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기준금리 유지, 미국과 금리격차 사상 최대치 2%p 수준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다. 지난 2월부터 4‧5‧7‧8‧10월까지 6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3.5%의 기준금리가 유지됐다.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한국경제 상황이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3.5%인 현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6연속 금리동결 결정으로 미국(5.25%~5.5%)과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는 2%p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위클리서울/ 디자인=이주리 기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들썩대는 유가‧물가…우려 목소리

한국은행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등의 여파로 고유가 우려가 커지며 4분기 경기회복이 불투명해지는 등 불안한 경기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0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고조된 미국의 추가 통화 긴축 압력이 다소 줄어든 점도 금리동결이라는 결정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금리인상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물가’ 역시도 지난해 7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데 이어 지난 7월에는 2.3%까지 떨어졌다. 물론 최근 국제유가 상승이 반영돼 3%대로 올라오긴 했지만 정부에서는 연말까지 전망한 3% 전후 물가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한국은행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계부채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초유인 2%p까지 벌어지면서 원달러 환율도 1363.5원까지 뛰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덩달아 외국인 투자자금 역시도 8월과 9월 사이 31억달러 이상 순유출됐다.

여기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국제유가까지 들썩이면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인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로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이 이미 반영되고 있는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당초 윤석열 정부의 경제수장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조 하반기 반등) 전망을 제시하며 4분기부터 시작해 내년에는 반도체가 수출을 뒷받침해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복세로 돌아서던 반도체 업황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적신호가 켜졌다. 이스라엘은 반도체 관련 팹리스부터 부품‧장비 관련 제조업체 등이 다수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공지능(AI) 반도체 1위 기업인 엔비디아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개최하려던 연례 컨퍼런스를 취소했고 주가 역시도 급락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도 분쟁 악재를 맞아 주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아예 닫아둔 것은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것의 가장 큰 원인은 여러 불확실성”이라며 성장‧물가 경로와 가계부채 추이 등의 불확실성을 좀 보고 결정하자는 측면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 상황을 평가해볼 때 물가상승 압력이 더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지난 8월 회의 때보다 긴축 강도를 더 강화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그런 말씀을 하신 다섯분 중 한분은 이런 이유에 더해서 ‘가계부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국정감사 野 질타에도 추경호 경제부총리 ‘상저하고’ 기조 고수

금리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부동산과 관련해서도 이 총재는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레버리지해서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금리가 다시 1%대로 예전처럼 떨어져 비용 부담이 금방 적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경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경제상황을 볼 때 금리가 금방 조정돼서 금융 부담이 금방 그렇게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며 “높은 금리가 유지될 때 단기적으로 부동산을 사서 금방 팔아 자본이득을 금방 얻고 나올 수 있을지 등에 대한 판단은 자기가 해야 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남겼다.

쉽게 말해 당분간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영끌‧빚투 등 과도한 수준의 부동산 투자에는 신중하라는 의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가운데,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야당 등이 정책 실패에 따른 경제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며 현 정부 경제통과 마찰을 빚었다.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은 “상저하고 얘기하지 말고 민심을 들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경제는 사라졌다”, “낙관론으로 국민을 희망고문하고 있다”, “조만간 국가부도를 선언해야할 수준이다” 등등 날선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존에 밝혔던 ‘상저하고(上低下高)’ 기조를 꺾지 않았다. 추 부총리는 “제가 ‘상저하고’라고 얘기하면서 민생이 좋다고 한 적은 없다. 경기 흐름이 나아질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상반기에 0.5% 성장했지만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두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 10월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고 4분기에 갈수록 경제는 더 좋아진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물가상승 우려와 관련해서도 “선진국 대부분의 국가들이 9~10%대로 물가가 상승하는데 비하면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정된 모습”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유일하게 걱정하고 있는 것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긴장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변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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