲해외직원 채용에 204억원 사용될 예정이다.

특히 AI 영상분석 설루션 ‘루닛 인사이트’의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와 암종을 확장하기 위한 데이터셋 구매·관리 및 임상연구에 자금을 사용하고 다중체학(Multiomics) 데이터 추출과 AI 기반 의료 데이터 개발·분석 플랫폼 관련 신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루닛은 유상증자를 통해 시장 확장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신주 185만7천150주를 주당 10만8천700원에 발행할 예정이며, 기존 주주에게는 1주당 0.14999995주를 배정한다. 유상증자 직후에는 일대일 무상증자를 한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루닛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 유상증자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기업 중 하나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23일 이사회에서 ‘2조원’ 가량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확보한 자금 중 9000억원 가량은 무인·첨단기술 및 해외 생산거점 확보에 사용할 예정으로,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 배정일은 다음 달 25일, 구주주 청약은 11월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일반공모 청약기간은 11월13~14일이다.

한화오션은 지정학적인 위기에 따른 국방예산 증가로 전세계 함정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누적 기준 약 9860억달러(약 1320조원)에 이를 전망이며 이중 약 2430억달러(약 325조원) 규모의 잠수함·수상함 시장에 진출해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잠수함용 에너지저장장치(ESS), 한화시스템의 무인 전투체계 등을 결합해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제품·기술 수요에도 대응한다고 밝혔다. 연간 18%씩 성장하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도 약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조선업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자동화 기반의 스마트 야드를 구축해 안전성을 높이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 숙련직 감소에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로, 긍정적 지표로 볼만 하지만 증권사들은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고, 실제 주가 역시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유상증자의 목적이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투자가 실적에 영향을 주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투자회수 시점을 2027년 이후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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