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구속 기각’에 기사회생한 민주당... 정부여당은 사면초가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백현동 개발 비리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에 연루돼 26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27일 새벽 2시께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6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당장 민주당은 그간 이 대표를 향했던 검찰의 모든 수사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역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 역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한층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내년 총선까지 당 장악력도 높이며 리더십 회복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반면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내세워 온 정부여당은 정치적 수세에 몰릴 공산이 커졌다. 검찰 역시 사실상 수사 동력을 잃은 것은 물론 검찰 총장 출신 대통령의 선출 이후 ‘정치검찰’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뇌물 혐의, 증거인멸 우려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됐다.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은 헌정사 처음이고, 결국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성남도개공의 사업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한편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고 있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대북송금의 경우,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검찰의 증거인멸 우려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 부장판사는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최재순 공주지청장(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김영남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장(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 등 검사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500쪽 분량의 PPT를 준비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고검장 출신 박균택 변호사를 중심으로 판사 출신 김종근·이승엽 변호사 등 6명 규모로 알려졌다. 이 대표도 심사 과정에서 직접 발언하며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속 여부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직접 적극 반박했다고 이 대표 변호인 측은 전했다. 이 대표는 최후 진술을 통해 “성남시장이 된 이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버린 것 같다”고 토로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에 세상의 공적이 된 것 같다”며 “도지사 시절에 대해 하루도 빠짐없이 수사를 이어오는 상황이 안타깝고, 억울하다.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최후 진술했다고 전했다. 27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이 대표는 곧 서울구치소에서 석방, 회복 치료를 받던 녹색병원으로 돌아갔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소환조사 사실상 불가능

이 대표는 불과 7개월 전에도 구속 위기를 맞았었다. 대장동·위례 특혜 개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부터다. 대장동·위례 의혹은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에게 인허가 특혜를 몰아주고 성남시 측에 수천억원대의 손해를 입혔다는 데서 발단했다. 성남FC의혹은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그 대가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 등 편의를 제공했다는 게 골자다. 모두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에 대한 의혹으로 검찰은 두 사건을 병합해 지난 2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때도 검찰은 이 대표가 소환조사에서 구체적 진술에 나서지 않은 점, 친명계 의원이 이 대표 측근들을 구치소에서 접견한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법원 심문까지 가지 못하고 영장은 기각됐다. 결국 검찰은 3월 이 대표를 특경법상 배임 등 5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그간 이 대표의 혐의 자체에 위증교사가 포함된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고, 이 대표는 “사실대로 말해달라 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방어했다. 결국 법원이 이날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 대표는 올해 두 번째로 구속을 피한 셈이 됐다.

검찰과 이 대표의 치열한 공방에서 승부를 가른 건 ‘직접적 증거 부족’이었다. 9시간 20분에 걸친 영장실질심사는 지난해 12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0시간 5분에 이어 역대 2번째로 긴 심사 기록이다. 다만 법원이 이 대표의 혐의를 상당 수준 인정하면서 사실상 누구의 승리도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와 관련해 산적해 있는 수사와 재판도 이후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다만 헌정사에 없는 영장 청구를 통해 제1야당 대표를 심사대에 세운 검찰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로서는 향후 이 대표 관련 수사에 보다 신중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또 한번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이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이재명, 리더십 회복 나서나?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여야는 상반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국민의힘은 법원이 ‘개딸’에게 굴복했다며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27일 오전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사필귀정”이라고 밝혔다.

권 수석대변인는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조작 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정부와 국민의힘이 야당 탄압에만 몰두하며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이었음이 명명백백해졌다”며 “윤 대통령은 불통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고, 내각 총사퇴를 통한 인적 쇄신 및 국정 기조의 대전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법원의 기각에 대해 오점이라고 평가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3시 논평을 통해 “엄중해야 할 법원이 판단이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는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면서 “과연 법원은 이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결국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며 법원의 판결을 평가절하했다.

이어 “숱한 범죄 의혹으로 가득한 1500페이지에 달하는 검찰의 의견서는 차치하더라도 이재명 대표는 수사 과정에서 대한민국 법치를 농락해 왔고, 단식으로 동정여론을 조성하려는 낯부끄러운 시도까지 했다”며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날에는 사실상 부결을 지시하는 지령문까지 내려보냈으니, 대한민국 역사에 이런 피의자가 존재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검찰은 하루속히 보강을 통해 다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 역시 오늘의 결정이 범죄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님을 직시하고, 겸허한 자세로 더 이상의 사법 방해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 대표는 각종 사법리스크로 인해 타격을 입은 민심을 회복하고, 당의 혼란도 잠재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 단식 도중 막판 호소에도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에 갖던 의문들이 해소될 수 있는 것은 물론 친명(친이재명)계-비명(비이재명)계로 나뉘어 혼란스럽던 당 분위기도 다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민주당은 그간 이 대표를 향했던 검찰의 모든 수사를 ‘탄압’으로 규정하고 역공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던 이 대표 역시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한층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내년 총선까지 당 장악력도 높이며 리더십 회복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다만 여전히 살아있는 ‘사법 리스크’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검찰의 계속된 공세와 이어지는 재판, 여기에 총선을 앞둔 여론까지 이 대표로선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비명계에서는 불안한 이 대표 리더십을 고리로 통합기구 또는 조기 비상대책위를 요구할 수 있다. 여전히 당권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대표의 선택에 민주당의 계파 갈등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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