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민주당의 미래는?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대선 결과에 따라 둘(윤석열, 이재명) 중에 한 명은 감옥 간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대선후보 시절 예언이 현실화 되는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장모 비리 혐의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뇌물수수, 박사논문표절, 경력,학력 위조 혐의 등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온 터다. 추는 기울었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정국이 들끓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두 차례 검찰 출석과 20일 넘는 단식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은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표결한 결과 찬성 149명, 반대 136명, 기권 6명, 무효 4명으로 가결했다. 민주당 의석수가 167석에도 ‘부’가 136표로 집계되면서 민주당 내에서 가결표가 이탈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대표의 두 차례 검찰 출석과 20일 넘는 단식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민주당은 극심한 내홍에 빠졌다. 향후 이 대표의 정치생명과 민주당 분당 가능성까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상황. 민주당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공멸’ 할지에 대한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다.
 

출석 여부 불투명

168석 과반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에 대해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됐다. 이 대표가 단식 병상에서 SNS를 통해 ‘부결시켜 달라’고 자당 의원들에게 호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참혹했다. 이로써 이 대표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게 됐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200억원 배임),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800만달러 뇌물)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이 대표에 대해선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바 있지만, 지난 2월 27일 본회의에서 찬성 139명, 반대 138명, 무효 11명, 기권 9명으로 부결된 바 있다.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6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은 22일 이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기일을 26일 오전 10시로 지정했다.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영장심사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26일 밤이나 27일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20일 넘게 단식을 이어가며 병상에 누워 있는 상태라 출석할 수 있을지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이 대표가 출석할 의지가 있으나 건강 상태를 이유로 기일 연기를 요청하면 법원이 검찰 측 의견까지 확인한 뒤 심문을 미룰 가능성도 있다. 원칙적으로 영장심사에는 피의자 본인이 출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장심사는 아니지만 이미 이 대표의 요청으로 재판이 미뤄진 사례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이달 15일 대장동·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첫 재판 열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 측의 요청으로 다음달 6일로 연기했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34부 심리로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역시 이 대표 측의 요청으로 다음달 16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 대표가 출석을 포기한다면 전례를 고려했을 때 변호인만 참여해 심문이 진행되거나 서면 심사로만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심문이 마무리되면 영장전담 판사는 기록을 검토해 구속 필요성이 있는지를 심리한다.

형사소송법에서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중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으로 이슈됐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범행 배경 쟁점은?

이 대표는 자신이 백현동 사업으로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은 만큼 배임죄를 저지를 동기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이 대표의 오래된 정치적 동반자 관계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점에 비춰 배임 범행의 배경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강조한다.

대북송금 의혹 내용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요청으로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 스마트팜 조성 사업비 500만 달러와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등 총 800만 달러를 북한에 보냈다는 것이다. 대북송금과 관련 이 대표가 이 전 평화부지사에게 직접 보고를 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은 이 대표에게 제3자뇌물제공 혐의 외에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관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대북송금에 대해 알고 있는 수준을 넘어 깊숙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행적이 공식 보고·결재라인을 거쳐 이뤄진 만큼 이 대표가 모를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전 부지사 공소장에 따르면 2019년 1월, 2019년 5월 두 차례 중국 출장 중 뇌물 반대급부로 얻은 쌍방울의 이권 중 하나인 북한과의 경제협력 합의가 성사됐다.

이와 관련 이 대표 측은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대북송금과 관련해 2차 조사를 마친 뒤 "(수원지검에) 오늘 왜 불렀는지 모르겠다. 역시 증거란 하나도 제시 못했다"며 "형식적인 질문하기 위해 두 차례나 소환해서 신문하는 게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당 내부, 극심한 혼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표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는 등 당 내부가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 원내지도부가 총사퇴를 선언했다. 사무총장과 그 아래 정무직 당직자들도 가결 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광온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고 이제부터 원내지도부는 총사퇴한다”고 밝혔다. ‘통합형 리더십’으로 평가받으며 결선투표 없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던 박 원내대표는 1년 임기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취임 넉 달여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되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는 정기국회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등 일정을 고려해 추석 전 당헌당규에 따라 치르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당 최고위원들은 체포안 가결 책임을 감수하지만 향후 당 수습과 안정을 위해 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내분 양상으로 치닫는 상황이 쉽게 수그러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친명계 의원들은 비명계가 당권 장악을 위해 체포안에 가결 표를 던졌다고 비난의 화살을 쏟아내는 상황. 체포안 가결 직후 민주당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고성이 들릴 정도로 험학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친명계는 표 단속을 하지 못한 책임을 원내지도부에게 돌렸고, 비명계는 당 지도부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며 격한 반발을 했다고 전해진다. 법원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펼쳐질 경우, 내홍이 극에 달하며 결국 당이 쪼개지는 ‘분당’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가 ‘방탄 단식’을 벌였다고 강조하며, 체포안 가결은 민심의 뜻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느 누구도 민심을 이길 수는 없다.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이 책임 있는 모습으로 돌아와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갈림길에 선 민주당

이 대표가 구속된다면 민주당의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당이 이재명을 버려서 구속됐다’는 친명계 지지자들의 격렬한 반발로 분당까지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비명계 쪽에선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민주당이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고 관측하는 분위기다. 비명계가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로 30명 정도 되는 세력을 확보한 만큼 분당을 통해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만약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이 재복원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수의 관계자는 “영장이 기각되면 이 대표가 승천하는 격”이라며 “검찰과 자신을 영장심사로 떠민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역공과 숙청을 취할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자는 “이 경우 친명계 의원들과 지지자들을 등에 업은 이 대표가 가결에 도장을 찍은 이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공천 쇄신을 벌이고, 그 빈자리에 원외 친명계들을 메워 넣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 리더십이 단번에 회복되기에는 힘에 겨울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입은 상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체포동의안 국면에서 이 대표가 했던 약속을 뒤집고 민주당을 부결로 떠미는 모습들로 인해, 민주당 내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이 대표의 ‘리더 자질’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번 가결 사태는 당을 방탄으로 내몰고 이 대표 본인만 살려고 했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불만이 나타난 표심”이라며 “이 대표 자체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리더십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는 지지율과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지도부를 모두 교체하고 ‘제3의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백척간두에 선 제 1야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