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방문’ 성과와 평가는?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4박 6일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사우디에서 3박 4일, 카타르에서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26일 귀국한 윤 대통령의 외교를 두고 일각에선 ‘선물 보따리’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에너지·건설 등 전통 분야 협력을 넘어 탈탄소, 친환경 건설, 청정에너지 등 ‘포스트 오일’ 분야로 이들 국가와 협력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이 두 중동 국가를 동시에 국빈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위 산업까지 진출함으로써 중동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내보였다. 원유 수출입을 중심으로 이뤄진 ‘중동 1.0’ 관계를 이른바 탈탄소 기반의 ‘중동 2.0’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토대로 ‘탈석유 시대’를 준비하는 사우디·카타르와 한국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카타르 MOU 서명식에 참석했다. ⓒ위클리서울/ 대통령 홈페이지

“100조원 운동장 중동에서 만들어져”

윤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사우디에서는 약 156억 달러(한화 21조1000억원), 카타르에서는 약 46억 달러(6조2000억원) 규모의 계약 및 MOU가 체결됐다. 이를 합치면 202억 달러(27조3000억원) 규모다. 체결된 계약 및 MOU를 숫자로 따지면 사우디 51건·카타르 12건을 합쳐 총 63건이다.

지난해 사우디와 체결한 290억 달러(39조2000억원) 규모의 MOU 및 계약, 아랍에미리트(UAE)의 300억 달러(40조5000억원) 투자 약속까지 합치면 총 792억 달러(106조9000억원) 규모로 불어난다.

중동 현지 대통령실 브리핑에서는 “중동 ‘빅3’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에 792억 달러의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졌다”(최상목 경제수석), “취임 이후 100조원의 운동장이 중동에서 만들어졌다”(김은혜 홍보수석) 등의 평가가 나왔다.

특히 신산업 분야로의 확대가 이뤄졌다. 사우디와의 MOU에 블루암모니아 생산부터 디지털·의료·로봇·스마트팜·관광·뷰티 산업에서 협력이 포함된 것이다. 나아가 기존 협력의 성과물도 나왔다. 한국석유공사와 사우디 아람코 간 530만배럴 규모의 원유공동비축계약, 현대자동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약 4억 달러를 합작 투자한 CKD(반조립제품) 자동차 공장 설립 계약 등이다. 또 HD현대중공업은 카타르에너지와 39억 달러(5조2000억원) 규모의 LNG 운반선 17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단일 계약으로는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이자 HD현대중공업 차원에선 6개월 분량의 일감을 확보하게 되었다. 우리 기업의 점유율도 기존 74%에서 81%로 증가한다.
 

왕세자, 윤 대통령 태우고 직접 운전

윤 대통령과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가 24일 채택한 공동성명에서는 양국이 건설·국방·방산·에너지·문화·관광 등 전 분야에 가까운 범위로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이후 43년 만에 채택된 역대 두 번째 공동성명으로 조항은 총 44개로 구성됐다. 특히 국방·방산·대테러 협력을 강화키로 한 점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공 방어체계, 화력 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그 규모와 액수도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로부터 ‘방산 잭팟’을 터뜨린다면 우리 방산 수출 시장의 외연이 중동 지역으로 크게 확장될 수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사우디에 민감한 국제 현안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예멘 문제를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대응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양측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대해서는 “고통받고 있는 민간인들에게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 함께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우디가 역내 안보 문제를 성명에 담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한국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양측은 이외에도 ▲ 서울-리야드, 남양주-타이프 등 지방 도시 간 교류 협력 확대 ▲ 대학교 등 교육 협력 강화 등 문화·관광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키로 했다.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윤 대통령을 승용차 옆자리에 태우고 15분간 직접 운전하던 장면은 이번 순방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비공식 세계 최고 부자’, ‘미스터 에브리싱’(Mr.everything) 등 별명을 가진 빈 살만 왕세자가 운전대를 잡은 모습 자체가 ‘파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도운 대변인은 현지 브리핑에서 “사우디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의전적으로 많은 예우를 했다”며 “공식 환영식에서 사열대에 두 정상과 함께 서고 양국 정상 뒤에서 함께 이동했는데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1호 영업사원’을 자임한 윤 대통령은 회담·오찬 등 국빈 일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 한-사우디 투자포럼 ▲ 한-사우디 미래기술파트너십 포럼 ▲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 ▲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 등 경제 일정에 할애했다.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을 세일즈하는 데 단 1초도 낭비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6개월 분량 일감 확보

카타르 국왕과의 정상회담도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주요 방산 수입국 중 하나로 부상한 카타르와 방산정보 교환 및 공동위원회 설립에 합의하는 ‘방산·군수 협력’ MOU를 체결한 점이 주목받는다.

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카타르 관계를 기존 '포괄적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키로 했다. 그간 에너지와 건설 위주로 전개된 양국 간 협력이 안보 분야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외교·안보 분야 소통 채널을 확충해나가는 한편, 이날 체결된 ‘방산·군수 협력’ 양해각서(MOU)를 토대로 해당 분야 협력도 확대키로 했다. 주요 방산 수입국 중 하나로 부상한 카타르와 방산정보 교환 및 공동위원회 설립에 합의, 향후 구체적 성과를 실현하는 토대가 마련됐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국영기업 카타르에너지 간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17척에 대한 건조 계약도 체결됐다. 총 39억 달러(한화 5조2000억원) 규모로 단일 계약으로는 국내 조선업계 역대 최대 규모다. HD현대중공업 차원에서는 6개월 분량의 일감을 확보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날 계약 체결로 올해 세계 LNG 운반선 수주에서 우리 기업 점유율도 기존 74%에서 81%로 증가하게 된다. 양 정상은 LNG 분야 협력을 LNG 운반선 건조·운영·유지·보수를 포함한 전후방 산업 전체로 확대키로 했다. 카타르는 호주에 이어 한국의 2위 LNG 수입국이다. 지난해 카타르로부터 전체 수입의 21%인 973만t의 LNG를 수입해 난방용과 발전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역내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카타르가 관련 당사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역내 긴장 완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그 과정에서 한국도 필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개발에 대해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에 카타르가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타밈 국왕은 윤 대통령의 요청에 응하며 한반도 정책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양국이 단순 에너지 공급국-수입국 관계를 넘어 호혜적 협력 관계로 업그레이드하게 됐다”며 “에너지와 건설 분야 협력을 심화하면서, 경제 협력의 지평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위클리서울/ 대통령 홈페이지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前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위클리서울/ 대통령 홈페이지

“박정희 정신과 위업 다시 새겨야”

한편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약 2시간 만에 첫 일정으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세계적인 복합 위기 상황에서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정신과 위업을 다시 새기고, 이를 발판으로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제44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기치로 국민을 하나로 모아 산업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한강의 기적’이라는 세계사적 위업을 이뤄냈다”며 “지금 우리는 박정희 대통령이 일궈 놓은 철강, 발전,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반도체, 방위 산업으로 그간 번영을 누려왔다. 이 산업화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튼튼한 기반이 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저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92개국 정상을 만나 경제협력을 논의했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이룬 압축성장을 모두 부러워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결단에 경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상들에게 “박정희 대통령을 공부하라, 그러면 귀국의 압축 성장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추도식에 11년 만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특히 오늘 해외 순방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추도식에 참석해준 윤석열 대통령께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윤 대통령을 비롯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장, 박정하 수석대변인,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윤두현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를 두고 중동 외교를 발판삼아 보수 통합 시그널을 암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외를 종횡무진하며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윤 대통령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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