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계파갈등 봉합’ 가능성은?

[위클리서울=최규재 기자] 단식 후유증에서 회복해 당무에 본격 복귀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당 통합’에 먼저 집중하며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분열은 곧 필패’라는 정서가 팽배한 가운데 내부 단속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복귀 직후 당내 갈등에 대한 통합을 천명했으나 친이재명(친명)계와 비이재명(비명)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친명·강성 당원들의 비명계 공격도 거세지는 가운데 이 대표는 전직 원내대표 등 중진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계파갈등 봉합에 고심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분열은 필패라는데...

이 대표는 26일 전·현직 원내대표와 함께한 오찬 겸 간담회에서 내년 총선과 관련 “분열은 필패고 단결은 필승이란 각오로 저부터 솔선수범하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은 민주당의 문제를 넘어서서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라는데 많은 분이 동의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잘못된 국정 운영을 심판해야 국가의 퇴행과 우리 국민들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며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합하고 단결해서 국민의 승리로 나아가는 길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이는 지난 9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가결 이후 비명계 징계 문제를 둘러싼 내홍을 해결해야 총선 승리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3일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친명(친이재명)계는 물론, 대표적 비명계인 홍영표 전 원내대표까지 참석한 간담회에서는 전·현직 원내대표들이 한목소리로 당의 단합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선우 대변인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승리를 위해선 첫 조건도 마지막 조건도 단합이라는 걸 재확인했다”며 “당 대표 및 지도부가 단합에 대해 노력을 더 경주해 달라고 당부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단식 후 당무 복귀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한 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강 대변인은 “이 대표의 통합 의지에 대한 전·현직 원내대표의 평가도 있었다”고 강조했다. 전·현직 원내대표들은 “민주당이 대안 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민생이나 개혁과 관련해 우리가 어떻게 잘할 것인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남은 정기국회 동안 R&D(연구개발) 예산과 주요 민생 입법 등에 대해 민주당이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정감사가 끝났으니 총선 체제로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며 “당의 정책이나 당 대표 메시지, 일정 등 모든 당무의 중심이 외연 확장 기조로 가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고 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통합 강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공격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전 원내대표는 “(비명계) 의원들 사무실 앞에 거의 테러 수준의 플래카드 걸어 놓는 문제를 당이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또 “당이 신뢰와 지지를 다시 확보하려면 부도덕·부패와 단절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 논란에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전·현직 원내대표들의 발언을 주로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대표와 홍 원내대표를 비롯해 우상호·우원식·홍영표·이인영·김태년·윤호중·박홍근·박광온 전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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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란 애들” 원색 비난

더불어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당 일각에서 소위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데 대해 “이 대표는 그들(가결파)에게 큰절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킨 동지들 때문에 구속영장 기각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 아닌가”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으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도 졌을 것이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심지어 졌을지도 모른다”고 답하기도 했다. 민주당에 ‘방탄 정당’ 이미지가 덧씌워져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이 지난달 페이스북에서 가결파 의원들을 향해 ‘외상값은 계산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성 메시지에 대해서는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유 전 사무총장은 “그런 모자란 애들 말을 들었으면 당이 어떻게 됐겠냐”며 꼬집었다.

유 전 사무총장은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이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안을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한 데 대해서는 “거기에서 (이 대표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사람이 많다”며 “사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한 이 같은 목소리에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도 동조했다. 이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체포동의안 부결 선동이 해당 행위”라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는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이 달려있긴 했지만, 의총에서 결의한, 사실상 당론이었음에도 일부 의원이 이를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대표의 부결 호소가 적절치 않았지만, 백번 양보해 본인의 다급함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부결을 선동하는 행위는 사실상 당론을 어긴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행위를 하도록 선동한 의원들과 그에 동조한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행패는 계속된다”며 “이 대표는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밝혀라”고 촉구했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과 조응천 의원도 ‘개딸’이 비명계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도가 넘는 항의를 하고 있다”며 제지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원욱 의원 지역에 내걸었던 현수막 ‘남은 1발의 총알’ 운운은 너무 부끄럽고 소름 끼칠 지경”이라며 “통합? 헛웃음이 난다”고 적었다.

조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윤영찬 의원한테는 ‘윤석열에 부역했다’는 현수막을 걸었다”며 “당의 통합을 저해하는 굉장히 심한 행위에 대해서는 왜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제지도 안 하고 그냥 놔두냐”라고 토로했다. 조 의원은 ‘비명계 가결파’ 징계 시점과 관련한 물음엔 “생선이 그 도마 위에 누워 가지고 나 언제 내려칠지 그걸 어떻게 아느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9월 영장실질심사 출두 모습 ⓒ위클리서울/ 김현수 객원기자

윤 대통령과 만나자 제안했지만...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여권을 향해 민생 경쟁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념 전쟁 말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기도 나섰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가 부디 이념 전쟁을 멈추고 고물가와 생활고에 고통받는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과 보궐선거 압승의 여세를 몰아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본격적인 총선 체제 돌입 전 당내 통합을 이뤄내야 하는 건 이 대표 앞에 놓인 큰 숙제다. 체포안 가결 여파로 남아있는 계파 갈등 불씨가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계기로 다시 타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에 비명계를 다시 포함하며 그동안 강조한 통합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줄지, 친명 일색 우려에도 지역이나 여성 안배에 더 주안점을 둘지에 대해서는 이 대표에게 공이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역일 수도 있고, 통합적일 수도 있고, 또 성별의 문제일 수도 있다. 지금은 대표가 판단하도록 그렇게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야 당 대표와 대통령이 함께 만나자는 이 대표 제안에 대통령실은 “여야 대표 회담이 먼저”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오는 31일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계기로 여야 대표, 또는 여·야·정 3자 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한 달여 만에 당무에 복귀한 이 대표가 보폭을 조금씩 넓혀가는 가운데, 여권과의 대화가 성사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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