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늘어나는데 경찰·치료소 부족
연예인 스캔들에 국감·엔터주까지 들썩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현재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고 있는 사건은 다름 아닌 마약 스캔들이다. 매년 마약 사범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배우 이선균을 시작으로 연예계 마약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제21대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마약 투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가수 남태현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약물중독은 혼자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의 지원 확대를 호소하고 나섰다. 마약 범죄가 늘어나는 만큼 국가가 투자해야 하는 금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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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중독 지원 부족…경제적 손실로 이어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경찰청 마약사범 검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8월 기준 마약사범은 매월 2500명씩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매월 676명 발생) 대비 270% 대폭 증가한 셈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마약류 작물 재배 사범’이 크게 늘었다. 전체 마약사범 중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상반기 9%에서 올해 상반기 22%, 올해 7~8월 24%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10대와 60대에서 마약사범이 늘었고, 공무원의 마약 범죄도 2021년 7명에서 올해 8월 9명으로 확대됐다.

밀반입되는 마약류도 역대 최대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325건, 329kg 상당 마약류를 국경 반입단계에서 적발했다. 일평균 2건에 가까운 마약 밀수 시도를 차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적발 ‘건수’는 다소 감소한 반면, ‘중량’은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요 마약류는 필로폰 140kg(43%), 대마 83kg(25%), 케타민 24kg(7%), 합성대마 21kg(6%), MDMA 12kg(4%)등 순이다. 특히 ‘클럽용 마약’이라 불리는 MDMA·케타민과, 야바(YABA) 등 외국인노동자 수요가 많은 마약류 적발 중량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필로폰은 1g당 33회의 투약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발된 140kg이라는 양을 단순 계산 시, 462만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마약 밀반입과 중독자의 증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류중독재활센터인 인천 다르크에 따르면 마약 중독 환자가 입원하면 병원비가 1인 380만원이 든다. 대검찰청이 밝힌 지난해 마약 투약사범은 8489명으로, 이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필요한 비용은 총 322억5820만원이다.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에 따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그러나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마약 중독자 치료지원 관련 사업 예산은 4억1600만원이 책정됐다. 복지부가 요청한 금액은 28억600만원이었는데, 고작 15%만 반영된 것이다.

마약범죄 담당 경찰관 인력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마약범죄 담당 경찰관은 379명으로 2018년(258명) 대비 47% 확대됐으나, 경찰관 1인당 담당하는 마약사범 숫자는 같은 기간 2.6명에서 6.6명으로 181%나 늘어났다.

중독자들의 치료와 사회복귀를 돕는 시설도 미미하다. 마약환자를 제대로 치료하는 전문 병원은 전국에 단 2곳이며 지난해 마약 중독 치료자는 고작 721명에 그쳤다.

이 같은 내용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필로폰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남태현씨는 10월 12일 진행된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해 “약물중독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 지원을 촉구했다.

남 씨는 아이돌그룹 위너로 활동하다 탈퇴했다. 이후 지난 8월 여자친구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바 있다. 필로폰 투약 혐의를 인정한 그는 현재 스스로 재활시설에 입소했다.

남 씨는 “재활시설에 와보니 약물 중독 문제가 심각한데도 대부분 센터장의 사비로 운영되는 등 정부 지원이 너무나 부족하다”며 “약물중독으로 인해 시설에 ‘도와달라’, ‘살려달라’는 전화가 매일 같이 오지만 수용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약물중독은 단순히 병원에 오가면서 치료한다고 낫는 게 아니라 24시간 관리하는 재활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 지원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용 의원 역시 “마약범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비해 마약범죄 담당 경찰관 숫자는 이를 못 따라가고 있고 10대와 60대 이상 마약사범이 급증했다”며 “수사 경찰관을 보강하고 연령대별로 특화된 마약수사 기법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이미 2015년에 마약지수가 20을 넘을 정도로 마약 통제가 어려운 사회가 됐다”며 “재배 및 판매 사범은 강력히 단속해 처벌하고 투약사범은 국가의 치료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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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지드래곤…연예계 ‘발칵’

가수 남 씨가 정부의 지원을 읍소한지 일주일 뒤, 배우 이선균씨의 마약 투약 의혹이 제기되며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10월 20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씨 등 모두 8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이틀 뒤인 23일 그를 조사자에서 ‘피의자’로 형사 입건했다. 경찰은 이씨가 대마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마약의 투약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씨의 소속사는 “마약 사건과 관련해 협박당했고 수억원을 뜯겼다”며 변호인을 통해 이번 마약 사건 연루자를 공갈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이후 28일 경찰 조사에서 이 씨는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했으며 차량도 압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씨에 이어 그룹 빅뱅 출신의 가수 지드래곤(권지용) 역시 마약 투약 정황이 포착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이 씨와 같은 룸살롱에서 마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함께 투약한 정황이 없어 별건으로 수사 중이다.

권 씨는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당시에는 ‘일본 투어에서 일본인이 준 담배를 피운 것’이라고 밝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권 씨는 현재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을 통해 낸 공식 입장문에서 “마약을 투약한 사실이 없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마약류 관리 법률 위반에 관한 뉴스 보도 내용과도 무관하다”며 “다만 많은 분이 우려하고 계심을 알기에 수사기관의 조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보다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와 권 씨가 의혹을 넘어 피의자로 전환되자, 이들을 모델로 기용했던 브랜드들은 모두 난처한 기색을 표하고 있다. 이 씨가 올해 모델로 선정된 한 건강기능식품 회사는 포털사이트에 게시된 광고를 전부 내렸다. 아내 전 씨와 동반 출연한 한 통신사의 교육용 콘텐츠 브랜드 역시 관련 광고를 유튜브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와, 출연이 결정된 드라마 역시 모두 올스톱 됐다.

권 씨는 오랜 기간 명품 브랜드 샤넬의 앰버서더로 활동해왔다. 권 씨가 마약을 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받는 영상에는 대부분 샤넬의 의상을 착용하고 있다. 샤넬의 소셜미디어에는 여전히 권 씨의 사진과 영상이 게시돼 있다. 반면, 올해부터 모델로 활동 중인 BMW는 그의 영상을 즉시 삭제했다.

앞서 마약 혐의로 수사 중인 배우 유아인은 약 10편의 광고를 촬영했기에, 약 100억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이에 이 씨와 권 씨 두 사람의 마약 투약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에 못지 않은 위약금을 뱉어내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두 사람의 마약 혐의 소식에 엔터테인먼트 주가까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유명 아이돌 그룹인 BTS와 르세라핌, 여자아이들의 전소연, 가수 박선주 등이 마약에 함께 연루됐다는 루머가 돌면서 관련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권 씨의 이전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마약 투약 의혹 소식 이후인 10월 26일 4300원(-7.89%) 하락한 5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BTS와 르세라핌이 소속된 하이브 역시 같은 날 2만4500원(-10.72%) 내린 20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BTS 소속사는 “해당 루머와 무관하며 전혀 사실이 아니다. 무분별한 루머 유포에는 강경 대응 예정”이라며 해명했다. 전소연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도 “사실무근이다. 허위사실 유포 게시글에 대해 강력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선주 측 역시 “제주에서 잘 있다. 루머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명 이후 관련 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일부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다만, ‘어떤 연예인이 피의자로 등장할지 모른다’는 분위기가 감돌아 매도를 택하겠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 씨의 마약 소식으로 개봉이 무산된 한 영화는 200억원이 투입된 작품이었다. 권 씨 역시 K-POP을 주도하는 아티스트 중 한 명이지 않나”라며 “연예인들의 마약 소식이 늘어날수록 문화적·경제적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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