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오염수 방류에 ‘노재팬’ 부활 조짐
MZ세대 아사히 맥주·일본 여행은 ‘YES’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에 따라 일본 어패류 수입 규모가 급감했으나, 일본 맥주 수입량과 여행 상품은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민 단체는 오염수 방류에 따른 ‘노 재팬(No Japan)’ 운동을 다시 시작하고 있지만, 젊은층 사이에선 일본 먹거리와 문화에 지갑을 여는 ‘예스재팬(Yes Japan)’이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서해 보령에 위치한 송도수산 작업장에서 롯데마트 센터 입고 전 오징어 원물의 방사능 수치를 검사하고 있는 장면
서해 보령에 위치한 송도수산 작업장에서 롯데마트 센터 입고 전 오징어 원물의 방사능 수치를 검사하고 있는 장면 ⓒ위클리서울/ 롯데쇼핑-롯데마트

“일본산 해산물 찝찝해” 어패류 수입 급감

최근 국내 일본 어패류 수입 규모는 감소세에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8월 일본 어패류 수입량은 1622톤(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9% 줄었다. 수입액 기준으로 보면 781만 달러로 34.8% 축소됐다. 일본 어패류 수입량과 수입액은 올해 4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올해 일본 어패류 수입량 추이를 보면, 올 1~3월 세 달 연속 증가했다가 4월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올해 8월 일본 어패류 누적 수입량은 1만 7480톤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3% 줄었다. 수입액은 1억 107만 달러로 2.5% 줄었다.

특히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8월은 전년 동월 대비 수입액 감소폭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8월(757만 달러) 이후 2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어패류 수입량과 수입액은 활어, 냉장·냉동 어류, 갑각류, 연체동물 등 어패류를 모두 합한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는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 제1원전이 폭발하며 방사선 오염수가 발생하자, 일본이 이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안전 기준 이하로 희석해 8월 말께부터 해양에 방류한 사건을 말한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의 수산물 소비도 축소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월평균 신선수산물 지출액은 1만7000원으로, 1만9000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2분기 대비 9.8% 줄었다. 감소폭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정부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소비 감소 우려에 정부가 급식업계에 수산물 메뉴 확대 등 협조를 요청했다. 지난 8월 30일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등은 국회에서 급식업체들과 간담회를 갖고 수산물 활용 확대 방안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정부 취지에는 공감하고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렵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에 사용되는 수산물 메뉴 비중이 애초에 크지 않으며, 메뉴 선정은 고객사 요청이나 선호도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기에 고객이 원하지 않으면 수산물을 늘리고 싶어도 이를 쉽게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학교나 군대 급식에서 수산물 사용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이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항의가 발생하기도 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올해 1~8월 ‘서울시 시민방사능 검사 청구제’를 통해 신청된 방사능 검사 건수 총 109건. 이 가운데 105건이 학교에서 신청했다.

대형마트는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이마트는 자사가 운영 중인 ‘방사능 안전관리 체계’ 단계를 ‘평시’에서 ‘주의’로 높였다. 롯데마트는 산지 상품기획자가 직접 방사능 측정기를 활용해 매입 전후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하고, 센터 검품 요원들이 2차 샘플링 검사를 진행한다. 홈플러스도 국내산 수산물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에 상품 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원전 오염수 방류 반대를 넘어 일본 제품을 불매해야한다는 노재팬 시위도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환경보건전국네트워크 등 환경시민단체는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18일과 25일 각각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역 대합실 입구에서 일본 제품을 불매하자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 단체는 방사능 마크가 그려진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 투기를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적극적인 일본 불매 운동으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를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일본여행 가지 말자 ▲일본맥주 먹지 말자 ▲일본수산물 먹지 말자 등 3가지 실천운동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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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 정다은

젊은층은 일본 맥주·캐릭터·여행에 지갑 열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한편, MZ세대들 사이에선 일본 맥주 구입 열풍이 불고 있다. 특히 일명 ‘왕뚜껑 맥주’로 불리는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이 ‘없어서 못 사는’ 인기 품목으로 떠올랐다. 단종됐던 삿포로 ‘실버컵’ 역시 재출시 되자마자 초도 물량이 모두 완판됐다.

실제 일본 맥주 수입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8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8644톤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323.7% 늘었고, 수입액은 748만달러로 393.3% 급증했다. 지난달 수입량과 수입액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기 직전인 2019년 6월 이후 4년2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본 맥주 수입은 수출 규제 사태 이후 불매운동이 일면서 대폭 줄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양국 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8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3만6565톤에 달한다. 지난해 동기 대비 238.4% 늘었고, 수입액은 3020만달러로 253.2% 증가했다.

일본 맥주 인기를 견인하는 제품은 단연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이다. 뚜껑 째 따 마시는 독특한 패키지가 품귀 현상의 요인이다. 지난 7월 롯데아사히주류가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에서 연 팝업스토어에서는 오픈 두시간 만에 판매용 맥주가 모두 완판되기도 했다.

일본 유명 캐릭터인 헬로키티, 쿠로미, 마이멜로디 등을 중심으로 한 ‘산리오캐릭터즈’의 인기도 심상치 않다. 국내 프랜차이즈와 편의점, 의류, 잡화, 화장품 등과의 협업이 지속 이어지며 ‘제2의 포켓몬스터’라고도 불린다. 휠라, 이디야커피, 유한킴벌리, 던킨, 배스킨라빈스, 삼립, 티머니, 로이체 등이 콜라보를 진행했다.

올해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스즈메의 문단속’, ‘귀멸의 칼날’ 등 유명 애니메이션의 선풍적인 인기로 관련 캐릭터샵과 팝업스토어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슬램덩크는 백화점업계가 앞다퉈 팝업스토어를 열었으며, 편의점에서 만화책 전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수 555만명을 기록하며 대흥행했다.

이 같은 ‘상품’의 인기는 여행으로도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소강상태에 이른 후 가까운 일본으로 여행을 가는 이들이 늘어난 것. 특히 ‘100엔=1000원’이었던 공식 환율이 무너지는 엔저(円低) 현상에 따라 코로나19 이전 보다 일본 물가가 저렴하다는 소식에 여행지로 더욱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215만 6900명으로, 이 중 한국인이 56만 91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일본을 찾는 한국인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8월과 비교해도 84.3% 증가했다. 1월부터 8월까지 통틀어 보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1518만 9900명) 중 한국인은 432만 4400명으로 28.5%라는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추석 연휴가 6일로 길어지자,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은 더 늘어났다.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인 9월 27부터 30일까지 출발하는 해외 여행 상품을 예약한 인원이 1만6164명으로 나타났다. 여행 국가는 동남아가 전체의 41%로 가장 많았고 ▲일본 26% ▲유럽 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조사한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 심리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1명이 해외 출국 의향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모든 연령층에서 일본(28.2%)이 가장 선호하는 추석 해외 여행지로 뽑혔다.

업계 관계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일본 문화를 즐기는 것을 별개로 보는 시선이 많다”며 “오염수 방류 자체는 반대하는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이것이 코로나19이 이후 여행이 풀린 현 시점에서 일본 불매로 재차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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