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난과 영화 속 환경·기후 위기]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선생님’

[위클리서울=김은영 기자] 전 세계는 폭염, 폭우, 한파, 가뭄, 쓰나미 등 전례 없는 기후 위기에 봉착했다. 이러한 지구 환경 변화는 앞으로 모든 생물이 멸종되는 ‘제6의 대멸종’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문학에서 환경과 기후 위기를 어떻게 다루었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돌아볼 것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연재해볼까 한다.
 

인간은 어디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선생님’를 찍은 크레이그 포스터 감독은 현대인들의 고질병인 번아웃으로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그는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그는 남아프리카 해변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 ‘풍덩’ 뛰어든 바다에서 만난 커다란 암컷 문어 한 마리. 그는 문어를 통해 내면 깊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평온을 얻는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선생님’은 그렇게 시작됐다. 크레이그는 이 문어를 무려 1년간 관찰하면서 자신을 돌아봤다. 그리고 이 문어가 다른 이들에게도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과연 우리는 문어 한 마리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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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나의 문어선생님’ 포스터 ⓒ위클리서울/ 넷플릭스

바다의 뇌섹동물, 뛰어난 지능을 지닌 문어

문어는 팔이 8개 달린 연체동물이다. 우리나라 인근 태평양·인도양·대서양 연안에서 서식한다. 문어가 다른 연체동물과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지능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보다 문어는 머리가 좋다. 문어의 게놈은 인간만큼이나 크고 기억력을 비롯해 웬만한 포유류에 버금가는 지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뇌의 명령만 따르는 일반 동물과는 달리 문어의 다리에는 뇌에 분포하는 뉴런이 존재해 뇌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스스로 동작을 취하는 등 놀라운 행동력을 보인다. 문어 사육사들은 문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행동한다고 증언한다. 그만큼 문어의 사고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크레이그는 이런 특성을 가진 문어 한 마리를 우연히 만나면서 용기를 얻게 된다. 그는 직업 특성상 오랫동안 해외를 돌며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보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몸이 상하고 점점 마음도 병들어갔다. 천직이라 여겼던 카메라도, 편집실은 보기만 해도 지긋지긋했다. 회의감에 빠진 그는 고향이었던 남아프리카 해변으로 가기로 한다. 그곳에서 지내면서 몸과 마음의 회복을 하고자 했다. 어릴 때 바다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는 두려움도 느꼈다. 하지만 바다는 그를 예전처럼 포근하게 감싸 안아줬다. 어느덧 그는 자신이 바다에 동화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때 만나게 된 낯선 생물이 바로 암컷 문어였다. 영상을 찍는다는 것이 이미 염증이 난 그였지만 이 문어에게서는 뭔가 다름을 느꼈다.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그는 자신의 직업 능력을 십분 살려 문어를 관찰하기로 했다. 그가 처음 만났을 때 문어는 조개 틈새에 숨어있었다. 그리고도 멀리 가지 않고 인간인 크레이그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누가 누구를 관찰하는 것인지 누가 누구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기묘하고도 신기한 일이 시작됐다.

크레이그는 문어를 보면서 뭔가 특별한 감정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찌 보면 황당한 일이지만 날마다 와 보면 어떨까 싶었어요”라고 말하는 크레이그. 그렇게 문어와의 만남이 매일매일 반복된다. 첫 번째 날. 그는 카메라만 설치하고 문어의 반응을 지켜봤다. 문어는 카메라를 보고 다가와 맛을 보기도 하고 다리로 카메라를 치기도 한다. 크레이그는 문어의 서식지 주변도 탐사하기로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문어의 굴 주변에는 파자마 상어의 동굴이 많이 발견됐다. 그가 놀란 이유는 파자마 상어는 문어와는 천적이었기 때문이다. 파자마 상어는 후각을 이용해 공격하는 바다의 포식자다. 크레이그는 문어와 상어가 어떻게 대립하고 공존하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는 사이 문어와 크레이그는 친밀해졌다.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위클리서울/ 픽사베이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는 문어의 일평생

문어는 크레이그가 다가오면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기심을 보였다. 크레이그가 용기를 내서 손을 조금 뻗었을 때 문어는 팔을 내밀어 크레이그의 손을 감았다. 놀라운 일이 생겼다. 점점 신뢰를 쌓아가던 크레이그는 문어와 완전히 신뢰 관계를 구축한다. 문어가 크레이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굴 밖으로 나온 것. 52일째 크레이그와 문어는 완전히 상호교감 된 상태가 됐다. 문어는 인사를 하듯 팔을 흔들며 크레이그를 감쌌다. 그와 함께 유영하며 마치 친구가 된 듯 놀이를 즐겼다. 크레이그를 기억하는 지능이 있었기에, 그가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뛰어난 지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던 중 문어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상어가 문어의 팔을 물어뜯었기 때문이다. 문어는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굴속에서 일주일간 움직이지 않고 지냈다. 다시 문어를 찾은 크레이그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문어의 팔이 다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레이그는 자신을 돌아봤다. 자신이 그동안 느꼈던 힘든 감정을, 그리고 온전히 스스로 견디어 내야 한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문어도 힘든 고통의 시간을 홀로 이겨내야 했다. 100일 지나자 문어의 팔이 완전히 돌아왔다. 새살이 돋는 문어를 보면서 그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곧 더 큰 시련이 다가왔다. 지난번보다 더 큰 상어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상어와 문어는 팽팽히 대립했다. 문어는 상어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다시마를 몇 겹 씩 자신을 감싸고 상어를 향해 먹물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문어는 자갈과 모래를 자신의 머리를 감싸 방어를 한다. 그리고 문어는 공처럼 똘똘 뭉쳐서 상어의 등에 올라타고 자신의 굴까지 유유히 갈 정도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인다. 문어는 크레이그에게 다가와 가슴에 타고 올랐다. 그와 문어와 완전히 동화된 것이다.

어느덧 문어의 짝짓기 시즌이 돌아왔다. 암컷 문어의 짝짓기도 시작됐다. 이후 알을 가진 문어는 알을 보호하며 움직이지 않았다. 문어는 죽어가고 있었다. 알은 무사히 전부 부화됐다. 작은 알들이 물기둥에 실려 떠다녔다. 무려 수십만 개였다. 이 작은 알들은 모두 성인 문어로 자랄 것이다. 하지만 이후 다시 만난 문어는 물 밖으로 밀려 나와 있었다.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죽어가던 문어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었다. 크레이그는 문어를 들어 올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상어. 상어는 문어를 단숨에 물고 사라졌다. 상어의 먹이가 된 것이다. 그는 깊은 슬픔과 상실감에 빠졌다. 하지만 이것이 생태계의 원리다. 문어가 상어의 먹이로 사라진 후 크레이그는 아들과 함께 다시 바다로 나왔다. 손가락만 한 작은 문어가 아들의 손에 흘러들어왔다. 그 암컷 문어의 알이 부화된 것일까?

자연은, 바다는 문어 한 마리를 통해 삶과 죽음을 교차하는 치열한 인생의 현장을 보여준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에너지를 준다. 크레이그에게 다시 일어설 용기와 희망을 준 문어처럼 말이다. 고작 문어 한 마리에게도 느끼는 감동이 이럴진데 수많은 지구의 생물들에게 인간은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자연이 주는 회복력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 바다를, 이 자연을 지켜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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