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결정에 소상공인 ‘환영’…환경단체 ‘반발’

[위클리서울=정상훈 기자] 환경부가 지난 7일 식당과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 급식소의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으로 카페에서도 일회용 종이컵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 단속 역시 생분해성 봉투 등 대체품 사용 정착에 따라 중단키로 했다.

이 같은 조처에 소상공인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일회용품 사용 규제로 인해 소비자와의 갈등, 비용 증가 등 부담이 가중돼 왔기 때문이다. 반면,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환경보호를 놓아버린 격’이라며 규제를 단호하게 시행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위클리서울/ 이주리 기자

환경부 “일회용품,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감량”

환경부는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정책’으로 전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회용품 계도 기간 종료일인 11월 24일을 코 앞에 두고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 철회를 발표한 셈이다.

품목별 관리 방안의 주요 내용은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 종량제봉투 등 대체품 사용 문화 정착 ▲플라스틱 빨대의 계도 기간을 연장하고, 대체품 시장의 성장 유도 ▲종이컵은 규제가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축소 등이다.

환경부는 그동안 편의점에서 비닐봉투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1년의 계도 기간 동안 장바구니, 생분해성 봉투, 종량제 봉투 등의 대체품 사용이 안착됐다고 판단해 과태료 부과는 없애기로 한 것이다.

실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5개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씨스페이스24)가 올 상반기 중 사용한 봉투는 생분해성 봉투가 70%이며, 종량제 봉투 23.5%, 종이봉투 6.1%로 집계됐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금지돼 왔으나 대체품인 종이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리고 쉽게 눅눅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일부 사업자는 규정 준수를 위해 가격이 2.5배가 넘는 비싼 종이빨대를 구비했으나, 고객의 불만을 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이에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계도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계도 종료시점은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 동향, 대체품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계도 기간 동안 종이 빨대 등 대체품 품질이 개선되고,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생산업계와 논의해 나갈 계획이다.

종이컵 역시 사용이 금지되면서 음식점, 커피전문점 등 매장에서는 다회용컵 세척을 위해 인력을 고용하거나 세척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공간이 협소한 매장은 세척시설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규제를 준수하는 것이 어렵다고 토로해왔다.

이에 환경부는 현장 적용이 어려운 점, 해외의 많은 국가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 중심으로 관리하는 점 등을 고려해 일회용품 사용 제한 대상 품목에서 종이컵을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종이컵 대신 다회용컵을 사용하도록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지원해 나간다.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과거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일률적으로 강제하지 못했던 것은 실제 효과에 비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고, 그 비용의 대부분을 소상공인ㆍ자영업자가 짊어지는 구조였기 때문”이라며 “일회용품을 줄이는 노력은 우리 사회 한쪽 부문의 희생을 전제로 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통해 더욱 성공적으로 달성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환경부 결정 ‘환영’

자영업자와 가맹점주로 구성된 소상공인연합회는 이 같은 환경부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소공연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 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인력난·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역시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한 발전은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서 시행되는 일회용품 규제는 그에 필요한 기반이 전혀 구축돼있지 않아, 소상공인의 애로가 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소공연은 사업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적으로 규제할 경우 ▲비싼 가격의 생분해성 제품 사용에 따른 비용 증가 ▲세척시설 설치나 직원 추가 고용에 따른 추가 지출 ▲생분해성 제품의 품질 불만족에 따른 소비자 항의 및 매출 저하 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환경규제는 소상공인과 함께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도 함께 보조를 맞춰 가야 정책의 취지에 따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매출 타격도 온전히 소상공인이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계도 기간의 연장을 통해 소상공인의 부담과 소비자의 불편을 덜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 도출되길 기대한다”며 “규제완화를 통해 사업장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정부 정책에 발맞춰, 소상공인도 환경보호와 지속가능한 발전에 일조하는 측면에서 자발적인 제도 이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혼선이 따른다. 정부의 지침을 지키지 위해 종이빨대나 머그잔을 대량으로 구비하거나, 손님들에게 철저히 안내를 해왔던 경우 자주 바뀌는 정책에 혼란스럽다는 평이다. 또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많은 가맹점주에게 새로운 지침을 다시 내려야한다는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9일 국제 플라스틱 협약 한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
지난 9일 국제 플라스틱 협약 한국 정부 규탄 기자회견 ⓒ위클리서울/ 녹색연합

환경단체 “일회용품 규제 원안대로 처리해야”

환경단체는 정부에게 분노하고 있다. 일회용품 규제의 사실상 철회로, 국민의 생존권이 달린 기후 위기 문제를 정부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운동연합은 7일 성명을 발표하고 “소비자와 시민들의 목소리는 전혀 듣지 않고 오로지 소상공인 뒤에 숨어 정책을 포기한 환경부를 규탄한다”며 “불필요한 플라스틱 감축 주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책임을 방기한 환경부를 강력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은 폭발적으로 증가추세다. 지난 2019년 일회용컵 사용량은 약 7억 7311만 개였으나, 2021년엔 약 10억 2388만 개로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이후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 즈음 정부는 2018년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일회용컵과 비닐봉투 사용 저감을, 2019년 11월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 수립 및 시행을 통해 일회용품 줄이기 대상과 준수사항을 단계적으로 확대·강화했다. 11월 24일 시행됐야 할 일회용품 규제 해당 정책들의 연장선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정책을 시행하는 것과 소상공인과 같은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과 조율은 환경부에서 해야 할 일”이라며 “다회용기 세척 시스템 마련, 다회용기 사용 업체 지원, 친환경 용기·식기 생산 업체 지원 등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해 환경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계도 기간 동안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중앙부처인 환경부가 규제를 포기하고 정책 시행도, 이해관계자 조율도 그 어느것 하나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도 8일 성명서를 내고 “환경부는 지난 1년 동안 우리사회의 일회용품 사용 문화를 바꾸겠다고 당찬 의지를 내세웠지만, 결국 ‘고객님의 요청으로 부득이하게 일회용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앞장서서 다시 시장으로 진입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일회용품 사용이 소상공인만이 아니라 매장을 운영할 때 인건비 등 비용절감을 할 수 있음에 동의하고, 소상공인들 겪는 어려움도 공감한다”며 “하지만 일회용품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발생되는 파생적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모색해야지 일회용품 사용규제 완화라는 원래의 취지에 반(反)하는 해법 제시는 우리사회의 환경정의를 무너뜨리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상에서 환경재난을 조금이라도 극복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인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단호하게 결정하고 추진하지 못하는 환경부를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며 “일회용품사용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소상공인을 더 이상 볼모로 삼지 말고 국민의 삶과 삶터를 위해 ‘일회용품사용규제 정책을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환경단체의 비판이 쏟아지자 환경부는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일회용품 감량 정책을 포기한 바 없으며, 지속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에 대한 계도 기간 연장의 의미는 정책 후퇴가 아니라, 현장 여건을 감안해 규제가 잘 이행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소상공인 우려가 제일 높은 종이컵은 국제적 규제 수준을 고려해 규제 대상 품목에서는 제외하되, 사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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